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석] 벼랑 끝에 선 교육수장, 떠미는 교육관료들 | ||||||||||
윤덕홍 교육부총리가 입은 양복 안 주머니엔 10장 분량의 종이 파일이 들어 있다. 교육 관료들에 대한 장단점이 빼곡이 적혀 있는 또 다른 형태의 '인사기록부'인 셈이다. "이 자료는 교육관료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를 위해 그 동안 준비해 온 것"이라는 게 측근의 귀띔이다. 윤 장관은 '주머니 속 파일'을 쓸 수 있을까? 교육수장 10개월 째인 12월, 그는 이 파일을 써먹을 수 있을 것인가. 10일자 신문에서 윤 부총리는 '교체대상 0 순위'(조선일보), '경질 1호'(매일경제)로 꼽힌 걸 보면 그 가능성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인사개혁'이란 이름의 초시계를 돌리던 그가 어느 새 '경질 1순위'가 돼버린 것이다. 이로써 올 한해 내내 진통 끝에 마침내 15일 옥동자를 선보일 예정인 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 해결책, 다음날인 16일로 예정된 참여정부 교육개혁 로드맵과 사교육 경감대책 발표 등 주요 청사진은 빛을 잃을 공산이 커졌다. NEIS가 해결되고 교육개혁 로드 맵에 힘이 실리면 큰 폭의 인사개혁을 단행할 복안을 갖고 있던 윤 부총리 쪽은 공황에 빠진 모습이다. 윤 부총리의 한 측근은 11일 "올 5월 NEIS 대타협을 그대로 밀고 나가지 못한 게 화근"이라면서 허탈해하기도 했다. 이 당시부터 "보수언론을 등에 업은 교육관료들과 일부 교원단체의 장관 밀어내기 작업이 본격화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의 경질은 당연한 결과다? 반면 위태로운 수장을 모신 교육부 내부 관료들의 반응은 지금 어떤가. <조선닷컴>(chosun.com) 9일치 보도는 그 일단을 엿보게 한다.
이 내용만 놓고 보면 상관의 죽음 앞에서 교육부 관료들은 현재 박수를 치는 형국이다. '여우가 죽으면 토끼도 슬퍼한다'는 속담을 뒤엎는 태도인 것이다. 이는 '상명하복'이 상당부분 남아 있는 공직사회에서 무척 보기 드문 일이다. 왜 이런 모습이 나타난 것일까. 이 보도가 전한 교육관료의 지적대로 윤 부총리의 '무능함'도 한 몫을 했을 것이다. 올 한해 NEIS 파문 속에 부총리의 개혁 이미지는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최근 사법부의 대입CD 판결에 대한 교육부의 초기 대응은 어처구니없기까지 했다. 결국 청와대의 개입과 윤 부총리의 지시로 하루 새에 '가처분 신청을 낸 3명 학생 제외'란 기존 방안이 CD에 대한 새로운 후속조치로 바뀌긴 했지만 '부총리의 무능함'을 보여준 주요 사례로 기록될만 했다. 참여연대는 10일 'NEIS 대응에 대한 무능'을 이유로 윤 부총리를 '개각대상 장관 9명' 속에 윤 부총리를 포함시키기도 했다. 올 3월 취임 첫날부터 200일을 넘긴 지금까지 NEIS는 이처럼 부총리 뒤를 계속해서 따라 다녔다. 그 동안 변변한 개혁 카드를 내놓지 못한 윤 부총리에겐 NEIS가 '네이스 네 이놈!'이 된 셈이다. 냉탕과 온탕 부총리 반복할 셈인가 하지만 이 보도에서 교육관료들이 말한 '무능함'이란 단어는 또 다른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NEIS 논란 속에서 국민의 정부 시절 NEIS를 만든 것도 관료들이었고, 올 5월 'NEIS 대타협'에 대해 반기를 들어 판을 깰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것도 그들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이 지적하는 무능함은 NEIS를 밀어붙이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에서 나온 것이라는 해석이 더 설득력이 있다. 지난 10월 말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낸 교육시민단체들의 '공개서한'은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와 범국민교육연대는 청와대에 보낸 10월 27일치 서한에서 "교육개혁 실종의 원인은 교육관료들의 반 개혁적인 행태에 있다"면서 "관료들은 NEIS 조기 타결을 반대해 윤덕홍 장관을 무력화시켰고 대선 공약 물타기와 교육개혁 발목잡기에 앞장서 왔다"고 적었다. 교육시민단체들은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일관성 있는 개혁정책의 추진이 필요하다"고 줄곧 주장해 왔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수장 또한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국민의 정부 시절 7차례에 걸쳐 교육수장이 바뀐 것은 큰 문제로 지적됐다. 성향 또한 이해찬과 김덕중 전 장관에서 엿보이듯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노 대통령이 지난 해 후보시절 "교육 부총리만큼은 5년 임기를 함께 하겠다"고 약속한 것도 바로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런데 최근 형편은 기존 약속을 뒤엎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참여정부 교육공약과 상반된 주장을 펼친 일부 교수출신 인사가 벌써부터 부총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는 것이다. "당초 기대와 달리 윤 부총리가 여태껏 해온 게 별로 없지 않습니까. 윤덕홍 장관은 한마디로 '계륵'입니다. 닭의 갈비뼈는 먹을 것은 없지만 그래도 버리기도 아깝고…. " NEIS를 놓고 교육부와 각을 세워 온 전교조 김학한 정책기획국장의 말이다. 그의 이 같은 말은 교육시민단체들의 고민을 보여주고 있다. 이른바 '개혁장관'이란 말에 걸맞게 윤 부총리가 행동하지는 못했다는 소리다. 하지만 그렇다고 경질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교육장관 경질은 수구진영 투항 행위"
이들 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의 연말 개각 구상에 관한 언론 보도를 접하면서 경제 관련 부처 등 일부 보수성향의 장관들 대신 개혁을 표방해 온 교육과 사회부문 일부 장관들을 교체할 것이라는 보도가 언론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면서 "참여정부의 그런 방향의 개각은 수구진영에 투항하는 국민 배신 사건"이라고 밝혔다. 전교조 대구지부도 이날 함께 낸 '전교조 입장'이란 자료에서 "전교조가 윤 부총리의 실각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윤 부총리의 개혁성에 대한 지지라기보다 오히려 부족한 개혁성이지만 부총리가 교체됨으로 생기는 혼란을 더 우려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교육 부총리 경질이 곧 반개혁 장관 임명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걱정이 섞여 있는 말이다. 결과로만 놓고 보면 윤 부총리 경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청와대 관계자와 일부 교육관료의 이해관계는 일치한다. 반면 교육개혁세력은 '윤 부총리 죽이기'에 반대하는 주장이 우세한 상태다. 유비와 맞선 중국 위나라 조조는 '계륵'이란 말을 남긴 채 '한중'이란 이름의 땅을 버렸다고 한다. 연말 개각에서 노 대통령은 조조처럼 윤 부총리를 정말로 버릴 것인가. 교육개혁 세력의 찌푸린 눈이 청와대로 쏠리고 있다.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2003년 12월 12일치에 쓴 것입니다. | ||||||||||
2009년 8월 26일 수요일
윤덕홍 교육부총리는 계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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