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6일 수요일

왜 한 시간을 쓰지 않았을까

수십억대 예산 공무원센서스, 공무원 참여 저조
 
윤근혁
 
▲ 행정자치부가 공무원총조사를 위해 만들어 놓은 인터넷 사이트 첫화면.
ⓒ2003 행자부
한 시간은 얼마나 긴가.

한 사람한테 한 시간은 한 시간일 뿐이지만 90만 명한테 한 시간씩은 90만 시간이다. 이는 하루 8시간 일하는 일용직 노동자를 고용한다면 11만2500명을 더 써야 하는 노동력이다. 낮게 잡아 일당 5만 원씩으로 계산하면 56억2500만 원이라는 엄청난 돈이 드는 시간이다.

센서스 참여비용만 56억 원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공무원총조사에 참여하는 데 걸린 시간은 한 시간 정도다. 보통 사람의 경우 인터넷 설문 101개 항목에 대한 응답시간 40분, 총조사 작성을 위한 사전 학습 20분 정도가 걸린다.

꼭 필요한 일이라면 90만 시간이 들더라도 반드시 해야 할 것이다. 그럼 이 공무원조사는 정말로 90만 전체 공무원이 일손을 놓고 달라붙어 꼭 해야만 하는 일일까.

공무원총조사 마감일(9월 30일)이 1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전국 상당수 학교엔 새로운 공문이나 업무연락이 도착했다. 서울 ㄱ교육청에서 보낸 업무연락의 제목은 '공무원 센서스 설문답변 추가 안내'. 처음엔 설문 항목을 추가하는 것으로 알았는데 내용을 들춰보니 '설문참여를 추가로 독려한다'는 얘기였다.

이 업무연락은 "최종적으로 9월 20일까지는 입력이 완료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었다. 최소한 말단 행정체제인 지역교육청이나 동사무소 등에겐 상부의 명령이 떨어진 이 공무원총조사가 서로 경쟁하듯 해야 하는 의무사항인 셈이다. 이미 행자부가 '공무원에 따라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는 지침을 내렸지만 이들에겐 들리지 않는 것이다.

성공 거둔 공무원센서스 보이콧운동?

이처럼 추가 공문이나 업무연락으로 채근하는 모습은 상당수의 공무원이 공무원 총조사에 응하지 않은 사실을 웅변하고 있었다. 왜 많은 공무원들은 한 시간을 쓰지 않았을까. "공무원 인권을 침해한다"면서 반발한 전국공무원노조와 전교조의 주장이 먹혔기 때문일까.

공무원단체의 반발이 필요충분조건은 아니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잠시 행정자치부에서 이 공무원총조사를 위해 만든 홈페이지(2003i.census.go.kr)에 눈을 돌려보자. 그러면 새로운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사이트 첫 화면에서 김두관 장관은 다음처럼 말하고 있다.

"이번 조사결과는 향후 참여정부의 공직인사 및 후생복지 분야의 개혁정책 수립에 있어 기초통계로 사용될 것이다."

행자부에서 밝힌 조사목적도 "공무원 인사ㆍ복무ㆍ후생복지정책의 수립, 운영 및 제도개선을 위한 기초 통계자료 수집"이다.

이에 따라 행자부는 '공무원 신상 DB(데이터 베이스) 구축 파문'이란 제목의 국민일보 기사에 대해서도 해명문을 통해 "기사는 공무원센서스를 공무원 개인의 신상DB 구축을 위한 작업으로 보도하고 있으나, 공무원센서스는 공직 내 인사정책에 활용하기 위한 기초통계의 수집을 목적으로 하는 통계조사일 뿐"이라고 펄쩍 뛰고 있다.

실제로 행자부는 지침에서 "불가피한 경우 응답하지 아니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했다. 지난 5일엔 수기로 작성해도 된다는 수정지침을 내렸다.

이처럼 행자부는 "공무원 DB 구축을 위한 조사"라는 의혹에 손사래를 치면서 "인사정책을 위한 통계조사일 뿐이며 조사에 응하지 않아도 된다"고 항변하고 있는 것이다.

행자부의 직무유기와 예산낭비

그런데 이런 행자부의 태도는 오히려 직무유기며 예산낭비라고 할 수 있다. 공무원 DB 구축을 위한 것도 아닌데 전체 90만 공무원을 대상으로 조사를 할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이 조사의 목적이 단지 정책수립을 위한 통계조사라면 더더욱 그렇다.

공무원노조 소속 조합원은 불응하고 다른 공무원은 응답한 통계자료라면 모집단 자체의 타당성을 상실할 게 뻔한 것 아닐까. 게다가 통계조사라면 애초에 말 그대로 표집해서 조사하면 될 것을 왜 90만 전체 공무원을 다 노력 동원하려고 한 것일까. 우리나라 통계전문가들은 모두 죽었다는 말인가. 정책의 타당성도 없고 공신력도 없는 행동인 셈이다.

김 행자부 장관은 인사말에서 "금번 센서스는 국내 대규모 통계조사로는 처음으로 ON-LINE 방식에 의하게 되어 어느 해 보다 그 의의가 크다고 하겠다. 공직자 여러분께서는 '공직인사시스템 개혁작업에 직접 참여한다'는 마음으로 정성껏 설문에 응하여 주길 부탁한다"면서 글을 맺고 있다.

이런 그의 말은 인터넷 시대 효율성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기본 전제가 깔려 있다. 하지만 이 효율성은 무늬만 있고 속은 빈깡통이었던 것이다. 김 행자부 장관한테 인터넷으로 전체 공무원 총조사를 해야 한다고 건의한 관료는 과연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다.

우리나라 통계전문가들은 다 죽었나

중국의 노자는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도 작은 생선을 굽듯 조심하라'고 했다. 전체 공무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면 공무원단체의 반발에 굴하지 말고 전수조사를 하라. 그렇지 않고 행자부 말대로 기초통계를 내기 위한 조사라면 인터넷 시대에 대한 환상으로 수십억을 날리지 말고 당장 통계전문가를 찾아라.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9월 15일치에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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