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6일 수요일

<교육매거진5월27일> 0교시교장, 수능과 언론

교육방송 라디오 원고
 
윤근혁
 

1. 사교육비 왜 줄었나

사회: 사교육비가 상반기 들어 줄어들고 있다는 조사보고서가 연이어 나오고 있네요.
그렇습니다. 한국은행이 24일 낸 자료를 보면, 사교육비가 5년여 만에 처음으로 줄었습니다. 지난해 상반기에 견줘 보면 1.8%가 줄었다고 하는데요. 보습학원과 입시학원과 같은 사교육기관의 생산이 줄어들기는 외환위기 때인 98년 4분기(-11.5%) 이후 처음이라고 합니다.

사회: 교육부 쪽에서도 수능 방송이후 과외비가 줄었다는 보고서를 냈지요?
교육부가 최근 EBS 수능강의에 대한 학부모 여론조사를 발표했는데요. 학부모들은 강의실시 이후 인문계 고교생 1인당 사교육비 지출이 월평균 4만 7천원 줄은 것으로 답했다고 합니다.

이번 조사는 전국 인문계 고교생 학부모 1000명을 대상으로 했는데 수능방송 실시 이후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가구는 67.4%에서 50.1%로 줄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학생 1인당 평균 월 과외비도 23만 7천원에서 19만원으로 4만7천원(19.8%) 감소했다는 얘깁니다. 이런 현상은 서울 강남지역보다는 수능강의 이용률이 가장 높은 광주·전라지역 등 지방에서 도드라지게 나타났습니다.

사회: 사교육비가 줄어든 이유가 뭘까요?
교육부와 교육청은 수능방송의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말에 견줘 수능방송 이후 4월 말 현재 수강생이 약 20~30% 정도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대부분의 학교가 2.17 사교육대책 이후 밤 10시까지 보충수업을 하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사실상 학생들이 학원을 갈 수 있는 시간이 없다는 얘긴데요. 이른바 학습기계, 학습머신처럼 입시공부만 하다보면 자기 계발, 취미 활동은 사라질 수밖에 없는 상태이기도 합니다.

또 사교육비가 준 까닭으로 계속되는 경기침체를 들고 있기도 합니다. 사교육비 경감 현상은 과외 방송의 실제 대상인 고등학생한테만 나타나는 게 아니라 초중고 전반의 현상이거든요.

사회: 사교육비가 줄어든 것은 긍정적인 것이지만 여러 가지 복선도 깔려있네요.
그렇습니다. 우리 속담에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말이 있습니다. 과외 열풍이란 빈대를 잡는 일은 환영할 만 하지만 이런 활동이 공교육의 역할을 축소, 부정하는 형태를 띠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수능 방송은 소외지역 계층을 위한 학습보조 수단이라는 상식선에 머물러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교재에 이어 문제풀이 식 강좌 내용까지 수능시험에 반영하겠다는 어제(26일) 교육부 발표는 해열제치곤 과도할뿐더러 앞뒤가 뒤바뀐 것이라는 지적도 일고 있습니다.

2. 어린이 성인병 급증

사회: 간장·혈액·심장질환 등 성인병 증세를 보이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고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조사 결과 냈는데요. 고혈압이나 고지혈, 그리고 당뇨 등과 같은 이른바 성인병으로 치료받은 아이들이 2년 전에 견줘 27%나 늘었습니다. 치료 받은 15살 미만의 어린이는 지난 2001년 1만 5000명이던 것이 2003년엔 4000여 명이 늘은 1만 9000여 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실 어린이 3명중 1명이 성인병 증세를 보인다는 결과도 있었는데요. 한국건강관리협회 인천시지부가 지난해 인천지역 초등학생 1만2000여명을 검진한 결과, 전체의 35.1%인 4150명이 성인병으로 의심되는 증세를 보였다고 합니다. 이는 2000년 같은 조사 당시의 비율 14%의 3배에 이르는 수치입니다.

사회: 아이들도 성인병이라니, 빠른 대책이 필요하겠네요.
빈곤의 악순환이라고 할까요. 비만한 아이들은 학교에서 체육활동에서 자꾸 빠지려고 하는데요. 운동을 제대로 하지 않고 인스턴트 식품을 먹거나 편식을 하는 게 이런 성인병의 원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사실 아이들 가운데 운동과 놀이와 같은 활동보다는 공부만 하거나 책읽기만 하는 경우도 더러 있는데요. 이를 보고 어른들은 칭찬을 주로 하죠. 하지만 이것은 육체 건강에도 안 좋을 뿐더러 정신건강에도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습니다.

3. 수능 난이도 혼란 조장하는 신문들

사회: 올 초 신문들은 일제히 수능이 어렵게 출제된다는 보도를 했는데 이번엔 또 쉽게 출제한다는 보도를 하는군요. 혼란스럽네요.
예. 고3 학생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 공부를 해야할지 혼란스러울 텐데요. 올 1월 31일치 대부분의 신문들은 수능이 어렵게 출제된다는 보도를 냈습니다. 200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통합교과형 형태보다 고교 2~3학년의 심화선택과목을 중심으로 어렵게 출제될 예정이라는 내용이었는데요.

그러던 것이 최근 24일치보도에서는 또 수능이 쉽게 출제된다고 일제히 밝혔습니다. 특별한 해명 없이 이전 보도내용을 뒤집은 것인데요. 심화선택과목 위주로 출제되지만 난이도 등에서는 크게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이더군요.

사회: 어디에 장단을 맞춰야 할지 모르겠네요. 왜 이런 보도가 나왔을까요.
문제는 신중치 못한 보도태도에 있었다는 게 교육당국의 지적입니다. 이번 수능에서는 7차 교육과정에 따라 심화선택과목에서 문제도 출제되는데요. 고1까지 국민공통교육과정에 따른 교과 학습을 하고 고2, 3학년은 심화선택과목을 이수하게 됐기 때문에 이 심화선택과목의 문제가 어렵지 않겠냐 하는 추측성 보도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올 초에 수능이 어렵게 나온다는 보도가 나오자 교육과정평가원은 잘못된 보도라는 해명을 기자들에게 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오늘 아침 통화를 했는데요. 교육과정평가원의 한 연구원은 "정정보도를 요청했더니 이후에 기회가 많으니 고쳐 보자란 반응을 하더라"고 말했습니다.

정강정 교육과정평가원장은 유인종 서울교육감에게 해명 전화까지 했다고 유 교육감이 직접 밝힌 바 있습니다. 유 교육감 얘기에 따르면 "교육과정평가원장도 수능 문제를 어렵게 낸다고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바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었죠.

사회: 그 말이 사실이라면 신문들은 켕기는 구석이 있었을 텐데요. 이제야 이전 잘못된 내용을 바로잡은 것인가요?
그런 것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24일치 신문들의 취재 재료 자체도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홈페이지에 오른 '2005학년도 수능시험 질의·응답(Q&A) 자료집'(5월 15일치)이었습니다. 교육부에 상주하는 일간지 기자들이 직접 교육과정평가원의 입장을 들은 것이 아니라 사이트에 오른 질의응답 내용을, 더구나 10여 일이 지난 것을 취재 소스로 잡은 것 자체가 넌센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라도 수능시험 '난이도가 어렵지 않다. 오히려 쉽다'는 소식을 학부모들이 알게 된 것은 늦었지만 다행으로 보입니다. 어려운 수능은 곧바로 사교육 열풍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4. 0교시 수업 2라운드

사회: 교육부가 금지한 0교시 수업을 놓고도 말이 많은 것 같네요. 일부 지역 교장과 장학사들이 0교시 수업을 하겠다고 연기명 서명도 했다고요?
예. 놀랍게도 충남지역에 60%를 넘는 고교 교장과 장학사들이 참여했습니다. 이들은 0교시와 밤 10시 이후 자율학습 금지 조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연기명 서명문을 도교육청에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전교조 충남지부에 따르면 이 지역 고교 교장 109명중 70명과 지역 교육청 학무과장 4명 등 모두 74명이 이 같은 공동서명을 해서 제출했다는 소식입니다.

사회: 서명서 내용은 어떤 것이었나요?
서명서 원본은 공개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서명에 참여한 교장들이나 전교조 쪽에서 일부 내용을 파악한 것이 보도됐는데요. 교장들은 서명서에서 "도교육청과 전교조가 0교시 및 밤 10시 이후 자율학습 금지 등에 합의한 것은 학부모나 학교운영위원들의 현실적 요구에 맞지 않는다"며 학교 경영 자율권 보장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회: 우리나라만 있는 0교시를 없애자는 것은 이제 사회적 합의가 된 것 같은데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실제로 어떤 조사를 보면 고교생 90%가 0교시 효과가 없다고 밝히기도 했고, 학부모들 또한 상당수가 0교시 폐지를 주장하는 상태인데요. 심지어 교육당국도 0교시 강행을 불법이라고 했고요.

그런데 문제는 아직도 0교시 수업이 버젓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죠. 또 이번처럼 0교시 폐지에 반발하는 교장님들도 상당수 있고요. 이제 과연 무엇을 위한 0교시인가, 나아가 무엇을 위한 학교교육인가를 생각해 볼 때가 된 것 같네요. 입시를 위한 학교교육이라고 답하는 이는 학교학원화에 찬성할 것이고 학생의 기본 소양과 인간됨을 가르치기 위한 학교교육이 중요하다고 답하는 이는 학교학원화에 반대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2004/05/27 [19:48] ⓒ 윤근혁의 교육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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