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6일 수요일

'친일사전' 예산은 깎아버리고, '퇴직교장단'에 10억원 새로 지원?

[발굴] 국회의원들 왜 이러나... 삼락회 지원 자금 논란
 
윤근혁
 
'친일인명사전' 예산 삭감으로 비난을 받은 국회가 특정 퇴직 교장단체를 위해 나랏돈 10억원을 신규 편성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국회의 이 같은 결정은 지난해 말 예산편성 당시, 같은 교육 예산인 친일인명사전 예산 5억원 삭감과 맞물려 진행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 지난해 삼락회 지원법에 대한 학부모들의 반대운동이 거세게 진행된 바 있다. 사진은 지난해 6월 26일 참교육학부모회와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공동 집회 모습.
ⓒ2004 윤근혁
이에 따라 교육시민단체들은 "교육예산에서 친일인명사전 5억원을 칼질한 국회의원들이 이의 두 배나 되는 10억원의 돈을 유명무실한 퇴직 교장단체에 몰아준 것은 낙선운동 감"이라며 규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회 예산소위는 친일인명사전 편찬 3차년도 예산 5억원을 전액삭감한 바 있다.

교육부는 12일 "국회가 한국교육삼락회 예산 항목을 신규 편성함에 따라 올 상반기에 예산을 조기 집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국교육삼락회(회장 최열곤, 삼락회)는 퇴직 초중고 교장들과 교육청 퇴직 고위 간부들이 참여해 보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친목단체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교육부가 만든 예산안에 삼락회 지원예산이 들어 있었지만 기획예산처에서 전액 삭감된 채 국회에 상정됐다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기획예산처 심의 과정에서 삼락회 예산이 모두 깎였지만 국회에서 증액사업으로 새롭게 편성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성헌 의원 "삼락회에 적극 지원 검토를"

▲ 지난해 삼락회 지원법에 대한 학부모들의 반대 집회.
ⓒ2004 윤근혁
국회 교육위 관계자는 "지난해 7월 퇴직교원활동지원법이 통과됐기 때문에 삼락회에 대한 지원 근거가 있다"면서 "국회 교육상임위 소속 일부 국회의원들과 모 위원이 예결소위 과정에서 적극 주장한 결과"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회 속기록에 따르면 한나라당 이성헌 의원은 지난해 12월 21일 예결산특위 3차 회의에서 "삼락회의 평생교육활동 지원과 관련 요청하고 있는 액수가 10억 정도"라면서 "이 부분들은 좀 적극 지원할 수 있도록 검토해 달라"고 발언했다.

퇴직교원활동지원법은 이름과 달리 전체 퇴직 교원이 아닌 삼락회를 지원하기 위한 법으로, 한나라당 이규택 의원이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전교조 송원재 대변인은 "교육예산이 부족해 교실 난방도 제대로 못하는 형편에서 보수 목소리를 내온 퇴직 교장단체에 거금을 주기로 한 것은 정신나간 짓"이라고 비판했다.

참교육학부모회 박경양 회장도 "전체 퇴직 교사들도 아닌 특정 퇴직 교장들에게 혈세를 퍼주는 일은 국민 정서에 반하는 반개혁 행위"라면서 "친일인명사전 5억원을 삭감한 그 손으로 귀족 친목단체에 예산을 퍼준 행위는 퇴출운동 감이다"고 경고했다.

삼락회, 어떤 단체인가
[분석] 보수 목소리 내온 퇴직 교장들 친목 모임

올 1월 말, 강원도는 고등학교 입학시험 부활 문제로 논란을 빚었다. 일부 교사들은 20여 일째 밥을 굶으며 도교육청의 결정에 맞섰다. 이 때 강원지역 삼락회는 '고교 입시 부활과 비평준화 유지'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이 지역 보수단체들과 함께 냈다.

이처럼 삼락회는 '교육봉사활동과 복지증진'이라는 회칙의 목적과 달리 정치적인 목소리를 크게 내온 단체라는 게 이 단체 사정에 밝은 교사들의 지적이다.

다음은 교원공제회에서 내는 <대한교원신문> 2000년 11월 8일 자 내용.

"삼락회는 (대통령) 탄원문에서 ▲교원의 정년을 65세로 환원할 것 ▲교장 교감의 자격증 체제 현행 유지 ▲현행 교육자치제 유지 등을 요구했다."

2002년 대선을 앞둔 8월 말엔 한국교총과 함께 한나라당 황우여 의원을 초청, 교육정책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삼락회 김성식 사무총장은 "삼락회 지원육성법을 강력하게 촉구했다"고 한국교총에서 내는 한국교육신문(2002년 8월 26일 자)이 이를 보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황 의원은 '삼락회지원법을 대선 공약에 넣도록 약속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한나라당 이규택 의원은 2002년 11월 한국교육삼락회법을 의원 발의하면서 "현재 퇴직교장들은 한국교육삼락회를 만들어 인성교육, 상담활동 등 평생교육활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말대로 삼락회는 퇴직 교사들의 단체가 아니라 퇴직 교장(교감)들과 교육장들의 단체다.

국회 자료에 따르면 "1969년 만든 삼락회는 올 4월 현재 회원수가 2만여 명인데, 이 가운데 교사 또는 교수 출신을 합쳐도 700여 명"에 지나지 않는다. 국회 자료도 "현재 삼락회의 회원 구성분포가 전직 퇴직 교장과 교감이 97%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 윤근혁 기자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2004년 2월 13일치에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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