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4일 화요일

"교장회비 학교돈으로 내야 하나요?"

초중고 서무부장들의 수다―교육행정사이트에 뜬 생생한 목소리
 
윤근혁
 
▲ 서무부장들이 만든 교육행정전문사이트의 첫 화면
2002 윤근혁
"교장회 연회비는 학교 돈으로 반드시 납부해 줘야 하는 건가요?"

지난해 12월 11일, 인터넷 교육행정사이트(upow.org)엔 한 개의 질문이 떠올랐다. 이 인터넷 공간은 학교회계 출납원인 초중고 서무부장(행정실장)의 정보교환을 위해 만든 것으로, 12일 현재 6358명이 가입해 있는 국내 최대 교육행정사이트다.

"교장회비 지금까지 내줬는데"

학교 서무부장으로 보이는 '초록바다'란 아이디는 질문에서 "지금까지는 교장회비를 납부해 줬는데 (교장의 행동을 보고) 영 납부해 주고 싶지 않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날과 다음날 이틀동안 서무부장들이 쓴 것으로 보이는 11개의 답변이 잇따라 달렸다. 공교롭게도 답변글의 의견은 모두 한 목소리였다. 그것은 바로 "학교 돈으로 교장회 회비와 연수비를 내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는 것.

첫 댓글로 '페브리'란 아이디가 교장들의 행동을 꼬집었다.
"(교장회) 그냥 도와줘요. 자기네끼리 하는 친목회비도 돈이 없어서 손 벌리는 사람들인디유 뭘. 교장협의회가 뭐 하는 자린 줄 아세요? 한 달에 한 번씩 먹고 마시고 우리학교 조무원과 운전원은 같이 점심 먹다가 밥이 어디로 넘어갔는지도 몰랐다네요. 그래도 그들(교장회)은 업무 협조 차원에서 공적인 모임이라는 게지요. 공적 업무처리도 하긴 하겠쥬…."

올 3월 서울교육청에서 낸 학교예산 집행지침에 따르면 현재 전국 초중고 교장과 교감들은 한 해 각각 360만원과 240만원씩 정액업무비를 받고 있다. 이 밖에도 교장은 학급 수에 따라 한 해 300만원에서 420만원까지 직책업무추진비도 더 받고 있는 등 최소 660만원의 판공비를 봉급 외 수입으로 얻고 있다.

하지만 "이들 돈은 대부분 봉급처럼 개인 주머니로 들어갔고 학교 돈을 따로 떼내어 자체 회비와 운영비 그리고 동료 교장 경조사비를 충당했다"는 게 학교 정보공개운동을 펼치고 있는 서울 남부지역 교사들의 항변이다.

학교장, 최소 660만원 따로 받아

역시 서무부장으로 보이는 '두타산방'이란 아이디는 다음과 같은 말을 던졌다.
"교장협의회의 회비를 공금이 아닌 개인이 부담하는 때가 온다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최강국으로 부상할 것이다. 이것은 도덕적 해이의 극치인데도 주머니 돈 쌈지 돈처럼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개혁이란 이런 조그마한 데서 출발해야 하는데…."

최근 서울교육청에서 조사한 내부 자료를 보면 이 지역 남부·북부교육청 소속 초중고 184개 학교장은 평균 23만9천원의 교장회비를 학교 돈으로 냈으며, 축·조의금(경조사비) 평균도 115만원이나 됐다. 조사한 사립학교 35개의 교장회비 지출은 한술 더 떠 평균 42만7천원이었다.

정보공개운동을 통해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회비 말고도 교장·교감회는 연수비까지 학교예산에서 빼내 학교마다 모두 1백만원씩을 자체 운영비로 쓰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아래 오마이뉴스 '이어진 다른 기사' 참조)

이어 '들풀'이란 아이디는 답변에서 "방학중 각종 명목의 교장 연수 시에도 출장비를 주지 않는 학교가 몇이나 될까"하고 되물었다. '포유'란 아이디는 이에 대해 다음처럼 되받았다.

"들풀님 말씀이 맞아요. 기관장이 달라는데 학교회계지침에도 애매모호하게 표현된 상황에서 주지 않는 학교가 몇이나 될까요? 그러다 보니 교장 연수에는 여비 등을 지급하고 교사연수에는 지급하지 않아 문제가 발생하는데 결국 지출원만 중심 잃은 사람 마냥…."

교육부의 방관 속에 새는 학교 돈

교장회비와 경조사비에 대한 논란이 일자 교육부는 6월초 16개 시도교육청에 '업무추진비 집행 철저'란 공문을 내려보냈다. 이 공문은 "경조사비나 각종회비 등 업무추진비의 사적 용도로의 집행 사례가 최근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면서 "사적인 경조비, 학교장 등 교직원이 개인자격으로 가입한 단체의 회비 등을 업무추진비에서 지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교장회는 개인 자격일까 아닐까. 교장회와 교감회는 한국교총의 산하단체다. 이에 따라 정보공개운동을 벌이고 있는 교사들은 "교장회에 참여하고 있는 교장들은 보수 이념을 대변하는 한국교총의 산하단체 회원으로 가입한 것이니 당연히 개인 자격"이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공문을 직접 작성한 교육부의 태도는 어쩐 일인지 '애매모호'하다. 다음은 교육부 지방교육재정과 강창호 사무관의 말이다.
"교장회가 개인 자격인지 아닌지는 학교 업무추진비를 쓰는 학교장들이 판단할 문제다. 교육부가 어떻게 교장회에 가입한 교장들의 자격을 일일이 판단할 수 있겠나."

어정쩡한 교육당국의 자세 속에 서무부장들의 고민은 날로 쌓여가고 있다. 더불어 내년에도 아이들한테 써야 할 학교 돈은 특정 교원단체 활동비로 빠져나갈 판이다.
##지난해 12월 11일 교육행정전문사이트에 올라온 질문과 답변

한국국공립중학교장회 연회비는 반드시 납부해야 하는건가요?
Name : 초록바다

한국국공립중학교장회 연회비는 학교 회계 예산으로 반드시 납부해 줘야 하는건가요?
한국중등교육협의회 회비도 그렇나요?
지금까진 납부해 줬었는데 정년 연장과 관련한 설문조사에 온 학교 컴퓨터 마다 다니면서
여론 조사에 클릭을 했다는 소문을 들어서인지 영~ 납부해주고 싶지 않네요.
고견을 기다립니다.

Modify, 2001/12/11 → 2001/12/11

페브리
갸덜 봉급도 쬐끔?? 타는데 그냥 도와줘요 자기네끼리 하는 친목회비도 돈이 없어서 손벌리는 사람들인디유 뭘..... (2001/12/11)

푼수
법규나 조례로 인정된 단체라면 학교에서 공금으로 납부 해야한다고 사료됩니다. 그러나 교장단모임등 일종에 모임성격이라면 교장선생님이 알아서 해야겠지요. 그런성격의 판단을 학교장이 알아서 해라 했으니....... 그런차원이라면 연회비를 납부할 의무가 학교에는 없는것으로 사료됩니다. (2001/12/11)

넉나간이
우리 공장 공장장님은 달라고 하지 않거던요...... 하지만 학교장으로.... 납부하는 것이므로..... 업무추진비에서 납부 함이 타당..... 하지만 교장 친목회비는 부당...... (2001/12/11)

포유
1999년 7월 3일(토)일자 제14호 회보의 감사지적사례란에 보시면 자세하게 나와 있습니다. 대한교원단체총연합회와 그 산하단체, 그 외 각종 교직원 친목단체(초,중등 교장협의회 포함) 등의 회비 및 그 행사경비 등을 학교예산으로 지출할수 없다고요.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것은 교장단 이든 그 무엇이든 교육을 위해 움직인다고 하지만 그 직위를 통한 복지차원의 단체이면 지급은 어렵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좋은 교육을 위해 교장협의회를 한다고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교육만을 위한 단체는 아니잖아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교장협의회 회비를 대납한다면 직장협의회 회비도 대납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개인의 권익향상을 통한 직장의 업무의 극대화가 가능하다면.... 비유가 맞았는지 모르지만 다시한번 명쾌한
답변(정부기관)이 있었으면 합니다. (2001/12/11)

두타산방
교장협의회의 회비를 공금이 아닌 개인이 부담하는 때가 온다면................우리나라는 세게에서 최강국으로 부상할 것입니다....................그러나....................물빛을 보건데 그런 날은 오지 않을 것입니다..................이것은 도덕적해이의 극치인데도 주머니 돈 쌈지돈 처럼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개혁이란 이런 조그마한 데서 출발해야 하는데...........잘 안 되는 것이........안타까워요..ㅁㅁ (2001/12/11)

페브리
교장 협의회가 뭐하는 자린줄 아세요 한달에 한번씩 먹고 마시고 또 그냥 마시는줄 아세요 우리핵교 조무원은 어떻고........ 운전원은 ........ 교육장 운전기사가 같이 점심먹다가 하두 듣기가 민망해서 일어서서 나오지도 못하고 밥이 어디로 넘어갔는지도 모르게 점심을 얻어먹고 왔다는디유???? 그래도 갸덜은 학교발전을 위해 업무공조 협조 차원에서 만나는 것이라고 공적인 모임이라는 게지요 따라서 공금으로의 회비 납부는 당연하다는디유 ............. 공적 업무공조 처리도 하긴 하겠쥬~~. (2001/12/11)

장독대
중등교장협의회에 교장 개인코드명으로 등록된답니다. 그래서 못주지요. 예전에는 교장월례회비까지 꼬박꼬박 납부 해줬는데 감사원지적 후 지금은 지급하지 않고있습니다. 그전에 그 월례회비 정산서라는것을 본적이 있는데 ○○학교교장 자녀결혼 얼마, 퇴임식 기념품 얼마 등으로 되어 있더군요. 지금도 교장회의시 학교에서 내자는 의견이 나온다나요. (2001/12/12)

들풀
판단과 해석이 명확한 것이나 부정원인행위는 거부할 수 있지만 애매한 조문이나 지침 `할수 있다` `해도 된다` `사적인` `개인자격` 등의 판단을 지출원이 과연 내릴 수 있나요. 코에걸면 코걸이고 귀에 걸면 귀걸이고...학교에 그런 애매한 것이 수십개도 아닌데 왜 상급기관에서 그렇게 애매모호하게 하라도 아니고 하지 마라도 아닌 지침을 내려줄까요. 힘있는 놈 눈치 보는 것은 아닐까요? 1999년이면 벌써 2년이나 지났으며 그후에 `개인 자격 사적인 것`은 지급불가로 한발 후퇴한 공문이 내려왔는데... 저는 운영위원회에 넘김니다. 행정실장협의회비도 내년에는 심의 한 번 받아볼까?... 그리고 상당히 많은 학교가 정상이 아니면 비정상적으로 교장이 하자면 힘없고 마음약한 사람들은 해야되는 게 현실이며 실상인데...어두운 것은 들어내어 봐야 보이는것이 아닌가요... (2001/12/12)

포유
초록바다님의 메일을 보고 답변드립니다. 99년도 회보는 사실 제가 사는 지역에서의 교육청회보를 말합니다. 왜 지역교육청회보자료를 말슴드렸나면 그 회보에 감사원 감사결과 처분 요구내용으로 회비지급부적정에 대해서 언급이 있었는데 감사원자료가 언제자료인지 구체적으로 명시되 있지 않아 일단 제가 근무하는 지역교육청 회보일자를 말씀드렸습니다. 좀더 공신력을 확보코자 회보일자를 알려드린것이 오니 이해바라며 초록바다님이 근무하시는 곳에 있는 교육청도 이 시기에 자료가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일개 기관의 지출원 혼자 판단은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정보공유시스템을 활용하여 다수의 지출원이 공통된 의견이 모이면 그렇게 밀고 나아가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여러분 혹시 다수(지출원)의 횡포라고 생각하시는 분 계시나요? (2001/12/12)

들풀
또한가지 방학중 각종 명목의 중등교장 연수시 연가내고 가는 교장, 그래서 출장비를 주지 않는 학교가 몇이나 될까요. 포유 님의 좋은 의견에 찬성하며...... (2001/12/12)

포유
들풀님 말슴이 맞습니다. 기관장이 주라는데 지침에도 애매모호하게 표현된 상황에서 주지 않는 학교가 몇이나 될까요? 그러다보니 교장연수에는 여비등을 지급하고 교사연수에는 지급하지 않아 문제가 발생하는데 결국 지출원만 가운데서 중심잃은 사람마냥.... 이사이트 회원님들께서 평소 생각하시는 애매모호한 예산 집행에대해서 나열해보는것도 좋을듯 싶네요. (2001/12/12)

*이 기사는 주간<교육희망> 310호(news.eduhope.net)에 실은 내용을 깁고 고친 것입니다.

2002/06/15 오후 2:00
ⓒ 2002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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