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4일 화요일

학생 통일의식 차이 78.6%, 57.0%, 54.7%의 비밀―

누가 했나? 분단고착 의식화교육!
 
윤근혁
 

78.6%, 57.0%, 54.7%.
차례대로 나와 있는 수치는 '통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의 비율. 한국교육개발원이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지난 6월말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통일의 당위성'에 동의한 학생수가 초등학생은 10명 가운데 8명인 반면 중학생은 6명, 고등학생은 5명이었다.

교육 받을수록 작아지는 통일의지

이런 차이에 대해 많은 이들은 '큰 일'이라고 걱정한다. 청소년들의 통일의식이 한국전쟁을 겪은 기성세대만도 못하다는 것이다. 중앙일보가 올 8월 중에 발표한 결과만봐도 '통일이 반드시 이뤄져야한다' 고 답한 이가 전 국민의 71.2%.

더구나 통일의 당위성에 대한 긍정의 정도가 초등학생보다는 중학생이 중학생보다는 고등학생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현실에 대해 우려섞인 목소리는 드높다. 왜 학생들은 통일교육을 받으면 받을수록 통일의 당위성에 대해 고개를 젓게 되는 것일까.

학생들은 북한에 대한 정보를 주로 텔레비전과 같은 방송매체에서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7월에 벌인 전교조 설문조사(중복 응답)에서 학생들 10명 가운데 9명은 텔레비전, 5명은 신문이나 라디오에서 이와 같은 정보를 얻었다고 답했다. 교과서나 선생님한테서 정보를 얻는 이는 2명이었다.

이런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통일교육에 대해 교사들은 뒷짐만지고 있어도 된다는 소린가. 학교에서 학생들이 깨어있는 시간의 절반 이상을 보내고 있는데 학교에서 얻는 정보가 적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8월 14일 오전 서울 의정부 YMCA수련장. 통일을 생각하는 서울교사모임에서 연 통일교육직무연수에 참여한 60여 명의 교사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언론의 영향력 급증은 학교 통일교육의 무력화를 촉진했어요. 하지만, 교사들의 책임도 있다고 봐요. 교사들은 반공 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들로서 냉전 사고방식이 아직도 많거든요. 이는 학생들의 통일에 대한 흥미를 앗아가는 역효과까지 일으킨 것이지요"
전교조 통일국장인 이장원(서울 영신고) 교사의 말이다.

흥미 앗아가는 통일교육

"이제까지 통일교육은 반통일의식을 고취시키는 데 기여해왔다고 평가한다면 지나친 말일까요? 객관적 결과로 볼 때 통일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분단고착 의식화 교육을 해왔다고 볼 수밖에 없어요"
통일을 생각하는 서울 교사모임 회장 김민곤(서울 광양고) 교사의 지적이다.

이날 연수에 참석한 전국 초중고 교사들은 위 두 교사의 의견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은 '청소년들이 낮은 통일의식을 갖게 된 데는 교육당국의 책임도 크지만, 교사에게도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음'을 모두 인정한 것이다.

실제로 학생들은 전교조 설문조사에서 '학교통일교육에 흥미를 느끼냐'는 물음에 55.4%의 학생이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배운 기억이 없어 모르겠다'고 말한 학생도 14.5%나 되었다.

그럼 교사들은 어떤 통일교육을 해야 할까? 교육전문가들의 의견은 이 두 가지 말로 모인다. 역지사지와 실사구시.

'입장 바꿔 생각해봐'(역지사지)란 말은 노래가사처럼 남녀관계에만 쓸모있는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남북사이에도 합리적 상호이해교육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만길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8월 10일 교육개발원 정책포럼에서 "북한 사회를 우리 사회의 일부처럼 이해하여 포용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대상으로 인식해야 한다"면서 "북한 사회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우리 사회와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나름대로의 장단점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도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사구시의 관점 또한 통일교육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과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김민곤 교사는 "교사들 내면에 있는 냉전과 반북의식의 잔재를 비우는 일이 우선 진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입장 바꿔 생각해 봐'

이상만 중앙대 교수도 교육개발원 교육포럼에서 "우리의 주관적 판단에 의해 북한을 평가해서는 안되며 객관적 잣대로 평가하여 교육해야 한다"면서, 통일교육의 내용과 관련 "북한의 이질적 체제에 대한 비판 중심에서 북한 주민들의 생활 중심으로 초점이 바뀌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사들이 통일교육을 하면 할수록 학생들의 통일의식이 높아지는 날, 통일은 이룩될 것이다. 이는 통일시대를 사는 교사들의 몫이기도 하다. 
 
*이 글은 전교조신문 8월 23일자에도 함께 실린 기사입니다. 
 
2000/08/25 오후 7:27
ⓒ 2000 OhmyNews 

 

 
2003/01/19 [22:09] ⓒ 윤근혁의 교육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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