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ㄴ초등학교에서 담임을 맡고 있는 민아무개 교사는 최근 아이들에게 가정통신문을 나눠주면서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교육청 공문에 따라 이 학교 전체 학부모한테 보낸 가정통신문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존경하는 선생님 여러분! 혹시 학교에서 폭력 사안이 발생했을 때 그냥 묵인하고 지나치지는 않았는지요?… 학교폭력과 불량서클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제자가 있으면 인근 경찰관서와 상의하여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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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ㅅ중학교에서 각 가정으로 보낸 가정통신문. 교육부총리 명의로 된 문제의 담화문 내용이 실려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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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 윤근혁 |
이날 민 교사의 마음을 더 씁쓸하게 한 것은 이 가정통신문에 실린 담화문이 다름 아닌 김진표 교육부총리 명의로 된 것이었기 때문. 이 담화문은 교육부총리와 함께 법무부장관, 행자부장관, 문화부장관 등도 공동명의자로 참여한 3월 4일치 것이었다.
민 교사는 "교사들도 학교 폭력 문제에 더 적극 대응해야 하겠지만, 이런 내용을 받아본 학부모는 학교 교육에 대해 불신만 더 갖지 않겠느냐"면서 "더구나 한 나라의 교육수장이 학부모 앞에서 '교사 모욕주기'식 담화문을 내고 교육청은 득달같이 이 내용을 담아 가정통신문을 학부모에게 보내라고 지시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 ㅅ중학교에서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나아무개 교사도 최근 이와 똑같은 가정통신문을 학생들의 손에 들려 보냈다.
이 학교에서 2년 동안 이른바 '노는 아이들'을 모아 축구반을 운영하면서 생활지도를 해온 나 교사는 "가정통신문 내용을 읽으면서 허탈한 생각만 들었다"고 말했다. 나 교사가 지난해까지 축구반을 운영한 2년 동안 이 학교에서 특별한 학교폭력 사건은 없었다고 이 학교 생활지도부장은 귀띔했다.
나 교사는 "담화문 내용 가운데 '폭력에 가담한 제자가 있으면 경찰서와 상의해 달라'고 했는데 이 내용만큼은 지킬 수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순간 잘못을 저지른 제자가 있더라도 끊임없는 상담과 인성교육으로 바로잡아야지 경찰에 신고해서야 어디 제대로 된 교사일 수 있겠습니까? 학교의 논리는 훈계와 지도인데 경찰과 법의 논리는 징벌과 응징입니다."
그는 "순진한 우리 아이들이 한두 번 저지른 잘못 때문에 경찰서에 불려가거나 학교에서 쫓겨나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처럼 '학교 폭력 신고' 담화문을 가정통신문으로 만들어 가정으로 보낸 학교는 전국 대부분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교육부와 교육청이 각 학교에 보낸 공문을 통해 담화문을 가정통신문으로 만들어 돌릴 것을 지시했기 때문이다.
서울교육청 중등교육과 관계자는 22일 전화통화에서 "각 학교에 학교폭력 자진신고 안내와 담화문 내용을 넣도록 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담화문은 원래 경찰청이 초안을 잡아 교육부에서 수정을 한 내용"이라면서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에게 호소력 있는 내용을 담으려고 하다 보니 일부 오해가 생길 수 있는 문구가 들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이런 문구를 갖고 교권에 대한 불신을 조장한다고 하는 것은 확대해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학교 폭력 "뻥~ 차 버려요" |
| 서울 ㅅ중 '노는 아이 놀이터' 풋살반 운영, 폭력 없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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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풋살반 실내 축구 모습. |
| ⓒ이**군 사진 제공 | 일진회, 섹스머신, 노예팅, 일락, 섹스단합….
요즘 신문에 자주 오르내리는 색깔 있는 단어들이다. 이들 신문의 논조대로라면 이미 대한민국 학교는 '교육의 전당'이 아니라 '집단섹스의 전당'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과연 그럴까. 이 같은 의혹을 '뻥 차버리는 특기적성반'이 있다. 서울 ㅅ중 풋살(Futsal) 반이 바로 그런 곳이다. 풋살은 간이축구란 뜻이다. 이곳엔 이른바 '노는 아이들'이 많이 거쳐 갔다. '주먹짱'이었던 강아무개(18)군도 이 풋살반 출신이다. 이젠 어엿한 고등학생이 된 강군의 말이다.
"순전히 축구 좋아해서 여기 왔더니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노는 친구들 선생님이 포기하지 않고 잘 이해해주시고 우리 편에서 일하시고 그러니까 좋았어요."
현재 이 학교 이아무개 군(16)도 풋살반 출신이다.
"초등학교 때 놀던 아이들도 풋살반에서 지내면서 술, 담배 하는 애들 없어요."
지난해까지 이 특기적성반을 지도해온 이가 바로 나아무개(38) 교사. 이 학교에서 지난 17일 오후에 만난 그는 체육복을 입고 있었다.
"풋살반은 보통 20여 명이 가입해 있는데 와일드한 학생들이 많다고 소문이 났어요. 하지만 알고 보면 워낙 마음 밭이 순해요."
나 교사는 "자연스럽게 축구란 공통분모를 갖고 모이다보니 생활지도도 저절로 된다"고 말한다. 나 교사는 아이들과 같이 삼겹살도 구워먹고 방학 때는 1박 2일 동안 학교체육관에서 풋살 야영도 했다고 한다.
나 교사가 지난해까지 풋살반 2년을 맡은 동안 특별한 학교폭력 사건은 없었다. 이런 소식은 주변 학교 교사들에게까지 퍼져 있다.
그는 최근 일진회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스쿨폴리스니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요. 학교에 경찰이 상주하는 미국, 총질하고 그러잖아요. 지금 상당수 학교에서는 동아리 활동이나 특기적성활동, 그리고 학생 생활부 프로그램을 통해 충분히 컨트롤되고 있어요."
그는 "학교의 논리는 훈계와 지도인데 경찰과 법의 논리는 징벌과 응징"이라면서 "순진한 우리 아이들이 한두 번 저지른 잘못 때문에 학교에서 쫓겨나야 하겠냐"고 반문했다. / 윤근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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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2005년 3월 23일치에 쓴 것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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