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6일 수요일

'전교조 뻥튀기', 착각 또는 거짓말?

<조선일보>의 해괴한 논리, 뻥튀기가 참교육이라니
 
윤근혁
 
정말로 착각이 심하면 헛것이 보이는 것일까. <조선일보>가 보도한 고교등급제, 사립학교법 관련 사설과 기사 내용이 왜곡보도와 막말을 일삼아 도를 지나쳤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성적 부풀리기, 전교조 없는 특목고·자립형사립고에서도 성행

▲ 조선일보사
ⓒ2004 오마이뉴스 권우성
지난 13일치 이 신문 '전교조 치하에서 한국교육을 해방시키자'란 제목의 사설을 펴보자.

"내신 뻥튀기는 교사와 학생이 공범 관계로 저지르는 일종의 사기극이다. 이것이 전교조의 간판인 '참교육'의 실상이다. …이 전교조의 지령에 꼭두각시처럼 끌려가면서 교육부는 학력격차를 반영한 대학에 대한 감사와 제재를 밀고 나가고 있다."

이 신문은 15일치 사설에서도 성적 부풀리기 실태를 설명한 뒤 "전교조는 전 국민 앞에서 대답해야 할 때다. 누가 내신 사기의 주범인가"라고 몰아붙였다.

사설은 '내신 뻥튀기'를 곧 "전교조의 간판인 참교육의 실상"으로 연결하고 있다. 전교조에서 주장한 민족·민주·인간화 교육이란 참교육 기치에 대해 도덕성 시비를 걸고 나선 것이다. 과연 이 말이 맞는 것일까.

현재 전교조 조합원은 전체 초중등 교사의 25% 정도. 고등학교는 이 보다도 작아 15%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의 주장대로라면 우리나라 2031개 고교 가운데 성적 부풀리기를 한 전체 학교에 전교조 조합원이 있어야 한다. 그것도 다른 교원단체에 견줘 학교마다 숫자가 턱없이 적기 때문에 그 '운동꾼'들이 죽자살자 '성적 부풀리기를 하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는 교장'과 맞서 싸워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조선>의 이 같은 희망섞인 추측은 사실과 달랐다.

국회 교육위 안상수(한나라당) 의원이 18일 발표한 '7개 시도교육청 과목별 절대평가 학생수 현황'만 확인해도 이런 보도는 허망한 것임이 드러난다.

안 의원이 성적 부풀리기 고교로 꼽은 36개 가운데 전교조 조합원이 단 한 명도 없는 학교가 6개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합원이 전체 교사의 한 두 명에 그쳐 물리적으로 있으나 마나 한 고교도 두 개 학교였으니 모두 8개 학교가 사실상 '전교조 활동'이 없는 셈이다.

더구나 안 의원 주장대로라면 성적 부풀리기는 특목고와 자립형 사립고가 더 심한데, 이런 특수 학교일수록 전교조 조합원은 무척 적은 형편이다.

실제로 전체 3학년 학생 351명 가운데 81.4%나 되는 286명에게 체육 '수'를 몰아준 전북 S 자립형사립고의 경우 전체 교사 75명 가운데 전교조 조합원은 아예 없었다. 이 학교는 국어 166명(47.3%), 영어 121명(34.4%), 수학 151명(43%)에게도 각각 최고 단계인 '수'를 줬다.

이 밖에도 안 의원이 공개한 고교 36개 가운데 전교조 조합원이 없으면서도 성적 부풀리기가 진행된 것으로 보이는 학교들은 다음과 같다. 경기 지역 K고(교사 34명), G고(확인 안됨), Y고(교사 48명). 인천지역 S고(교사 87명). 전남지역 B고(교사 34명). 전북지역 S고(교사 75명).

물론 안 의원 자료 가운데 전교조 조합원이 상당수 있는 학교들도 성적 부풀리기가 있었다. 경남 J고, 전남 Y고, 경기 T고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렇게 따져보면 전교조 조합원이 있든 없든 성적 부풀리기는 학교장 방침과 학부모의 요구에 따라 여전했음을 알 수 있다. <조선>식 주장대로 '성적 뻥튀기' = '참교육의 실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성적 부풀리기 문제는 누구도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제도를 만든 교육부, 평어(수우미양가식 평가)만을 반영한 일부 대학, 실제 부풀리기를 벌인 교사, 부풀리기를 요구한 교장과 학부모 모두 공범인 셈이다.

이에 따라 "제도와 사람의 문제를 갖고 자신들의 주장과 다른 의견을 지닌 단체를 공격하는 것은 상식밖"이라는 교육계 안팎의 의견도 일고 있는 것이다.

▲ 수십개 단체 기자회견을 전교조 기자회견으로 축소 보도한 조선일보 13일치 A10면.
ⓒ2004 조선일보PDF
<조선>의 눈에는 왜 전교조만 보이는가

이 밖에도 <조선> 등 몇몇 신문은 기자회견을 주최한 단체를 애써 감추는 보도를 벌이기도 했다. 다음은 이 신문 13일치 보도 내용.

전교조는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고려·서강·성균관·한양·이화여대가 논술·심층면접을 변칙적인 본고사로 실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또 이 문제들의 난이도가 고교 교육과정을 넘어서는 것이어서 수험생들이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고교 교육과정을 파행으로 이끌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을 한 곳은 '올바른 대학입시제도 수립을 위한 교육·시민·사회단체 대표자회의(대표자회의)'. 현재 대표자회의엔 WTO교육개방 저지와 교육공공성 실현을 위한 범국민교육연대(44개 시민단체),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20개 시민단체), 사립학교법 개정과 부패사학 척결을 위한 국민운동본부(30개 시민단체, 사학법개정운동본부), 문화연대 등 수십여 단체의 대표자들이 속해 있다. 그런데 이들 단체를 깡그리 무시하고 전교조 단독 기자회견처럼 축소 보도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정명신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대표는 "현장에서 기자회견 모습을 눈으로 본 기자들이 이런 기사를 썼다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면서 혀를 찼다.

<조선>의 해괴한 보도 시리즈는 사립학교법 개정 논란을 다룬 사설에서 절정을 이룬다.

21일치 사설 내용도 "정부 여당은 이런 사학재단의 일부가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는 전교조 등 교원단체의 주장을 받아들여 사학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라면서 "그래서 교사와 학부모가 참여하는 학교운영위원회에 실질적인 의사결정권을 부여하고 재단이사의 3분의 1을 그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추천한 사람들로 채우도록 하고 있다"고 단정했다.

하지만 이 정도의 표현은 그래도 약과다. 올 7월 31일 <조선> 사설은 사립학교법을 바라보는 이 신문의 의식수준을 잘 가늠하게 해주고 있다. '정부 여당이 전교조의 주장대로 사립학교법을 만들고 있으니 김일성의 항일유격대 활동을 학습하게 될 것'이라는 게 그 뼈대다.

전국 학교의 83%는 '김일성의 항일유격대 학습 받는다'?

<조선>은 이날 사설에서 "열린우리당은 전교조의 주장을 대폭 받아들여 교사가 참여하는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예산 등 학교운영에 관한 실질적 결정권을 갖게 하고, 교원을 신규임용할 때에는 교사회 멤버가 다수를 차지하는 교원인사위원회가 제청토록 했다"면서 "한마디로 사립학교의 운영권을 교사들에게 넘겨주겠다는 뜻이다. 말이 좋아 교사들에게 넘긴다는 것이지 실제는 전교조가 이 나라의 학교와 교육을 완전히 접수한다는 이야기"라고 적었다.

이어 이 신문은 "이제 이 나라의 초·중·고등학교에서 우리의 아들딸들은 조국의 부끄러운 모습만 집중적으로 교육받고, 6·25전쟁을 일으켜 수백만 명의 사람 목숨을 앗아간 김일성의 항일유격대 활동을 학습하고, 미국 등의 동맹국이 추악한 나라라는 교육을 받으면서 대한민국의 신 국민’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사설은 '정부여당이 사립학교법에서 학교운영위원회를 심의기구로 만들며 교원인사위원회를 두기로 한 것'을 놓고 이렇게 상상의 나래를 펼친 것이다. 하지만 정부 여당 안은 국공립학교의 논의 구조 가운데 일부만을 그대로 따온 것에 지나지 않는다.

현재 전국의 국공립 초중등학교에는 심의기구인 학교운영위원회와 자문기구인 교원인사위원회가 있다. <조선>식 사고구조라면 전국 1만344개 학교 가운데 83.3%를 차지하는 국공립학교 8623개가 '김일성의 항일유격대 학습'을 받고 있는 셈이다.

현재 우리나라 학교운영위원회 구성은 학부모와 지역위원 그리고 학교 관리자가 70% 정도를 차지하며 교사들은 30% 가량 된다. 이 교원 가운데서도 전교조 조합원은 사실 찾기가 쉽지 않은 상태다.

사정이 이런데도 학교운영위원회가 실시된 10여 년 전부터 이미 국공립학교는 적화된 세상이 된 것일까. 유럽지역은 학교운영위원회에서 학교 운영 사항을 의결하는 것은 물론, 학교장까지 뽑고 있다. 말 그대로 '적화 교육'을 확실히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조선>의 눈으로 본다면 학교는 온통 붉게 물들어 있는 셈이다

▲ 조선일보 10월 21일치 A4면.
ⓒ2004 조선일보PDF
이런 <조선>의 보도에 대해 송원재 전교조 대변인은 최근 주간 <교육희망>에 적은 '조선일보, 미치고 환장하다'란 제목의 글에서 다음처럼 주장했다.

"자꾸만 오른쪽으로 가다보면 세상이 온통 왼쪽으로 기울어진 듯 착각하기 마련이다. 착각이 심하면 헛것이 보인다. …스스로 착각을 깨달으면 다행이지만, 끝내 착각에서 헤어나지 못할 경우 조선일보는 정말 미치고 환장해버릴지도 모른다."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2004년 10월 21일치에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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