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5일 화요일

조선일보 때문에 승진했다?

시행 3년 교육부 '올해의 스승상' 특혜 논란
 
윤근혁
 
지난해 12월 23일 전국 1만여개 초·중등학교는 일제히 A4 용지 한 장 짜리 팩스문서를 받았다. "함께 축하해 주세요. 교육부 선정, '올해의 스승' 15명 중 14명 교총 회원!" 이같은 내용이 먹 바탕에 큼지막하게 박힌 문서였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회장 이군현, 한국교총)가 만들어 보낸 이 문서를 받아든 교사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왜 정부에서 주는 상을 특정 교원단체 회원들이 휩쓸었을까. 이 단체 회원들만 스승이란 말인가.'

▲ 한국교총에서 지난 해 12월 23일 전국 학교에 보낸 팩스.
ⓒ2003 윤근혁
전국 학교로 날아든 '스승상' 자축 팩스

교육부가 회원수 실적을 집계한 최근 통계자료에 따르면, 한국교총 회원수는 교장(교감)과 교사, 그리고 대학교수를 모두 합쳐 16만여명. 이를 평교사(전체 33만여 명)로만 한정하면 '전교조 회원수인 9만3천여 명과 거의 같다'는 게 일반의 분석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특정 단체 회원들을 위한 밥상을 왜 교육부가 '올해의 스승상'이란 이름으로 차렸을까. 이 상을 둘러싼 논란이 올해 시상을 앞둔 시점에서 다시 일고 있다.

이 '올해의 스승상'은 교장, 교감이 아닌 평교사들한테 상금 1천만원과 함께 연구평정점(승진점수) 1등급까지 주는 등 파격 대우를 한다. "승진점수까지 주는 상은 이 상이 유일무이하다"는 게 실무 진행을 맡은 교육부 학교정책기획팀 쪽의 설명이다.

▲ 조선일보 홈페이지의 스승상 관련 사이트.
ⓒ2003 조선닷컴
2001년 한완상 교육부 장관 시절 '평교사 사기 진작방안'에 따라 처음 시작한 이 상은 지난 해부터 특정 언론사와 공동 주최하면서 논란에 불을 당긴다. 그 언론사는 바로 <조선일보>.

지난해 2월 당시 이상주 교육부장관은 취임 1개월만에 실·국장회의까지 열어 이 상을 <조선일보>와 공동 주최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이처럼 교육부와 특정언론사가 한 몸으로 주는 상은 처음이었다.

이상주 장관이 실·국장 회의 통해 결정

이 실·국장회의에 참석한 한 인사는 "당시 교육부가 상금을 줄 돈이 없었는데 조선일보 쪽에서 상금과 진행비까지 대주겠다고 해서 반갑게 같이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2회 대회부터는 주최자가 '교육부, 조선일보, 방일영 문화재단'이 된 것.

지난해 이 상에 응모한 이들은 모두 208명. 이 가운데 15명을 가려내는 일을 총책임진 심사위원장은 정원식 전 국무총리가 맡았다. 그는 국무총리 재직시절 전교조 소속 교사 해직과 외대 '밀가루 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장본인이다.

다음은 지난해 12월 28일치 <조선일보> 기사.

"시상식에는 심사위원인 이택휘 서울교대 총장, 이상갑 경복고 교장, 남암순 서울쌍문초 교장, 이수일 교육부 학교정책실장, 안병훈 조선일보 대표이사 부사장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심사위원 상당수가 한국교총 산하조직인 교장단 대표이거나 <조선일보> 관계자였던 셈이다.

<조선일보> 요구로 정원식씨 심사위원장으로 임명

▲ 올해 5월 14일치 신문 1면에 나온 조선일보 사고.
ⓒ2003 조선닷컴
그럼 심사위원장은 누가 위촉했을까. 이 상을 담당하고 있는 교육부 학교정책기획팀쪽은 "심사위원은 우리가 위촉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취재 결과 지난해 <조선일보>가 정원식 전 국무총리를 심사위원장으로 위촉해 달라고 요구했고 교육부가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상의 전후맥락을 잘 아는 교육부 관계자는 "<조선일보>가 정원식씨를 심사위원장으로 넣어달라고 말한 것은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조선일보> 문화사업본부 실무 책임자는 "정원식 전 총리를 우리가 추천한 것은 잘 모르겠지만 교육부와 상의해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상 대상에 대해 "신청서류에 교원단체를 적는 난이 없는데 어떻게 특정 교원단체만 상을 줄 수 있었겠냐"면서도 "전교조 교사들이 조선일보가 주최하니까 응모도 하지 않았을 수는 있다"고 자사 행사에 대한 일각의 '보이콧 움직임'을 인정했다.

이처럼 <조선일보> 입맛에 맞는 심사위원 선정 의혹과 더불어 형평성에 대한 지적도 많다.

현재 교육상은 이 상 말고도 <한국일보>가 주최하는 한국교육자대상, <국민일보>의 남강교육대상, <서울방송>의 SBS교육대상 등이 있다. 하지만 이 상들은 교육부가 공동 주최하지 않을 뿐더러 근무평정점이란 큰 혜택도 없다.

지난해 <조선일보>가 7월 27일치 신문의 사고에 '올해의 스승상 제정' 사실을 싣자 이들 언론사들은 거세게 교육부에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타 언론사들도 거세게 반발... 형평성 논란

22년째 한국교육자대상을 진행하고 있는 <한국일보> 실무 책임자는 "<조선일보>와 교육부가 공동주최로 교육상을 주는 행위는 형평에 어긋날 뿐더러 기존 언론사와 교육부 사이의 도의에도 벗어나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교육부 학교정책기획팀 관계자는 "모든 언론사들과 함께 스승상을 공동 운영할 수는 없는 일 아니냐"면서 "지난해 초 <조선일보>가 먼저 제안을 했기 때문에 공동 주최한 것이지 별다른 뜻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조선일보> 문화사업팀 실무 책임자는 "<조선일보>가 하니까 발목을 잡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면서 "솔직히 1억5천만원이나 쓰면서 행사를 진행할 수 있는 언론사가 있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돈은 돈대로 쓰면서 좋은 상이라고 생각해 (조선일보가) 교육부 행사에 대해 재정부분을 떠맡고 있는 것이지 무슨 특혜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 스승상 시상식을 다룬 지난해 12월 28일치 조선일보 기사.
ⓒ2003 조선닷컴
올해도 '올해의 스승상'을 12월에 수여하기 위해 조선일보는 5월 14일치 1면에 '사고'를 냈다. 교육부도 지난 달 27일 각 학교에 공문을 보내고 자체 홈페이지에 이 내용을 싣는 등 대대적인 홍보활동에 들어갔다.

대회 따로 여는 편법으로 나온 '거대' 승진점수 1점

교육부와 <조선일보>는 '2003년 올해의 스승상 운영계획'이란 문서에서 시상의 대상을 "교단에서 묵묵히 교육활동을 펼치는 교사"로 삼았다. 하지만 '교단에 묵묵히 서 있는 교사'한테 교단을 떠나도록 조장할 수도 있는 '승진점수'를 주는 파격과 관련 편법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말 교육부 학교정책기획팀 장학관이었던 H 현직 교장은 "교육부가 세금 탈세로 가장 비교육적인 행위를 한 <조선일보>랑 상을 같이 주는 것도 문제지만 평교사를 우대한다면서 웬 승진점수를 준다는 소리냐"고 일침을 가한 바 있다.

현재 포상규정에 시상 관련 승진점수를 줄 수 있는 조항은 없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연구평정점을 주려는 고육지책으로 '올해의 스승 교육발전연구 실천대회'를 따로 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수상자들 15명은 모두 올해 1월에 연 이 실천대회에 참가했고 '약속된 대로' 승진점수 1점씩을 받은 것이다.

"타당성과 공정성 모두 잃은 특혜 시상"

이 상에서 주는 연구평정점 1등급은 점수로 환산하면 1점. 서울 신목초 교무부장인 김아무개 교사는 "이 교육부 1등급을 받는 일은 평정점수 소수점 아래 세 자리로도 희비가 엇갈리는 형편에서 하늘에서 별을 따다 주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승진을 앞둔 교사들한테는 엄청난 파격과 특혜라는 얘기다. 더구나 이에 더해 이 상은 1천만원이란 사상 최대의 상품까지 안겨주고 있다.

이처럼 특별한 논문과 실천연구보고서를 제출하는 것도 아닌 시상식에서 연구승진점수를 주는 일은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전교조 송원재 대변인은 "특정언론사가 주최하는 교육상에 연구평정점이란 이름으로 승진점수를 주는 일은 타당성과 공정성 모두를 잃고 단지 특혜를 주기 위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교육부, 왜 특정 언론사에...

<조선일보>는 2001년 동인문학상 주최를 둘러싸고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 당시 문제를 제기한 쪽에서는 '특정 언론권력이 문화권력화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제 교육부문에서도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사상 최대의 특혜를 주는 상이 <조선일보> 손을 거쳐 교사들한테 전달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상 수상 여부가 교장과 교감 승진을 좌우하는 노릇을 하고 있는 상태다.

이 상에 대해 실무를 담당하는 교육부 관계자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조선일보>와 끝까지 스승상을 함께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동인문학상을 담당하는 <조선일보> 주무부서는 이번 스승상과 같은 문화사업본부. 하지만 이 스승상이 동인문학상과 차이가 있다면 정부부처인 교육부가 이 언론사와 공동 주최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금 1억5천만원 중 교육부 예산은 '0원'
"돈 대주는 언론사와 함께 한 게 잘못인가" 교육부 반론

'올해의 스승상'은 올해로 3회 째다. 이 상을 주기 위한 교육부 예산은 얼마일까. "3년 연속 단 돈 한푼이 없었다"는 게 교육부 학교정책기획팀의 설명이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교육부 관계자의 설명도 이해할 만하다.

"시상은 해야겠는데 상품을 줄 돈이 없었다. 그래서 내놓은 방안이 승진점수였다. 그런데 2회 스승상부터는 <조선일보>가 한 사람당 1천만원씩 모두 1억 5천만원을 대겠다는 제안을 했다. 이를 받아들인 게 뭐가 잘못인가."

올해 6월 교육부는 기획예산처에 낸 '예산 요구 개요'에서 이 상과 관련 4억의 예산을 신규로 편성해 신청했다. 하지만 기획예산처는 신규사업 동결방침에 따라 '삭감해 버렸다'고 교육부 관계자는 전했다.

그럼 '돈 때문에 <조선일보>와 손잡았다'고 토로한 교육부는 예산이 편성되면 잡은 손을 놓을 것인가. 물론 아니다.

학교정책기획팀 담당자는 "<조선일보>와는 예산이 편성되더라도 함께 갈 것"이라면서 "내년 예산에 4억원을 넣은 것은 수상자 상금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회 운영과 시상식 비용만을 뽑아 놓은 것이었다"고 말했다. / 윤근혁 기자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7월 4일치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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