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6일 수요일

97 국감, "방송과외 효과 없지않나?"

[다시 가본 97년 국감장]의원들 한목소리 질타
 
윤근혁
 
▲ 97년 10월 1일 교육부 국정감사 국회 속기록.
"고3생 과외방송, 수능에 나온다고 했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음이 밝혀졌다. 정규 수업보다 많은 보충 수업, 학생들 잡는 일 아니냐."

지금으로부터 7년 전인 97년 10월 1일 교육부 대회의실. 국정감사에 참여한 국회 교육상임위 소속 김한길, 설훈, 서한샘, 안택수, 이수인, 정희경 의원 등 8명은 당시 현안으로 떠오른 위성과외 방송과 보충수업 문제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안 장관의 7년 전 발표, 국회의원들은 뭐라고 했을까?

신한국당 김영삼 정부 시절인 97년 4월 안병영 당시 교육부장관은 '위성과외방송과 방과후 과외 실시'를 뼈대로 한 '과외 근절대책'을 내놨다. 8월엔 고교 과정 한 채널, 초중학교 과정 한 채널 등 모두 두 개 채널을 담은 위성과외 첫 전파가 송출되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 당시 이 같은 모습은 올 2월 17일에 내놓은 '사교육비 경감 대책'과 다를 바 없는 것이었다.

▲ 서울의 한 학교에서 녹슨 채 방치된 위성 안테나.
ⓒ2004 윤근혁
97년 8월 새 교육수장으로 들어 선 이명현 당시 교육부장관에게 포문을 연 사람은 김한길 당시 국민회의 의원이었다.

"위성과외 중에서도 특히 고3을 대상으로 한 수능 위성방송은 전원 학원강사들을 초빙해서 운영하고 있다. 방송내용 중에 상당수가 수능시험에 출제된다는 이런 얘기가 들리고 있다."

김 의원의 이 같은 내용 또한 현재 일부 학부모들이 기대하는 사정과 같다. 김 의원은 "위성과외를 보지 않는 학생까지도 유명학원에서 위성방송 교재를 갖고 특별반을 운영해 오히려 사교육비가 증가된 역작용을 다시 살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기 담임을 실력 없는 교사라고 하는데... 대책은 있나"

당시 자유민주연합 안택수 의원도 거들었다. "과외방송을 본 학생들이 자기 담임 교사들은 실력도 없다고 하는 말을 하고 있는데 대책은 있는가. 일류대 지망 학생들은 과외방송을 외면하고 있는데 실효성이 없는 것 아니냐"하는 것이 그의 발언이었다.

당시 신한국당 이성호 의원은 준비된 대안까지 제시했다. 그는 위성과외의 비교육성에 대해 거론한 뒤, "학벌이 우대 받는 사회풍토를 고치는 속에서 입시과외에 따른 사교육비를 없앨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서상목 의원도 "교육방송 과외 교재비가 턱없이 비싼 이유를 밝히라"고 교육부를 추궁했다.

당시 의원들은 위성과외방송의 문제를 설문조사를 통해 뒷받침하기도 했다. 당시 국민회의 의원인 정희경 의원과 민주당 이수인 의원은 조사결과를 내보인 뒤 '과외방송을 폐지하라'고 말했다. 정 의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교생의 88%가 과외방송은 방송대로 보고 학원은 학원대로 여전히 다니는 것으로 나왔다.

이수인 의원은 질의에서 "전국 고교생 700명을 대상으로 한 전교조 조사를 보면 94.8%의 학생이 학원을 그만둔 일이 없다"면서 "공영방송이 효과도 없는 과외방송을 하는 유일한 나라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고 개탄했다.

"오히려 보충수업 과외비가 50% 넘었는데…"

'방과 후 과외 활동'으로 표현된 보충수업에 대해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설훈 의원은 "고등학교는 보충수업이 정규수업보다 많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면서 "오히려 보충수업 과외비가 전체 사교육비의 50%를 차지하는 현실을 이해할 수 없다"고 따졌다.

이수인 의원도 "보충수업과 관계 없는 교장과 서무과장 등이 학생들이 내는 돈의 20% 정도를 갖고 가는 이유를 대라"고 질책하기도 했다.

이날 국정감사 속기록에서 여야 의원을 막론하고 위성과외 방송과 보충수업에 대한 찬성 목소리를 찾기는 어려웠다. '공교육 강화책이 아닌 실효성 없는 미봉책'이라는 것이 이들 의원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7년이 흐른 지금, 사정은 달라졌다.

지난해 말 한나라당은 참여정부보다 선수를 쳐 '위성과외 방송과 인터넷 서비스를 뼈대로 한 사교육경감 대책'을 발표했다. 안 부총리의 발표는 "사실 한나라당의 용인 속에서 수백억에 이르는 관련 예산이 이미 편성된 뒤 이뤄졌다"는 게 교육방송 핵심 관계자의 증언이다.

세상은 결국 돌고 도는 것일까. 교육시민단체들은 한 목소리로 '학생들이 어지럽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다.

녹슬어 버린 안테나, 캐비닛 속 수신기
[현장] 서울 한 중학교 방송실, “이제 교육은 장신구일 뿐”

▲ 방송실 캐비닛에 방치된 수진기.
ⓒ윤근혁
서울의 ㅎ중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치고 있는 최아무개 교사는 요즘 학교 현관의 난간에 설치된 위성안테나만 보면 가슴이 쓰리다. 그 자신이 97년 방송담당 교사로 위성안테나 설치 업무를 담당했기 때문에 더 그렇다.

"안테나 설치비 80만원과 무궁화 위성 수신기까지 합치면 적어도 기백만원은 들었을 거예요. 전국 대부분의 학교가 안테나를 설치했으니까 그 돈은 어마어마 했죠."

이렇게 전국 상당수의 학교에 교육예산이 쏟아졌다. 위성과외방송을 시청토록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7년이 흐른 지금 위성과외 방송은 계속되고 있지만, 위성안테나는 녹슬고 있다. 과외방송에 아랑곳없이 사교육비 또한 '널뛰기'를 했다. 학생들은 그냥 학원 가거나, 위성과외 보고 학원 가는 해괴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을 뿐이다.

18일 서울 ㅎ중 현관 난관 위엔 직경 5미터 크기의 접시 모양 안테나가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었다. 페인트칠은 다시 했지만 비에 녹슬어 위성안테나로서의 역할은 더 이상 할 수 없었다.

"0교시 수업이나 보충수업할 때 틀어준 기억은 있는데, 한두 해 가다가 학교에서 언제 이 안테나를 통해 과외방송을 틀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게 주변 교사들의 증언이다.

교무실을 통과해 방송실에 들어섰다. 삼성전기에서 96년 7월에 만든 무궁화 위성수신기(모델명 SDR-200)가 캐비닛 속에 널브러져 있었다. 손을 대 볼 수 없을 정도로 이미 수명이 끝나 있었다.

고석만 교육방송 사장은 이날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 "전국 1만개 학교에 위성 안테나와 위성 수신기가 100%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추가 장비는 필요하지 않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이 학교 최아무개 교사는 교무실을 나서는 기자한테 한탄하듯 말했다.

"교육은 학생과 교사가 눈을 맞댄 상태에서 교감하고 피드백하면서 진행되는 것이에요. 방송만 틀어놓고 보라고 하면 학생들 다 딴청부립니다. 이건 교육이 아니에요."

서울교육청의 교육목표는 '자율적, 창의적, 도덕적 인간 양성'이다. 앞으로 교실 안에서 수업 대신 방송과외를 볼 학생들한테 이런 교육목표는 장신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 윤근혁 기자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2004년 2월 20일치에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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