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어떤 선생의 '똥 교육'이야기를 듣고 욕을 해주고 싶은 적이 있었다. 한국방송의 심야토론에 나온 그 선생은 '정년연장'의 필요를 자신의 똥교육 경험으로 정당화시켜주고 있었다.
'1학년 아이가 똥을 쌌을 때, 경험이 많은 교사들은 화장실에서 조용히 닦아주고 아이와 교사가 서로 비밀로 삼는다. 이 게 경험많은 교육자의 자세다. 그런데 정년단축으로 이런 게 다 없어졌다'는 게 그의 말이었다.
같은 초등교사로서 똥이야기로 교원정년연장의 정당함을 얘기하는 것 자체가 수치스런 순간이었다. 그 선생 얼굴 인상도 참 더러웠다. (내가 속물 기질이 있어서 그런지 모르지만)
방금 전에 장차현실이란 한 작가가 그린 '엄마, 외로운 거 그만하고 밥 먹자'란 만화책을 읽었다. 다운증후군인 딸을 둔 씩씩한 한 여성의 삶이 이 속에 들어있었다. 물론 내가 쓰고 있는 이 글의 소재와 맞닿은 똥이야기도 있었다.
아마 딸이 초등학교 1학년이나 2학년 때 이야기인 듯 했다. 이사온지 얼마 안돼 '이미지관리'에 신경 쓰던 모녀는 똥 때문에 개망신을 당했다. 그 개망신을 준 사람은 교사였다.
장애아인 딸이 교실에서 실례를 했나보다. 담임선생이 전화를 해서 말하기를 "지금 은혜가 똥을 쌌는데, 빨리 와서 치워 주세요. 수업도 진행해야 하고..." 아무튼 이런 내용이었다. 20분 동안 차를 몰고 온 엄마는 교실에 방치된 아이들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엄마는 그 담임선생님에 대해 어떤 생각을 했을까.
내겐 다섯 살 아들이 한 명 있다. 백일 쯤까지는 밥먹을 때 '응아'를 하면 나는 담배를 들고 도망쳤다. 그 게 더럽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하지만 지금은 아들 녀석이 응아를 하고 엉덩이를 치켜 세우고 내 앞에 엎드려 뻗쳐 자세를 취한다. 그러면 난 휴지를 뜯어 그곳을 닦어준다. 이 모습은 이제 내 생활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아마 9월 1일 복직을 하면 1학년을 가르칠 것 같다. 어제 교육부 어떤 연구사는 '내가 1학년을 맡게 된다'고 하니 자기가 1학년 가르칠 때 아이들 똥 닦아준 얘길 하더라. 이 얘길 들으면서 또 기분이 꼬였다. 왜 하필 똥을 닦아주었으면 주었지 똥이야기를 또...
문제는 교사가 교사 노릇을 한 것을 내세운 데 있다는 생각이다. 어떤 어려운 일을 하든 그건 교사와 아이의 문제다. 이를 내세우는 것 자체가 유치한 짓이다. 그저 '하면되는 것'을.
문제는 나에게도 있다. 이렇게 손가락질하는 나는 우리 반 아이가 실례를 했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정말 교사답게 조용히 해치울 수 있을 것인가.
문득 책을 읽고 나서 '똥의 두려움'이 엄습해 왔다. |
| 2003년 8월 19일 14:51:16 ㅣ bulgom (불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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