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6일 수요일

주최단체 간부 자녀가 '대통령상'?, 서울교육청 공동주최, 교육부 조사

인추협 사무총장 등 자녀에 상 몰아주기 의혹
 
윤근혁
 
특정 시민단체가 서울시교육청과 공동으로 대회를 열면서 이 단체 핵심 간부를 비롯 같은 단체 소속 학부모회 자녀들이 대통령상 등 최고상을 몇 해에 걸쳐 받은 것으로 드러나 '상 몰아주기'가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더구나 이 시민단체를 사실상 대표해 온 사무총장의 자녀(고3)는 대학입시를 앞두고 대통령상과 교육감상을 잇따라 받아 대입특혜 의혹까지 일고 있는 등 파문이 확산될 전망이다.

아버지 단체 주관 행사에서 대통령상·국무총리상·서울시장상 등 휩쓸어

▲ '눈눈수월래' 관련 수상자 명단과 서울시청에서 만든 행사 지원 문서.
서울시 교육청과 관련 교사들, 그리고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학사모) 관계자들에 따르면 교육청과 함께 행사를 주최한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인추협) 고 아무개(49) 사무총장의 자녀는 지난 해 11월 '사랑의 일기 큰잔치'에서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받았다. 이어 올해 5월엔 같은 단체가 연 '눈눈수월래' 경연에서 서울시 교육감상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수상자 명단'을 보면 이 학생은 97년에도 '사랑의 일기 큰잔치'에서 당시 최고상인 국무총리상을 받았으며 2002년 '눈눈수월래' 행사에서는 서울특별시장상을 받는 등 해당 단체가 주관한 행사의 큰 상을 휩쓸었다. 고 사무총장은 현재 인추협과 사무실을 같이 쓰고 있는 '안티 전교조 단체'인 학사모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또한 인추협 소속 학부모회 고위간부 출신 최 아무개, 이 아무개씨 자녀는 '사랑의 일기 큰잔치'에서 환경부장관상과 행자부장관상을 각각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기자가 무작위로 탐문 취재한 결과로 전체 명단을 대상으로 확인할 경우 이 단체 소속 간부들 자녀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이 단체 관계자는 "학부모회 자원봉사에 참여한 간부들 자녀 상당수가 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처럼 행사 주최 쪽 자녀들이 상을 받은 것이 드러남에 따라 도덕성 시비는 물론 '대학 수시 특별전형' 공정성 논란도 일 것으로 보인다.

인추협 쪽이 밝힌 지난 해 '사랑의 일기' 응모자 수는 전국 초중고생 168만명. 인추협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교사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심사를 하는 모습을 취하긴 하지만 심사 과정이 공개되지 않고 핵심 간부의 입김이 작용한다는 등 뒷말이 많았다"고 밝혔다.

인추협 전임 간부도 "학교에서 학부모회 간부 자녀가 상을 타면 오해를 받듯이 인추협 간부 자녀들이 상을 많이 받다보니 주변에서 안 좋은 소리도 들린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고 아무개씨 '이상한 처신'에 서울교육청 발 빼기

▲ 사랑의 일기 큰잔치 행사 홈페이지.
사정이 이런데도 행사를 공동 주최한 서울시교육청은 심사 과정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26일 "학교장 추천을 받고 인추협에서 공적조사를 받은 것이어서 문제가 없는 줄 알았다"고 발뺌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26일 전화 통화에서 "사랑의 일기와 눈눈수월래는 서울교육청이 공동 주최하는 행사가 맞다"면서 "여태까지 서울교육청에서 수상자에 대한 특별한 조사를 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교육부 중견간부는 이날 "상황을 파악한 뒤 대책마련에 착수하겠다"면서 "만약 행사를 주최하면서 대입을 앞둔 자녀에게 대통령상을 받게 하는 등 부도덕한 일이 벌어졌다면 대입전형에 활용할 수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지난 해 초 참여정부 출범 때부터 고 아무개씨를 학사모 대표 자격으로 교육부 각종 위원회에 참여시켰으며, 올 5월엔 4급 이상 고위 간부 연수에 초대해 강연까지 들었다.

이 같은 사실에 대해 교육시민단체들은 '언젠가는 터져야 할 곪은 부분이 터졌다'면서 진상파악과 책임자 문책을 교육당국에 요구했다.

서울 ㅇ고 김 아무개 교사는 "대학마다 차이는 있지만 전국대회 대통령상은 수시 모집은 물론 정시에서도 선발전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면서 "자기 자녀에게 상을 준 행위는 일종의 입시부정 사건"이라고 말했다.

인추협 "상 줄만 해서 줬으니 특혜 없어"

반면, 인추협 고 사무총장의 해명을 듣기 위해 26일과 28일 일곱 차례에 걸쳐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인추협 산하 학부모회 회장을 역임한 최아무개씨는 "인추협 교사회에서 교사들이 자체 심사를 해서 진행된 것이기 때문에 공정성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최씨는 또 "총장님은 원래 자녀에게 상을 주려고 하지 않았지만 (자녀가) 만화일기 책을 내는 등 워낙 인성과 실력이 뛰어났다"면서 "우리가 판단하는 기준은 글쓰기 실력보다는 인성"이라고 강조했다.

확인 결과 '○○○ 만화일기'란 책은 고 총장의 자녀가 97년 국무총리상을 받은 후 직접 제작한 것이 아니라 전문 만화작가가 만화를 그려 주는 형태로 참여해 만든 것이었다.

스스로를 인추협 관계자라고 밝힌 김아무개씨는 "우리 스스로 고 사무총장님의 자녀에게 상을 주는 일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응모한 다른 아이들도 수상을 많이 했기 때문에 특혜를 받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사랑의 일기'와 '눈눈수월래'는 무엇?

▲ 인추협이 만들어 돌린 사랑의 일기장.
ⓒ인추협
인추협은 자체 홈페이지에서 "사랑의 일기 운동은 인간성 회복을 위해 매년 전국 단위의 공모를 통해 일기 쓰기를 하는 인성교육의 일환"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좋게 91년부터 출발한 행사가 시상 문제로 도마 위에 올랐다.

인추협이 주최하는 '사랑의 일기'는 말 그대로 상 잔치다. 대통령상 1개 부문, 국무총리상 3개 부문을 포함 교육부장관상, 환경부장관상 등 장관급 상만 43명에게 준다. 시도 교육감상과 시도지사 상까지 합치면 수상자는 부쩍 늘어난다.

이 단체는 2002년 '사랑의 일기쓰기 재단'을 서울교육청에 공익법인 형태로 등록했다. 유인종 서울시교육감은 이 단체에서 만든 홍보전단에 쓴 인사말에서 "서울시교육청은 인추협과 함께 민간 합동의 공익재단 '사랑의 일기 재단'을 창설한다"면서 "재단출범을 계기로 민간과 교육행정기관 양 축에서 전개해 온 운동은 상승효과를 내며 발전해 나갈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이 달 30일 마감되는 '사랑의 일기' 행사에서도 초등교육과 소속 직원을 배치하는 등 공동 주최자 역할을 하고 있다. 인추협에서 여는 '눈눈수월래' 행사 또한 서울교육청 중등교육과에서 업무를 맡고 있다.

현재 사랑의 일기재단엔 인추협 고 사무총장과 국회의원, 언론사 사장, 방송사 보도본부장 등 고위인사가 발을 담그고 있는 것으로 자체 사이트에서 소개하고 있다.

'눈눈수월래' 또한 인추협이 주최하고 있는 눈쓸기 경연대회다. 서울교육청에서 3천만원, 서울시청에서 3천만원 등이 행사비로 지원되고 있다. 하지만 이 행사를 놓고 자금 유용 의혹 등으로 학사모 전임 대표를 비롯 전임 간부들이 고 사무총장을 종로경찰서에 고발해 놓은 상태다. / 윤근혁 기자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2004년 6월 29일치에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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