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4일 화요일

연구보고서인가, 자랑보고서인가?

서울 시범학교 보고서 분석 ‘모두가 자화자찬’
 
윤근혁
 

“학교의 모든 환경이 아늑하고 포근해졌어요.”
지난 해 인성교육 시범학교를 운영한 서울ㅍ초가 연구보고서에서 결론 부분에 일순위로 뽑아 놓은 말이다. 이 학교는 '연구의 결과'란에 위에 적은 항목을 포함 6개를 적어놨다. 물론 나머지 5개 항도 모두 실적을 자랑한 것이다.

이 보고서 어디를 봐도 '개선방법'이나 '적용의 문제점'은 찾을 수 없다.
주간 <교육희망>이 서울지역 연구시범학교가 지난해와 올해 ‘운영보고회’날 나누어준 보고서 가운데 50개를 무작위로 뽑아 분석한 결과 △이벤트성 연구 결과 △사실 감추기와 왜곡 △말과 행동 다른 시범학교 보고회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벤트성 연구결과 - 인성교육 시범학교 보고서
‘인성교육 시범학교 보고서’를 살펴보면 학교활동 대부분이 인성교육 관련 행사로 대체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시범학교들은 인성교육 연구과제를 달성키 위해 다음과 같은 활동을 벌였다.

‘예절실 운영, 가족음악회, 부자·부녀야영대회, 가족 전시회, 인성 생활본 제작, 인성 실천 카드 기록, 어머니 알뜰교실, 명상시간 운영, 인성교육 공개 수업….’
이 프로그램들은 활용 목적에 따라 큰 교육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들이다. 문제는 이 같은 행사가 시범연구라는 이름으로 1년 내내 계속된다는 데 있다. ‘시범’으로는 가능한 일이지만 일반화 적용은 어렵다는 말이다.

보여주기식 행사가 인성교육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상당수 학교의 운영보고서는 ‘제언' 부분에서 이 같은 사실을 적는 일을 빼놓지 않고 있다.

“인성 함양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지속적인 인성교육을 실시해야 한다.”(서울문창초), “인성교육은 일상적인 교육활동 속에서 자연스럽게 지도할 수 있는 인성교육 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하다.”(서울중광초)

사실 감추기와 무책임한 실적 자랑 - 특별활동 선도학교 보고서
방과 후 특별활동 선도학교로 뽑힌 서울지역 44개 초등학교는 올 한해 홍역을 치렀다.

이제 이 방과 후 특별활동 선도학교 운영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펼쳐보자. 놀랍게도 대부분의 학교는 ‘성과와 자랑’으로 보고서를 꾸몄다. 특히 서울삼성초가 올 10월 14일에 낸 보고서는 ‘일반화, 기대되는 효과’라는 항목에서 “결과적으로 학생들은 자신의 소질과 특기를 마음껏 신장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방과 후 특별활동이 일반학교에 실시되기 위한 과제까지 제시했을 정도다.

그런데 이 보고서엔 이상하게도 ‘실태조사’ 결과가 나와 있지 않다. 이 교사·학생·학부모 대상 실태조사는 판단의 핵심 근거가 될 수 있는데도 말이다.

반면, 같은 주제로 선도학교 운영보고서를 낸 서울은천초는 여느 선도학교 보고서와 달리 ‘운영상의 어려움’을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교사들이 동아리활동에 부담을 느끼게 되니 자연히 수업준비 부족 등 학급운영에 무리가 생겼다”고 털어놨다.

이 학교는 삼성초와 달리 실태조사 결과를 그대로 실었다. 이 조사결과에서 교사들의 76%가 ‘방과 후 특별활동을 학교에서 실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으며 ‘방과 후 특별활동이 활성화 되야 한다’는 의견도 12.7%에 지나지 않았다.

27년째 서울지역 초등학교에 근무한 김모 교사(서울 ㄱ초)는 다음처럼 말하면서 한숨을 쉬었다.
“연구시범학교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어요. 연구시범학교 보고서는 연구부장의 글짓기 능력에 달려 있죠. 몇몇 승진 점수에 관심 있는 교사들 주도로 진행하는 이 시범학교 문제는 과연 언제나 없어질지 부끄럽습니다.”
 
* 이 기사는 주간<교육희망> 2002-11-11 제325호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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