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4일 화요일

초등 교사는 불행, 아이들은 행복?

한 ‘방과 후 특별활동’ 선도학교 설문 뜯어보니
 
윤근혁
 

지난 19일 오후 서울일신초(교장 박명천) 시청각실. 올해 3월부터 벌인 선도학교 운영보고회가 이 지역 교사와 서울시교육청 장학관 등 1백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되고 있었다.

방과 후 특별활동 선도학교는 올해 서울시교육청이 ‘정규 수업 후 학생의 소질을 보충하는 기회 등을 제공하겠다’며 이 지역 44개 초등학교를 선도학교로 지정해 벌이고 있는 역점사업이다. <본지 301호 1면 참조>

이날 파워포인트로 꾸민 화려한 멀티비전 자막엔 다음처럼 적힌 글귀가 잇따라 나왔다.
“방과 후 특별활동 참여율 110.3%. 방과 후 특별활동은 학교에 얼른 가고 싶어하는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가 만들어질 것이다.”

이어 서울시교육청 초등교육과 김대성 장학관은 상기된 표정으로 다음처럼 말했다.
“참여율이 110.3%라는 보고를 듣고 깜짝 놀라 자빠질 정도로 어마어마한 수치였는데 본교 아이들이 참 행복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는 또 다음처럼 말을 이었다.
“본교 사례는 2년 뒤에 서울시교육청의 모범사례가 될 것입니다.”

과연 그럴까. 이날 참석자들에게 나눠준 전체 70쪽 분량의 운영보고서와 참관안내서엔 어찌된 일인지 올 5월 실시한 교사 대상 ‘만족도 설문조사’ 결과가 빠져 있었다.

그런데 이날 이 설문조사 결과를 우연히 입수하고, 결과를 즉석에서 분석해봤다. 전체 31개의 설문지 가운데 방과 후 특별활동에 ‘만족한다’는 의견을 나타낸 교사는 22.6%인 7명에 지나지 않았다.

이례적으로 이 설문지는 학년 반까지 적혀 있는 등 사실상 기명 공개 설문이었다. 연구발표회를 앞둔 설문조사라는 것을 뻔히 알고 있는 교사들이 이런 의견을 나타낸 것은 불만 정도가 무척 높다는 것을 반증한다는 게 주변 교사들의 얘기다.

실제로 이 설문지의 의견란에 15명이 의견을 적었는데 1개만 빼고는 걱정섞인 말이었다.

교사들은 이 의견란에서 다음처럼 불만을 쏟아냈다.
“아이들도 절대 희망자만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교사는 수업에만 전념하게“, “모든 교사가 특기적성을 하는 형태는 무리가 있지 않나 싶다.”, “주 2회 특기적성은 체력 면으로 부담스럽다. 개선책을 고려해 주었으면 좋겠다.”

이런 의견 가운데 1학년을 맡고 있는 한 교사가 적은 글은 선도학교 운영문제의 본질과 맞닿아 있었다.
“이 활동으로 아이들이 행복하고 즐거워할지 의심스럽고 사설학원 수강이 줄어들었는지, 오히려 학원 가는 시간만 늦어져서 (아이들이) 힘들고 고되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청소시간도 부족하고 학부모 상담 시간도 부족하다.”

서울시교육청은 새물결운동 관련 자료에서 ‘교사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그런데 이 설문결과는 방과 후 특별활동이 교사에게 ‘불행을 주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고 있었다.

  *이 기사는 주간<교육희망> 2002-06-26 제311호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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