2009년 8월 29일 토요일

권한도 없으면서 자사고 짓겠다니...

이명박 서울시장, 교원정책 월권 시비
 
윤근혁
 
▲ 이명박 서울시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자립형 사립고(자사고), 과학영재고 등 특수형 고교 4개 설립을 약속한 이명박 서울시장의 발언이 월권시비에 휘말렸다.

현행법에 따르면 자사고와 영재고 설립은 대통령령 규정에 따라 교육부총리가 갖는 정부 고유의 권한(초중등교육법 제61조, 영재교육진흥법 제6조)이다. 서울시장 등 자치단체장은 학교설립에 관한 특별한 법적 권리를 지니고 있지 않은 것으로 1일 드러났다.

그러나 서울시는 31일 보도자료를 통해 ▲자립형 사립고 운영법인 3월까지 공모 ▲2008년까지 은평 3지구, 길음8구역, 아현뉴타운에 각각 자사고 설립 ▲영재학교 3월 개교 등 구체적인 추진 일정을 밝혔다.

이에 따라 서울시교육위원회와 교육부는 1일 공식 의견서를 내는 등 이 시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서울지역 자사고 조례에 대한 심의 권한을 갖고 있는 서울시 교육위원회 김귀식 의장은 "서울시장이 교육자치법의 근본 취지를 무시한 채 평준화의 근간을 흔드는 자사고와 영재고 확대방안을 내놨다"면서 "이는 대통령령을 무시한 채 서울교육청과 서울시교육위원회를 로봇으로 만든 교육파괴 행정"이라고 쏘아붙였다.

김홍렬 서울시 교육위원도 "임기 몇 개월도 남지 않은 이 시장이 교육을 정치에 이용하기 위해 월권적인 정치 쇼를 벌이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서울시 교육위 "정치 쇼"란 비판에 서울시청 "오죽 답답했으면…"

정도는 덜하지만 교육부도 이 같은 비판에 가세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부와 공식 협의를 전혀 진행하지 않은 서울시장의 발언은 상당한 무리가 있다"면서 "자사고 시범실시 확대 여부는 교육부가 2월말에나 공식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가 결정하지도 않았는데 자사고 설립법인을 당장 올 3월말까지 뽑겠다는 이 시장의 발언은 한참 앞서 나간 무리수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이날 공식 의견서를 서울시에 보냈다. 교육부는 이 자료에서 "자사고 운영방향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된 바 없다"면서 "학생모집이나 선발 범위에 대해서는 자사고 운영방향이 결정 되는대로 법령에 따라 서울교육감이 결정할 사항"이라고 선을 그었다.

▲ 서울 길음지역 뉴타운 내 자사고 부지.
ⓒ 서울시청

이에 대해 서울시 중견 관리는 "자사고 문제는 교육부 방침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이미 작년 말 교육부총리가 이명박 시장과 만나 합의한 사항"이라면서 "고교 인재를 지방에 빼앗기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시장이 좋은 학교를 세우겠다는 데 월권이라고 반대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 관리는 또 "교육행정과 일반행정이 따로 갈 필요가 없다는 말이 교육부 안에서도 들리고 있지 않느냐"면서 "서울행정을 총괄하는 시장이 전 도시계획차원에서 교육정책을 발표하는 것은 당연한 권한"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교육당국이 오죽 답답했으면 이렇게 이 시장님까지 나서겠냐. 이제 물리적인 권한을 앞세우는 단세포적인 자세를 버려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교육부 관계자는 "연말에 부총리와 이명박 시장이 개인 얘기를 나눴는지는 몰라도 자사고 시범학교를 연장하고 확대하는 여부는 (교육부 내에서) 공식 협의한 바가 없고, 서울시와도 협의하지 않았다"고 서울시 관리의 말을 부인했다.

한편, 이명박 서울시장이 지난 31일 특수고 설립 계획을 밝히자, 적지 않은 언론들이 '서울지역에 자사고와 영재고 설립이 확정됐다'고 단정해 보도하기도 했다.

<오마이뉴스> 2006년 2월 2일치에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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