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비군 훈련장에서도 질문 받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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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회계제도에 대해 질문할 게 있습니다." 2월 8일 오후 4시 10분, 서울 경복여자정보산업고등학교 강당. 서울강서교육청이 연 학교운영위원 연수장은 주최측의 질문 봉쇄에 참석자들이 항의하면서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런 실랑이는 결국 참석한 학교운영위원 90%가 항의의 표시로 연수장을 빠져나가면서 마무리되었다. 해마다 서울교육청에서 여는 학교운영위원 연수. 교육청 학운위 연수라야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것을 알기에 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교원위원인 나는 교육청 방침을 따르기 위해 어쩔수 없이 가야 했다. 서울강서교육청에서 이날 오후 3시부터 주최한 연수는 지난 해와 달리 썰렁한 분위기였다. 겨우 200여명 가량 되는 학교운영위원(교원위원과 학부모위원들, 지역위원)들이 참석했을 뿐이다. 지난 해 600석 규모의 강당을 꽉 채운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강서교육청은 이 지역 초중고로 내려보낸 2월 3일자 공문에서 "새로 도입되는 학교회계제도 및 변화되는 교육과정에 대한 학교 운영위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연수를 실시한다"면서 "운영위원들이 빠짐없이 참석할 수 있도록 조치하여 달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빠진 운영위원들이 적어도 75%는 돼 보였다. 이미 그 참석자 규모만 봐도 실패작이다. 첫 강의 주제인 '학교예산회계 제도'의 강사로 나선 왕아무개 강서교육청 관리과장은 고개를 숙이고 연수자료를 쭉 읽기에 바빴다. 강의시간 30여분 동안 참석자들을 쳐다 본 횟수를 손가락으로 꼽을 만한 정도다. 이날 참석자들에게 나눠준 연수자료는 이미 학교운영위원들이 지난해 12월에 받아 읽은 '학교회계길잡이'란 책을 그대로 옮긴 것. 참석자들이 졸거나 잡담을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옆에 앉은 서울 ㅅ초 학부모위원 박아무개(여. 33) 씨는 "지난해와 다를 바 없이 역시 성의 없는 연수를 하고 있다"고 불평했다. 두번째 강사로 나선 교육청 중등교육과장은 이전 강사에 비해 능숙한 말솜씨를 보였다. 강의 주제는 '서울교육청 새물결 운동'. 이 강사는 "2001학년도부터 서울교육 새물결운동 제2기 추진 원년으로 설정한다"면서 선거공약 발표하듯 말을 이어갔다. "갤럽의 여론조사를 보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모두 새물결운동에 대한 반응이 좋게 나타났다. 새물결운동은 교육방법에 대한 혁신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으며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 때부터 참석자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옆에 앉은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학부모위원은 "학교붕괴, 교실붕괴라고 하는데 저런 소릴 하고 있다"면서 혀를 끌끌 찬다. 이 때 퇴임교사라고 스스로를 밝힌 60대 중반의 한 참석자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우리나라 학교현실에 대해 말할 게 있다"면서 시간을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주최쪽은 "시간이 없다"면서 한마디로 거부했다. 장내가 소란스럽게 됐다. '현실에 맞는 말을 좀 들어보자'는 불만의 소리들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다시 주최측 방송이 나왔다. "질문이 아니기 때문에 들을 수 없습니다." 장내는 조용해지는 듯했다. 자리에서 일어선 퇴임교사도 엉거주춤 자리에 앉았다. "그럼 학교회계제도에 대한 질문을 좀 드리겠습니다." 중등학교 교원위원인 한 교사가 일어섰다. "질문은 개인적으로 나중에 하세요. 일정 관계로 못 받습니다." 주최 쪽은 갑자기 비디오를 틀었다. "이런 연수하려고 바쁜 교사들과 학부모들을 불러 왔어요?" 고함소리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참석자들은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주최측은 실내 전기를 모두 껐다. 그대로 앉아서 비디오를 시청하는 사람은 20여 명에 지나지 않았다. 향토예비군 훈련장에서 '반공교육'을 하는 교관도 강의 끝 무렵에 "질문 있냐"고 확인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이른바 학교민주화의 꽃이라고 자랑하는 '학교운영위원회'의 위원들을 대상으로 한 연수에서 질문을 막다니 이게 우리교육을 관장하는 교육청의 모습이기에 가슴이 답답했다. 학교 현장이 무너지는 데는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도 문제지만, 교육 공급자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그런데 우리 현실에서 교육공급자는 언론에서 크게 보도하는 것처럼 학교교사들인가? 아주 큰 오해다. 이제껏 교사들은 교육과정과 재량시간도 제대로 짜지 못했다. 교육을 자율로 공급한 적이 없는 것이다. 그럼 공급자는 누군가? 바로 위와 같은 교육관료들이다. 시골 반상회를 이끄는 이장만도 못한 민주주의 의식. 이것이 바로 일부 교육 관료들에 대한 개혁이 필요한 서글픈 이유이다. 2001/02/08 오후 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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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01/19 [22:14] ⓒ 윤근혁의 교육돋보기 |
2009년 8월 4일 화요일
질문 안받는 학교운영위원 연수장, 참석자 90% 항의퇴장 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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