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퇴직교장 단체를 지원하는 법률 통과가 코앞에 다가왔다. 국회는 오는 23일 교육상임위원회를 열고 '퇴직교원평생교육활동지원법'(가칭 한국교육삼락회법)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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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년 교장 3천명이 평일 서울 한곳에 모여 결의문을 발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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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 교육희망 안옥수 | 이 법은 한나라당 이규택 의원이 지난해 11월 25일 발의했다. 이 의원이 이 당시 주로 한나라당 19명의 찬성 의원들과 함께 낸 법안 이름은 '한국교육삼락회법'. 이것이 4월 초 교육위 전문위원들의 손을 거쳐 '퇴직교원평생교육활동지원법'으로 손질됐다. 하지만 무늬만 바뀌고 내용은 그대로라는 게 민주당 쪽의 얘기다.
퇴직교장단체에게만 보조금 지급
이 법의 내용은 △삼락회를 교육부장관 인가법인으로 하고(법안 제2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삼락회에 대해 보조금을 줄 수 있도록 하는 것(법안 제15조)을 뼈대로 하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해 의원 발의문에서 "현재 퇴직교장들은 한국교육삼락회를 만들어 인성교육, 상담활동 등 평생교육활동을 전개하고 있다"면서 "동 단체로 하여금 강력한 법적 위상을 갖추도록 하고 국가는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이 법을 제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법 제정을 둘러싸고 저간의 사정을 아는 일부 의원들과 퇴직교사들 사이에서 이 법안 내용 자체가 논란이 일고 있다. 퇴직교원단체를 지원하겠다는 법안이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 그것은 이 의원의 발의문에도 나와있듯 삼락회(회장 최열곤)는 69년에 만든 퇴직 교장(교감)들과 교육장들의 단체이기 때문이다.
삼락회 회원의 97%는 교장(교감)과 교육감
전국 교원들은 35만여 명. 이 가운데 교장은 1만여 명 정도다. 당연히 퇴직자 비율도 교장은 1/35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퇴직교원을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특정 퇴직교장 단체만을 지원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높다.
국회 자료에 따르면 "삼락회는 올 4월 현재 회원수가 2만여 명인데, 이 가운데 교사 또는 교수 출신을 합쳐도 700여 명"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로 국회 교육위원회 상 아무개 수석전문위원은 최근 법안 검토보고서에서 "현재 삼락회의 회원 구성분포가 전직 퇴직 교장과 교감이 97%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초·중등 교장·교감 출신들은 퇴임과 동시에 삼락회에 거의 자동으로 가입된다는 게 교사들의 증언이다.
그럼 퇴직 교원단체는 이 법안에서 다룬 내용대로 '삼락회'만 있는 것일까. 물론 아니다.
순수한 퇴직 평교사 중심의 봉사 단체인 한국퇴직교원협의회(회장 이규삼)도 있다. 이 단체의 탄생일은 2000년 2월 28일. 몇몇 퇴직교사들이 '즐겁게 봉사하는 제 2의 교사 삶을 살자’면서 주춧돌을 세웠는데 3년만에 회원이 3500명으로 불었다. 지역 사무실 만해도 충북, 부산, 인천, 원주 등 7개나 된다. 이 단체는 지난 해 10월 사단법인 등록까지 마친 상태다.
이 단체 말고도 소규모 퇴직 교원을 대상으로 한 단체는 전국 수십 개에 이른다는 것이 일반의 분석이다.
한국퇴직교원협의회 이규삼(70) 회장은 "삼락회 지원법은 퇴직 평교사들을 버리고 퇴직 교장들만을 생각하는 얼토당토않은 소리"라면서 "어려운 퇴직 평교사들이 그나마 봉사활동을 하며 내일을 개척하는데 수 십년째 유명무실한 친목단체인 삼락회만을 지원하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락회 김성식 사무총장은 "이번 법안은 정년단축 등으로 땅에 떨어진 퇴직 교원들의 사기를 회복시켜 다시 떳떳하게 봉사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형평 문제와 관련 "다른 교원단체는 삼락회와 같이 사업을 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면서 "이 법안만 통과되면 삼락회에 평교사들이 수없이 새로 가입하게 되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명무실 단체 지원법은 평교사 버리는 일"
이 법안은 형평성의 문제말고도 또 다른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그것은 바로 '삼락회'의 과거 행적과 관련된 것. '삼락회'는 '교육봉사활동과 복지증진'이라는 회칙의 목적과 달리 정치적인 목소리를 크게 내온 단체다.
다음은 교원공제회(이사장 이기우)에서 내는 <대한교원신문> 2000년 11월 8일치 내용.
"대한삼락회는 최근 학교 교육이 위기상황에 처해있다고 진단하고 대통령에게 15개항의 요구사항을 담은 탄원서를 전달했다. 삼락회는 탄원서에서 교원들이 교직을 천직으로 알고 학생교육에 매진할 수 있도록 … ▲교원의 정년을 65세로 환원할 것 ▲교장 교감의 자격증 체제 현행 유지 ▲현행 교육자치제 유지 ▲교원의 지방직화 철회 ▲교육재정의 획기적 증액 등을 요구했다."
이 단체는 교원정년 환원과 함께 상당수의 교사 요구와 달리 교원승진제도 개편을 반대했다. 이 같은 결의문은 2000년 10월에도 채택됐다.
지난해 대선을 앞둔 8월 말엔 한국교총과 함께 한나라당 황우여 의원을 초청, 교육정책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삼락회 김성식 사무총장은 "삼락회 지원육성법을 강력하게 촉구했다"고 한국교총에서 내는 한국교육신문(2002년 8월 26일치)이 보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황 의원은 '삼락회지원법을 대선 공약에 넣도록 약속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한나라당 교육공약 가운데 하나가 이뤄지는 셈이다. 이 토론회 후 민주당 의원 초청 토론회 결과를 이 신문에서 찾을 수는 없었다.
삼락회, 한국교총과 함께 한나라당 정책 토론 개최
삼락회는 최근 충남보성초 사태에 대해서도 성명을 내 "전교조의 자성과 교육당국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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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교원연수원에서 열리는 교감 연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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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 교육희망 안옥수 | 이 단체가 지난해 11월 교육NGO로서 공식 출범을 선언하기에 이른다. 삼락회 김 사무총장은 <한국교육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잘못된 교육정책과 현안에 대해서는 적극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앞으로도 삼락회 회원의 97%를 차지할 교장·교감회는 지난해 10월 서울시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한해 10억원에 가까운 학교 돈(아동교육을 위한 학교운영비)을 빼내 자체 회비와 운영비로 써왔다. 물론 이에 대한 "회계감사는 한 번도 없었다"는 게 교육청의 설명이다.
이제 이들이 퇴임해서 만든 삼락회도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국가세금으로 지원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태만 교사(서울 개봉중)는 "한국교총 산하조직인 교장, 교감회가 현직일 때는 학교 돈으로 단체를 운영하더니 이제는 퇴직해서도 국가 돈으로 단체를 운영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은 지난 3월 "관 주도가 아닌 시민단체 자율국민운동에만 자금을 지원할 것"이라면서 "경상비보다는 사업비 위주로 지원방식을 전환하고 지자체에 대해 지원상한액을 제시할 것"이라며 관변단체에 대한 자금지원을 줄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삼락회를 교육부 인가를 받아 지원토록 하는 등 또다른 관변단체를 만드는 격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교장·교감회 출신 삼락회가 만든 교육NGO가 과연 자율 국민운동일까. 아니면 평교사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여 봉사하는 퇴직교사협의회가 그럴까.
삼락회를 바라보는 교사들의 매서운 눈초리
삼락회를 바라보는 교사들의 눈초리는 비판을 넘어 무관심에 가깝다. 활동이 거의 없었기에 그렇기도 하지만 가끔 발표하는 결의문이 교사들의 바람과는 대부분 동떨어진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단체가 교육부의 인가를 받고 재정지원을 받아 목소리를 높이는 날, 교사들의 무관심은 '비판섞인 관심'으로 기울 가능성이 적지 않다.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4월 22일치에 쓴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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