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5일 화요일

손봉호 "현NEIS 유지 아무도 안 원해"

국가 행정기관 최초 교육정보화위의 NEIS 토론회
 
윤근혁
 
▲ 국무총리실 산하 교육정보화위원회는 지난 9월 17일 최초로 NEIS에 관한 토론회를 열었다.
ⓒ2003 이병민
"오늘 토론회는 비교적 충분히 의견 교환이 된 것 같다. 지금의 네이스 그대로 유지하는 데 아무도 동의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수정하거나 폐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 같다."

국무총리실 산하 교육정보화위원회(위원장 이세중)가 9월 17일 개최한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공개 토론회에서 좌장을 맡은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는 토론회를 폐회하면서 이렇게 정리했다. 이같은 그의 파격적인 발언에 참석자들은 이견을 달지 않았다.

NEIS 반대 공대위도 참석, 열띤 공방

교육정보화위원회는 이날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4시간에 걸쳐 공무원과 시민 등 4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컨벤션센터에서 '교육행정정보화의 현안과 과제'란 제목의 공개 토론회를 열었다. 국가 행정 기관으로서는 최초로 연 NEIS 관련 이날 토론회엔 그 동안 참석을 거부해 온 전교조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 등 NEIS 반대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관계자들도 참석해 열띤 공방을 벌였다.

이세중 교육정보화위원회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위원회는 찬반 논쟁이 극렬하게 전개된 교육 시스템 문제에 대해 원점에서부터 폭넓게 문제점을 들춰내 다양한 각계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 토론회를 열게 됐다"고 토론회 개최 취지를 설명했다. 앞으로 교육정보화위원회는 10월에 교육, 정보, 제도 분과로 나눠 분과별 공청회를 더 진행하고 11월에 전체 공청회를 열어 12월까지 최종 의견을 결정할 예정이다.

맥 빠진 발제, 뜨거운 종합 토론

이날 토론회는 3가지 주제로 나눠 진행됐다. 교육 목적에 비추어 본 학생 정보 관리 체제의 현황과 과제(주제1), '교육 행정 정보화 관련 정보 통신 기술 적용 현황과 과제'(주제2), '교육 행정 정보화 관련 법령·제도 현황과 과제'(주제3)가 바로 그것(토론 내용은 박스 기사 참조). 주제 발표와 토론이 끝난 다음 이날 오후 5시부터 1시간 동안 진행된 종합 토론에서는 NEIS의 정보 유출 문제와 민원 서비스의 필요성 여부를 놓고 교육부 쪽과 공대위 사이에 밀고당기기가 이어졌다.

종합 토론의 좌장은 손봉호 교수가 맡았다. 그는 NEIS 명칭을 놓고 "네이스", "나이스"란 발음을 번갈아 써가며 참석자들의 질문과 의견 개진을 이끌었다. 이날 종합 토론의 첫 번째 화두는 NEIS의 내부자 정보 유출 문제였다.

발언에 나선 이은우 변호사(법무법인 지평)는 "NEIS가 해킹에 의한 정보 유출에서 안전하며 학생 신상에 관한 1차 정보는 해당 학교 교사들만 접근할 수 있다는 교육부의 주장은 사실 관계에서 왜곡이 있다"면서 그 본보기로 "NEIS 추진 목적 가운데 하나가 민원 서비스인데 교육청이 민원 서비스를 한다는 것은 당연히 그 과정에서 1차 정보에 접근하는 것을 뜻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최병만 교육부 사무관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업무 담당 공무원이 민원 서비스를 하면서 눈을 감고 하면 보안이 될 것이다. 그런데 눈을 감고 일할 수는 없다. 국민에게서 권한을 위임받은 공무원을 믿지 못하는 것은 문제다."

이어 최 사무관은 교육청의 1차 자료 접근 논란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으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내가) 교육부니까 잘 믿지 않는 것 같은데 교육청 담당자가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각종 증명 서류의) 출력물이 나오는데 그걸 1차 자료라고 할 수 있나."

말다툼이 계속되자 좌장 손봉호 교수가 "그만 하라"고 손을 저으면서 장내를 정리했다. 그는 "민원 처리를 한다는 것은 학생의 1차 정보에 접근하는 것을 뜻하는 게 사실"이라고 공대위 쪽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민원 서비스는 교육청의 1차 자료 접근"

두 번째 논란 거리는 NEIS 추진의 주요 목적인 민원 서비스의 필요성 문제에서 불거졌다. 종합 토론 단상에 앉은 문영성 숭실대 교수는 "NEIS가 국방부처럼 폐쇄망을 쓰지 않고 인터넷으로 개방하는 이유는 민원 서비스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종합 토론에 앞서 진행한 발제에서 NEIS 찬성 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공대위 쪽 참석자들이 인터넷 개방에 대한 위험성에 대해 언급하자 문 교수는 농담 반 진담 반처럼 말을 던졌다. "완벽한 보안은 없다. 완벽한 보안을 할 수 있다면 제가 형님으로 모시겠다. 하지만 민원 서비스가 NEIS의 목적이기 때문에 인터넷을 기반으로 할 수밖에 없다."

그의 발언에 대해 김학한 전교조 정책 기획국장은 의견 발표에서 "네이스가 운영되지 않는 대학의 졸업 증명서나 성적 증명서도 전국 어느 동사무소에 가도 뗄 수 있다"면서 반박했다.

"졸업 증명서 떼는 학부모 몇이나 되나"

발언권을 얻은 안승문 서울시 교육위원은 더욱 본질에 가까운 말을 하며 NEIS 민원 서비스가 불필요함을 역설했다.

"지금 초등학교에 가봐라. 성적 기록부나 재학 증명서 떼는 사람 있나. 중학교 고등학교 성적 기록부나 재학 증명서도 마찬가지다. 이 같은 증명서를 떼는 사람은 기껏해야 조기 해외 유학을 보내려는 학부모밖에 더 있냐."

안 위원은 또 "학부모들의 가장 큰 민원은 학생 서류를 집 근처에서 떼는 것이 아니라 교사들이 학교에서 아이들을 잘 가르치는 것인데 NEIS는 행정 과잉이며 낭비"라고 교육부를 겨냥했다.

NEIS 찬반, 토론자 목소리
수집 정보, 공개·비공개냐 팽팽히 맞서

NEIS 토론회에 나선 발제자는 모두 3명, 토론자는 6명이었다. 이들은 모두 NEIS에 대한 찬반 의견을 명확히 밝혔다.

발제자 가운데 찬성 의견을 나타낸 이는 곽병선 경인교대 교수(교육학), 문영성 숭실대 교수(컴퓨터학)였다. 이인호 중앙대 교수(법학)는 발제자 가운데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밝혔다. 토론자의 NEIS 찬반 의견 비율은 4대 2였다. 토론회 주최 쪽이 찬성 의견을 지닌 토론자를 더 많이 섭외한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제2: 교육행정정보화 관련 정보통신기술 적용 현황과 과제' 토론에서는 발제자와 토론자 모두 NEIS 찬성 일색이었다. 토론이 아닌 토의 또는 방담이 이루어진 셈이다.

이번 토론회 가운데 주제1(교육목적에 비추어 본 학생 정보관리체제의 현황과 과제) 토론자로 나선 두 교사의 발표 내용을 요약해 싣는다. 이들은 같은 교사이면서 NEIS에 대한 찬반 의견을 교육 목적에 비추어 분명히 했다.

<찬성>
"정보를 전자적으로 처리하는 것은 시대 요구
증권 시장 공시처럼 실시간으로 공개해야"

강준석·영도중 교사

학생 개개인의 자아 실현을 위해 학습 기회를 제공한다는 교육 본래의 목적에 비추어 학생 개개인의 정보가 생성되고 활용되는 일이 일어나는 것은 불가피하다.

좀 더 많은 정보를 생성하여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공교육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생성된 정보에 대해 투명한 공개와 이를 통해 학생들이 자신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진로를 좀 더 심층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학생 개인과 단위 학교에 맞는 교육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며, 이것이야말로 NEIS와 같은 웹 방식의 시스템이 가지는 올바른 활용이 아닌가 생각된다.

학생 개개인의 출결이나 성적 산출 과정을 해당 학부모님께 공개해야할 뿐만 아니라 학교의 모든 학사 업무에서 개인에 해당하는 것은 해당 학부모님 개개인에게 공개해야 한다. 또한 학교 학생들의 전체적인 학업이나 자격증 등 학업 성취에 관한 통계 및 학교 회계 등의 정보들도 NEIS를 통해 당사자들인 학생, 학부모, 교사에게 실시간으로 공개해야 한다.

즉, 증권 시장의 공시 제도처럼 학교별 학업 성취 및 기타 통계를 정부뿐 아니라 지역 사회와 전 국민에게 실시간으로 공개해야 한다.

공개해야 할 정보의 방대성과 그 정리 및 다양한 통계 산출의 측면에서 보면 NEIS는 필수적이다. 기존 NEIS의 항목을 축소시키는 방향으로 사태를 해결하려 하지말고 적극적인 정보의 공개 방향으로 사태를 해결하는 것이 우리 교육 발전에 더 효과적일 것이다.

학생의 정보를 전자적으로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것은 시대적인 요구라고 할 수 있으므로, NEIS의 교육적 활용과 개선에 관한 심층적인 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반대>
"결손 가정, 결식 아동의 개인 정보를 공개해야 하나
은밀한 학생 정보는 담임만 알아야 한다"


김진철·창덕여중 교사

왜 교사들과 시민·사회 단체는 네이스를 반대하는가. 현장 교사로서 느꼈던 바 몇 가지를 말씀드리려 한다.

NEIS 논란의 핵심은 "학생의 자료는 교육을 직접 담당하는 학교와 교사에 의하여 관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NEIS는 단위 학교의 담장을 넘어 시도 교육청 단위로 자료를 수집한다. 즉 "어떤 법률적 근거를 갖고 무슨 목적으로 국가가 전국 800만 학생의 정보와 그 배에 달하는 학부모의 자료를 모으려고 하는가"가 이 논란의 핵심이다.

교육은 학생, 학부모 그리고 교사의 인간적 만남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개개인의 교육에 대한 정보는 알아야 할 사람만이 알아야 하며, 그 정보가 필요한 곳에만 있어야 하며, 교육 목적을 위하여 필요한 시간만큼만 보존되어야 한다. 우리는 수집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 적이 없다.

우리 반의 결손 가정 아이와 점심 굶는 아이의 정보를 왜 교육청이 데이터베이스로 묶어 갖고 있어야 하나.

학생의 정보는 개인의 가치관이 형성되어 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보들로서 향후 변화될 가능성이 큰 정보들이며, 교육을 목적으로 수집되는 매우 민감한 개인 정보들이기 때문에 함께 공부하는 교사 외에는 누구도 알 필요가 없는 것들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권고한 대로 NEIS에 집적된 개인 정보는 인권을 침해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운영되고 있는 NEIS는 일단 중지되어야 한다. 물론 국가가 개인 정보를 수집, 관리하는 것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이럴 경우에도 프라이버시 보호라는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윤근혁 기자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9월 18일치에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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