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4일 화요일

초등 일제평가’는 가고 ‘기준 수업시수’는 온다

전교조위원장, 교육장관과 “초등교육정상화 방안” 합의
 
윤근혁
 

올해 초등 3학년 기초학력진단평가는 지역·학교·학생별 등수 자료를 일체 뽑아내
지 않으며 내년부터는 올해와 같은 일제 평가 방식이 사라지게 됐다. 또한 내년 안에 초등교사 기준수업시간을 법으로 정하며 유·초·중등 교사 수당 차별분 월 1만7000원도 인상하기로 했다.

전교조 이수호 위원장과 교육부 이상주 장관은 지난 11일 오전 교육부 부총리실에서 만나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초등교육정상화 방안에 대해 합의하고 11개 항의 합의문을 작성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전교조와 합의한 결과를 한국교총 등 교원단체에 통보했다.

이 위원장과 이 장관은 진단평가 관련 합의문에서 △지역, 학교, 학생별 서열화 자료 산출 일체 금지 △표집 대상 외 채점방법(OMR카드 활용)과 결과분석·활용 방법은 교육감이 교육현장의 의견을 반영하여 결정 △시험 표집 규모 최소 수준으로 조정 △내년부터 교육부는 표준화 문항 제공하고 학교 현장에서 활용 등을 명시했다.

특히 이날 합의 내용 가운데 시도교육감이 진단평가 채점방법과 결과 분석·활용방법을 정하도록 했으나, 11일 현재 주간<교육희망>에서 파악한 결과 서울·부산·대구·광주 교육청 등 15개 교육청은 전교조 지부의 활동으로 각 학교에 평가 권한을 위임해 놓은 상태다.

또한 이날 초등교육정상화 관련 합의문에 “기준수업시수를 2003년 3월 중에 마련하고 2003년 중에 법제화를 추진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로써 초등교사들의 염원인 주당 수업시수 19시간 실현을 위한 발판이 마련됐다.

이 밖에도 이날 면담에서 △교과전담교사 정원대로 확보 △유·초·중등 차별 수당 17000원 2003년에 인상 추진 △승진제도개선위원회 올 11월 중 구성 △초등교육발전위원회 상설 운영과 시·도 교육청에도 설치 권장 △급식 지원확대와 학습준비물 예산 편성 △특별실과 교사 탈의실 설치 등 초등교육 환경개선 등에 합의했다.

전교조 정기훈 초등위원장은 “비록 일제 시험 형식은 막지 못했지만 평가 결과를 통계자료로 만들어 학생 전체를 서열화 하려는 시도를 막아 낸 것은 다행”이라며 “내년부터 국가 주도 일제고사를 사라지게 한 것과 초등교육정상화를 위해 표준 수업시수를 법제화하기로 한 것은 전국 교사들과 함께 전교조가 투쟁해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평가했다.

전교조 ‘초등교육정상화 투쟁’과 교육부 합의 의미 -
“초등교사 숙원 이뤄, 이제 시작…”
사상 최초 ‘초등교육정상화 싸움’, 교육 바로세우기 기틀 마련

‘초등 3학년 진단평가 반대.’, ‘초등교육정상화 실현.’
전교조가 올 8월 말 하반기 주요 사업으로 이 같은 요구 내용을 내걸자 많은 교사들은 설왕설래했다. ‘시험반대’ 요구가 생소할뿐더러 초등교육정상화 투쟁은 전교조 13년 역사상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2개월이 지난 10월 11일. 전국 초등교사 1만 7천여 명이 오는 15일 진단평가 거부를 선언한 가운데 교육부와 합의문이 작성됐다. 교육부는 이미 두 번에 걸쳐 진단평가 방식을 10% 표집 평가하기로 발표하는 등 교사들의 힘에 밀린 상태였다.

교육부가 이렇게 우왕좌왕한 까닭은 10월 3일 전국 교사 5천여 명이 대거 참여한 교사대회에서 볼 수 있듯 초등교사들의 교육정상화 열기가 드높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물론 이상주 교육장관의 돌출행동식 ‘진단평가 발표’와 신문·방송이 일제식 시험방법에 대한 비판 섞인 보도를 한 것도 한 몫했다.

이날 합의문은 진단평가 관련 4개항과 초등교육정상화 관련 7개 항 등 모두 11개 항이다. 이 합의문을 받아든 전교조 정기훈 초등위원장은 “전교조 최초의 초등교육정상화 투쟁으로 초등교육정상화를 이룰 발판을 마련했다”며 밝게 웃었다.

더구나 합의문 가운데 ‘기준수업시수 법제화’와 ‘교과전담교사 정원대로 확보’ 내용은 “초등교사들의 숙원사업이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기준수업시수를 내년 3월 중에 교육부에서 마련하기로 함에 따라 주간 19시간 수업시수 요구를 이룰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는 지적이다.

이 내용을 전해들은 김정희 교사(서울 신목초)는 “수업 준비할 시간을 갖기 위해서라도 기준 수업시수 마련 조치는 꼭 이뤄야 할 일이었다”고 환영했다.

이날 합의문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승진제도개선위원회와 초등교육발전위원회 구성에 관한 것이다. 승진제도개선위원회는 ‘교장 선출보직제’ 요구에 따른 인사·승진제도를 고치기 위한 회의 형태다. 초등교육발전위원회 또한 초등교육정상화를 가로막는 문제를 해결하고 발전 방안을 찾는 자문기구라고 할 수 있다.

이들 위원회가 신설된 것은 교원 승진제도와 초등교육정상화란 의제를 놓고 교사와 교육부, 교육청 사이에 처음으로 논의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됐음을 뜻하는 것이다.
다만, 이번 합의에 대해 아쉬움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진단평가 관련 합의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박상욱 교사(전남 순천북초)는 “올 시험이 여전히 일제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은 걱정스런 일”이라며 “교육부가 수업시수 법제화와 교과전담 교사 확보를 약속한 것도 얼마나 믿을 수 있는 일인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교조 장석웅 사무처장은 “올해 치르는 일제고사를 막지 못해 안타깝지만 교사들의 힘으로 내년엔 볼 수 없도록 했다”며 “홀대 당한 초등교육의 정상화 문제는 교육부가 거저 갖다 주는 것이 아니라 교사들과 전교조가 함께 힘을 기울일 때 완성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전교조 하반기 투쟁을 통해 초등교육정상화 요구가 바로 공교육정상화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국민에게 알리는 계기가 됐다”는 말을 덧붙였다.

'초등교육정상화 투쟁' 일정

6월 8일 - 교육부, 10월 15일 초 3학년 기초학력진단평가 실시 계획 발표
6월 11일 - 전교조, 초3 기초학력진단평가 철회 요구 성명 발표
6월 17일 - 전교조, 교육부 평가관리과 항의 방문.
9월 5일 - 서울시·경북교육청, 초등 3학년 진단평가 표집형 교육부에 건의
9월 6일 - 전교조, ‘일제고사 즉각 중단 요구’ 성명 발표/ 전교조, 교육과정평가원 앞 피켓시위
9월 17일 - 문화연대, 진단평가 중단요구 성명서 발표
9월 24일 - 서울지역 학교운영위원협의회 중단요구 성명 발표
9월 25일 - 전교조, 위원장 ‘진단평가 저지·초등교육정상화 촉구’ 기자회견과 거리 농성 시작, 이상주 교육부총리, ‘평가방침 고수’ 주장하며 기자 간담회, 전국 16개 시도교육감, 교육부총리에게 진단평가 표집형 실시 건의, 전교조 각 시도지부, 시교육청 앞 1인 시위 등 진단평가 저지 활동.
9월 30일 - 전교조, 전국지부 초등위원장 상경 투쟁
10월 1일 - 전교조, 전국초등위원장 공동기자회견 및 삭발식
10월 2일 - 참여연대 등 13개 시민사회단체, 진단평가 반대 기자회견/ 전교조, 교육부 차관 면담
10월 3일 - 초등교육정상화를 위한 전국교사결의대회
10월10일 - 전교조, 전국 시도지부별 초 3진단평가 거부자 선언
10월11일 - 초등교육정상화 방안 전교조와 교육부 합의문 작성

* 이 기사는 주간<교육희망> 2002-10-14 제321호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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