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 어린이신문 <굴렁쇠> 발행인 김찬곤 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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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굴렁쇠'란 이름을 가진 어린이신문을 아시는가. <굴렁쇠>는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98년 5월 5일 세상에 나와 줄곧 아이들 곁에서 구르고 있다. 일주일에 한번씩 전국지로 나오는 8면 대판 크기의 어린이신문은 우리나라에서 <굴렁쇠>뿐이다. 어린이신문, 요즘 어떤가 학교엔 어린이신문이란 말만 들어도 진저리치는 교사도 있다. 반면 어린이신문이란 말만 듣고 모든 것을 내맡겨 버리는 교사도 있다. 소년조선일보, 어린이동아, 소년한국일보. 이들 삼총사는 교사들한테 짐이 되기도 하고 복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이 신문들은 아침자습 참고서와 한자 시험지 노릇을 병행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 복은 교사를 위한 복이요, 짐은 아이들이 져야 할 짐이 아닐까. 물론 오늘 살펴 볼 <굴렁쇠>는 전혀 그렇지 않다. 어린이신문이긴 하되 기존의 어린이신문이 아닌 것이다. <굴렁쇠> 소개하는 글 가운데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있다. "굴렁쇠는 아이들에게 짐이 되지 않도록 주마다 한 번 내지요. 굴렁쇠는 이익을 내기 위해 학교 영업을 하지 않아요. 굴렁쇠는 가난하더라도 아이들을 위해 언제나 '할말'은 할 거예요." '흐르는 강물만이 바다에 이른다'고 했던가. 작은 물줄기이긴 하지만 참 어린이신문의 바다로 끊임없이 노를 저어 가는 이가 있다. 그가 바로 <굴렁쇠>를 펴내는 김찬곤 발행인(36)이다. 그를 처음 만난 때는 올 10월 초 자정 무렵이었다. 광주광역시 하남신단 3번로에 있는 '대한교육사'란 인쇄소 앞에 그가 서 있었다. 점퍼 차림을 한 그는 우람한 몸체에 생기 있는 얼굴을 갖고 있었다. 사장치곤 뜻밖에 젊었다. 신문 필름을 맡겨 인쇄를 찍으려고 이 곳에 와 있는 것이다.
"건강하게 돈 벌려고 한다" 김 발행인은 나를 보고 여러 가지 말을 했지만 기억에 남는 말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굴렁쇠> 사무실은 광주 북구 일신초등학교 옆에 있다. 1층 뼈다귀탕 집을 지나 계단 따라 한 층만 더 오르면 <굴렁쇠> 팻말이 나온다. 현재 신문에 글을 쓰는 기자는 이보행 씨(29)를 포함 6명. 적은 수지만 사실 일간지인 소년신문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굴렁쇠>는 250호를 최근에 냈다. <굴렁쇠> 1면 제호 옆엔 '우리 말과 아이들의 삶을 가꾸는 어린이신문'이란 글자가 박혀 있다.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와 고 이오덕 선생님이 소리 높인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이다. 내용 또한 여느 어린이신문과 딴판이다. 분량만 놓고 본다면 기자들이 쓰는 기사가 절반, 아이들이 쓰는 살아가는 이야기가 절반 정도였다. 아이들 소식을 주로 담은 기사 가운데엔 다음과 같은 제목의 주장성 보도도 있었다. '미국의 이라크 침략 전쟁에 우리 젊은이를 보내서는 안 된다!'. <굴렁쇠>엔 학습문제가 없다. 만화도 한두 개뿐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쓴 10여 개의 글엔 어김없이 삽화를 넣어 글을 빛내주고 있었다. 이날 자정을 넘긴 시간에 김 발행인과 나는 어린이신문에 대해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첫 주제는 NIE. 이른바 신문활용교육에 대한 것이었다. "NIE 뭣하러 하는지 모르겠어요. 신문 볼 때 잘 보고 그냥 버리면 좋을 것 같아요. 어른들 깜짝 놀랐다. 정보의 보물창고이며 뛰어난 기자들이 써놓은 논술 교양지인 신문을 그냥 버리라고 하다니. 그래서 다시 '그래도 NIE는 안 하는 것보다는 낳지 않겠냐'고 물어봤다. "신문은 볼 때 잘 보면 된다고 봐요. 필요하면 오려서 붙여 놓는 것이고요. 목표에 이르는 학습자료가 얼마나 많은데 신문의 글자를 오려가면서 작품을 만들라고 하는 겁니까. 그리고 지금 소년신문 내용이 엉망 아닙니까. NIE도 한두 번이지 날마다 하라고 하면 오히려 아이들이 신문에 부담을 갖지 않을까요." '그럼 <굴렁쇠>를 갖고 교육하는 것은 어떻겠냐'고 다시 물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더욱 거셌다. "신문은 볼 때 잘 보면 되요. 굴렁쇠도 NIE 해선 안되죠. 우리 신문은 웬만하면 금방 읽고 버렸으면 좋겠어요. 제발 신문 갖고 장난 안치면 좋겠어요." "신문 갖고 장난치지 말았으면…" 생각이 다르면 말도 다른 법. 다음은 <굴렁쇠>와 학교에서 배달되는 어떤 소년신문이 똑 같은 행사를 소개한 기사다. 먼저 소년○○일보 올 10월 10일치 기사 ''책 동산으로 가을 소풍 가볼까?'를 보자. "국내 최초의 아동 도서 전람회인 ‘2003 파주 어린이책 한마당’축제가 10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교하읍 자유로 변 파주출판단지서 개막됐다. 경기도 파주시와 파주출판단지 사업협동조합 공동 주최로 막을 올린 이 행사에는 국내 500여 출판사가 참여, 우수 아동 도서 2만여 종(5만여 권)의 책이 전시됐다." 다음은 이 신문보다 며칠 앞서 보도한 <굴렁쇠> 기사 '자연과 놀아요!'의 내용이다. 무엇이 다를까. 글투를 보면 <굴렁쇠>는 '니다', '어요'체로 끝맺고 있다. 왜 이렇게 쓰고 있는 것일까. 이런 작은 차이 속에도 아이들을 바라보는 깊은 철학이 배어 있다. "그건 굴렁쇠 말 법입니다. 아이가 읽으면 꼭 누구한테 말해주는 것 같잖아요. 들려주듯이 말하는 것이 더 값진 것이라고 봐요. 기자가 기사를 쓸 때 아이들 눈빛을 마주보고 글을 쓰는 것이지요. 그래서 우리 기사엔 물음표도 많아요."
학습문제 대신 아이들의 생활 글 일반 소년신문에 나온 아이들을 떠올려 보자. 대부분 어떤 상을 타거나 멋있는 일을 한 아이들 아니었나. 하지만 <굴렁쇠>에 나온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보통의 아이들이 커서 이 나라를 짊어지고 나갈 것이란 게 우리 믿음이에요. 보통 아이들의 삶을 담은 글을 싣는 것도 이런 까닭 때문이지요." <굴렁쇠>엔 상품 소개 기사와 학습문제 대신 아이들 글이 많다보니 '정보가 부족하다. 순전히 애들 글만 싣는다'는 볼멘소리도 들린다고 한다. 하지만 김 발행인의 생각을 달랐다. '게임기와 게임사이트를 소개하는 기사는 나쁜 기사며 학습지를 싣는 것 또한 아이들한테 부담만 주는 일이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아이들 글이 기사라고 생각해요. 아이들한테는 자기 동무들의 주변 일을 적은 게 어른들의 무슨 큰 사건 사고에 버금가는 큰 일로 받아들여요. 어떤 아이가 <굴렁쇠>를 보며 '나도 이런 적이 있는데'하고 무릎을 친다면 그 글은 살아 있는 것이지요." <굴렁쇠>는 지면을 통해 여러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신나는 학교 세우기 캠페인'이 좋은 보기다. '선생님이 상벌로 주는 딱지 제도 없애기', '선도부 없애기', '동상 없애기'와 같은 운동을 펼쳤다. 이런 내용을 보고 기분 나빠하는 교사들도 있겠지만 가르치는 일에 대해 되돌아보는 계기도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소년신문 1면을 장식하는 내용은 주로 학교 행사들이다. 이 가운데엔 내 보이기 위한 말 그대로 전시성 행사들도 제법 많다. 이에 견주어 <굴렁쇠>의 기사들은 아이들 시각에서 아이들의 주장을 담고 있는 셈이다. '전태일을 알고 있는 친구가 있을까요?'와 같은 기사처럼 세상에 대한 시각을 바로 잡는 내용들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세상을 너무 부정적으로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항의메일도 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사회를 바라보는 생각의 키를 키워주는 게 바로 어린이신문의 할 일이라고 <굴렁쇠> 편집진은 보고 있었다. 하지만 <굴렁쇠>한테도 고민은 있다. 독자들이 주로 서민의 아들딸이 아닌 중산층 이상이라는 것. 작은 업체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자금난 또한 이들의 날개를 잡고 있다. 김 발행인은 힘들 때마다 "우리 말과 아이들의 삶을 가꾸는 것이 가장 힘있고 값진 운동이라는 사실을 되새긴다"고 말한다. 일반대학 영문학과 출신인 그의 말을 들으면서 '교사도 아이들만 없으면 할만한 직업'이라고 농을 주고받는 내 자신의 작은 모습이 떠올랐다. 딸에게 자랑할 수 있는 어린이신문 그는 최근에 딸을 얻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다짐이 하나 늘었다. 그의 꿈은 이루어질 것인가. 어린이신문 문제는 교사인 우리들의 문제다. <굴렁쇠> 연락처: 광주광역시 북구 일곡동 876-5 전화 062-574-6101. 이 기사는 월간<우리아이들> 12월호에 쓴 것입니다. | ||||||||
| 2003/11/25 [13:59] ⓒ 윤근혁의 교육돋보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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