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4일 화요일

조합원교육 ‘최다, 최고의 강사’

만남/ 하종강 한울노동문제연구소장
 
윤근혁
 

“몸이 쭈뼛쭈뼛했어요.”
지난해 여름 어느 날 밤, 인천 영종도에 있는 을왕리 해수욕장에 찾아온 어느 강사의 강연을 듣고 한 교사가 뱉은 소감이다. 이 교사는 “그의 말을 듣고 우리들이 전교조에 참여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 있고 자랑스러운 일인지 깨닫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 날 이 강사는 전교조 서울 초등남부지회 소속 집행부들 앞에서 두 시간 넘게 때로는 물 흐르듯 잔잔하게, 어떤 때는 폭포에 물 떨어지듯 힘차게 말을 이었다. 그가 바로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는 ‘우리 나라 최고의 노동교육 전문 강사’인 하종강(48) 한울노동문제연구소장이다.

하 소장은 합법 전교조 3년 동안 전교조 조합원 교육에 가장 많이 나선 외부 강사다. 지회강연, 지부행사, 이제는 학교별 분회의 강연요청이 줄을 잇고 있다.

1년에 3백여 차례 이상 노동교육을 다니며 노동자들을 만난 지 20년이 된 하 소장. 전교조 합법화 이후 그의 수첩엔 전교조 강연 일정도 빼곡히 적혀 있다.

지난 달 26일 저녁 서울 강동구민회관 옆 한 식당에서 하 소장을 만났다. 그는 이날도 서울강동지회(지회장 유문조) 교사들 2백여 명 앞에서 ‘노동자와 정치’란 강연을 한 직후였다.

그는 ‘전교조 행사 강연은 대강 몇 번이나 한 것 같냐’는 첫 물음에 한참을 고민했다.
“저는 제가 강연을 몇 번 했는지, 강연을 들으러 몇 분이 오셨는지 헤아리지 않으려고 해요. 그 자체가 노동자를 계량화하는 일이라는 생각 때문이죠. 한번은 어느 분회에 갔는데 저랑 분회장이랑 두 명밖에 없더라고요. 그래도 한 사람의 가치는 수천 명이 모인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며 그저 열심히 말했지요.”

하 소장의 강연을 들은 교사들은 마치 노동소설을 읽는 것처럼 술술 머리에 박힌다고 말한다. 이는 그가 생생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가며 감동을 주는 강연을 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는 전교조 조합원 앞에서 강연할 때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선생님들은 참 순수해요.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자본주의의 때가 덜 묻었어요. 나를 바라보는 눈빛을 보면 금방 알아차릴 수 있죠.”
그래서 하 소장은 교사들 앞에서 강연할 때면 목이 잠길 때가 많단다. “이야기를 집중해서 듣는 선생님들 앞에서 스스로 감동을 받기 때문”이다.

이는 조선·동아일보를 비롯한 일부 보수언론이 전교조를 비난할 때마다 ‘교사들의 이기주의’를 탓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태도다.

“노동조합이 처우개선을 강조하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아주 천박스럽거나 몰지각
한 행동으로 몰아 붙이는 것은 경제 정의 실현을 두려워하는 자본과 권력의 술수이고 음모죠. 사람들에게 그렇게 가르치면서 자신들은 정작 뒤에서 돈을 챙긴 게 얼마나 많았나요.

대우그룹의 김우중 회장이 혼자 세탁한 검은 돈의 액수가 무려 25조원이었어요. 이 가운데 1조원만 덜 챙겼어도 대우자동차를 살릴 수 있는데요. 인류 역사의 발전 과정은 어찌 보면 바로 이 ‘돈 문제’가 평등하게 실현되는 것을 추구하는 과정이죠. 노동조합인 전교조가 조합원의 경제 이익을 추구하는 일은 역사발전을 위해서도 정당한 것입니다.”

일부 교육관료와 몇몇 교장·교감은 ‘전교조 선생님들이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는 최근 어느 글에서 다음처럼 강조했다.

“남사당패의 줄광대는 줄 위에 올라갈 때 손에 부채 하나만 들고 올라간다. 줄광대의 부채는 언제나 광대의 몸이 기울어지는 반대편으로 펼쳐져야 한다. ‘나는 언제나 공정하게 중립을 유지할 거야’ 잘난 척하며 부채를 가운데로 펼 것만 고집하다가는 바로 떨어져버리고 만다. 나의 모든 말과 행동은 우리 사회가 기울어지는 어느 쪽으로 펼쳐지고 있는 부채인가. 항상 그것을 생각하며 살자.”

합법 전교조를 비판하는 말 가운데 ‘예전과 같은 전교조가 아니다’는 소리도 많다. 이에 대한 하 소장의 판단은 단호하다.
“예전엔 전교조는 이름만 노동조합이었지 결사조직이었어요. 노동조합이 아니었죠.”

그의 말은 다음처럼 이어진다.
“합법화 이후 조합원이 열 배가 늘은 전교조 모습이 이처럼 단결력을 보이는 것만 해도 노동조합으로서 엄청난 것이지요. 노동조합엔 보험 삼아 가입한 사람도 있고 동료 눈총 때문에 떠밀려 들어온 사람도 있는 법이에요. 문제는 노조활동으로 의식을 끊임없이 높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한 것이지요.”

하 소장은 “노동조합으로서 경제 이익을 추구하는 일은 기본이고 교사이기에 아이들을 잘 가르치기 위한 참교육실천활동도 소중하다”고 지적했다. 하기에 다음과 같은 말도 빼놓지 않았다.

“전교조 선생님들이라도 아이들한테 균형 잡힌 노동교육을 시켰으면 좋겠어요. 사회책 속에 나온 노동 3권을 외우도록 하는 게 아니라 장차 노동자가 될 학생들이 가슴에 품을 수 있도록 여러 교과에서 지도했으면 해요. 학교에서 노동교육을 받지 못한 교사들은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이기도 합니다.”
 
  *이 기사는 주간<교육희망> 2002-07-03 제312호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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