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6일 수요일

교육부의 이상한 전화와 해당간부 사퇴

[취재수첩] <일기상 몰아주기 의혹> 보도 그 후
 
윤근혁
 
▲ <오마이뉴스>의 6월 29일치 기사.
'주최단체 간부 자녀가 대통령상'이란 제목의 기사(<오마이뉴스> 6월 29일치>)를 쓴 뒤 반응이 뜨거웠다. 어떤 시민단체가 서울시교육청과 함께 일기 대회와 눈치우기 경연 등을 벌이면서 대회를 주최한 간부들 자녀에게 상을 몰아줬다는 게 보도내용의 뼈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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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주최단체 간부 자녀가 '대통령상'?


보도가 나간 뒤 몇 명의 전화와 몇 통의 전자메일을 받았다. 이와 관련 국회와 교육부, 교육시민단체도 반응을 나타냈다.

<오마이뉴스> 보도 이후 제일 먼저 방송 3사 기자들의 확인 전화가 걸려왔다. 한 방송사는 보도가 나간 당일인 6월29일 기사 내용을 뉴스로 내보냈고, 또 다른 방송사는 보강 취재 중이다. 사실 이번에 문제가 된 일기대회에는 방송사 보도국 핵심간부와 한 신문사 자회사 사장 또한 이사진으로 참여하고 있다. 언론과 민간, 그리고 교육당국이 한 데 묶인 대회였던 셈이다.

교육부의 이상한 전화

보도 다음날인 6월 30일 오후 6시쯤엔 교육부 핵심부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이어 3시간 후인 저녁 9시쯤 교육부 학교정책과 직원이 전화를 해 왔다.

이들의 물음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동일했다.

"기사에 교육부 중견간부란 표현이 있는데 그가 누구인지 말해달라."

교육부 관계자의 똑같은 질문에 대해 기자는 "내부 제보자라도 색출하려는 것이냐"고 반문하면서 "교육부가 진짜 해야할 일을 찾아보는 게 우선 아니냐"고 말했다.

이번 일기대회만 해도 교육부총리 이름으로 내준 상이 한 해에 9개나 됐다. 대통령상과 국무총리상은 물론 장관상이 40여 개, 서울시교육감상은 자그마치 100개나 됐다. 다른 대회라면 꿈도 꾸지 못할 어마어마한 혜택이다. 일단 문제가 공론화 됐으니 '이 상이 정말 받을 사람에게 제대로 전달됐는지' 확인하는 것이 책임 있는 정부부처가 해야 할 몫이다.

더구나 대학 특례입학을 앞둔 학생 또한 상을 받은 것이 확인된 이상 교육부는 심사과정과 결재과정을 먼저 따져보는 것이 옳았다. 그러나 교육부는 난데없이 "간부 자녀가 최고상을 받은 일은 부도덕한 일이며 사실이라면 대학입시 과정에 반영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발언한 부처 내 인사를 색출하는 일에 더 힘을 쏟는 듯하다. 교육부 관계자들이 왜 이런 질문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앞뒤가 뒤바뀌었다는 느낌이다.

개인 비판 목적 아닌 후속 기사 진행 중

교육부의 전화 뿐 아니라 기사 내용에 대한 메일도 여러통 전달됐다. 욕설에 가까운 내용도 있었고, 새겨 들을만한 의견도 눈에 띄었다. '전교조와 대립한 특정 인사 죽이기냐', '좋은 대회를 망가뜨리려는 것이냐' 라는 항의 글도 있었음을 밝혀둔다.

보도 당일인 지난달 29일, 해당단체 고 아무개 사무총장은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와 사랑의 일기재단 이사직 사퇴를 선언했다.

그는 이날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상임대표'란 직함으로 낸 <오마이뉴스 기사에 관한 입장>이란 제목의 성명에서 "사랑의 일기는참여하는 어린이와 부모가 단체의 책임 있는 자리를 맡게 되는 경우도 있고, 두각을 나타내어 상을 받기도 한다"면서, "(사랑의 일기대회 상은) 비리나 의혹과는 전혀 관련 없는 순수하고 공정한 심사의 결과"라고 밝혔다.

대회 주최 쪽은 스스로 고 총장 자녀가 최고상을 받은 지난해 대회의 참여자가 자그마치 168만명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역시 같은 자녀가 최고상을 받은 97년 응모자는 자체 사이트에서 8000여 명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 단체는 또 이번 성명서에도 나와 있지만 "단순한 일기 쓰기 능력보다는 학생의 인성을 판단해 상을 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수천 명에서 많게는 백만 명이 넘는 응모 학생들의 인성을 과연 어떻게 판단했는지 자못 궁금한 대목이다. 교사들은 '40명 정도의 학급 학생들을 1년 동안 지켜봐도 그 속마음과 인성을 온전히 파악하긴 쉽지 않다'고 털어놓는다. 그런데 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낸 몇 장의 일기장을 뒤적이며 인성을 파악하는 방식이 과연 어떤 타당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어쨌든 이번 기사는 끝나지 않았다. 우리 나라 특례입학과 연결될 수 있는 이번 시상식의 문제, 교육당국의 방관, 그리고 대회행사비 지원을 둘러싼 문제를 따져보는 일은 당분간 진행형이 될 것 같다.
다음은 고아무개씨가 발표한 성명서 전문

성명서

일부 인터넷매체의 보도를 통해서 물의가 제기된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과 인추협 및 사랑의 일기와 관련하여 입장을 밝힙니다. 먼저 인터넷 매체 오마이뉴스의 보도를 통해 제기된 물의와 의혹은 사실관계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현재 진행중인 경찰의 쌍방 간의 고소사건 수사과정에서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믿습니다.

그동안 본인을 비롯한 ‘안티 전교조 단체’라며 학사모의 활동에 흠결을 잡고자 저 개인의 도덕성에 문제제기를 하는 전교조 교육희망 기자 출신의 오마이뉴스의 기사를 봤습니다. 이 기사의 내용으로 봐서 아주 많은 분들이 오해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여 본인의 입장을 밝히는 바입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인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의 활동과 나의 일에 대해서는 확고한 입장을 가지고 진실을 밝힐 것을 다짐합니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은 우리 교육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학부모의 힘으로 풀어가자는 취지에서 설립된 순수한 교육운동단체입니다. 출범 후 교육계 현안으로 등장한 여러 이슈들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전교조와 정면으로 대립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따라서 저에 대한 음해성 소문이 많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는 근본으로 이 같은 학사모 활동에 대한 조직적 방해 견제 공작이라 믿고 있습니다. 개인의 사리사욕 때문에 조직을 붕괴시키고자 하는 사람도 있으며, 또 내용을 잘 모르는 국가기관이 음해세력의 일방적 주장에 잘못된 선입관을 가지고 편파적인 수사를 하고 있다는 의심도 갖습니다. 국무총리 청문회 증인으로 참석한 후 친 전교조 단체인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의 모함성 성명서가 발표된 것도 보았습니다.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학사모 운영과 관련하여 제기된 금전적 비리 혐의는 전혀 사실무근입니다. 열악한 시민단체의 재정상황에서 사무관리가 엉성한 탓에 일부 서류상 미비한 점은 있을 수 있겠으나 그것이 비리나 부정이라 볼 수 없을 것이며, 자발적 후원자 외에 어떤 부정한 금전적 도움도 없었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만약 그런 일이 있었다면 제가 지금 이 자리에까지 올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또한 사랑의 일기 시상과 관련하여 많은 의혹이 있는 듯이 제기하고 있는데, 사랑의 일기는 작문을 잘 하거나 일기를 잘 쓰는 아이를 뽑는 것이 아니라 꾸준하게 오랫동안 일기를 쓰면서 봉사활동을 통해 바른 품성을 길러 가는 어린이를 격려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참여기간이 길고 열심히 참여하는 어린이와 부모가 단체의 책임 있는 자리를 맡게 되는 경우도 있고, 두각을 나타내어 상을 받기도 하지만, 이는 비리나 의혹과는 전혀 관련 없는 순수하고 공정한 심사의 결과입니다. 이는 이 운동에 참여했거나 관련 있는 많은 분들이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지난 이십년간, 저의 모든 에너지와 시간을 투자해 시민운동에 투신해왔다고 자부하며, 보다 중요한 실천운동으로 자라나는 어린이들이 일기를 쓰며 보다 건강한 어른으로 자라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활동했습니다. 자녀를 키우는 아버지의 입장에서 우리 아이는 또 다른 실험과 실천의 대상이었습니다.

교과과목에 치우친 평가제도의 틀에서 벗어난 아이들 인성 저마다에 칭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노력했고, 많은 심사위원들이 참여해 주셨습니다. 해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수상자를 결정하려고 노력했으며, 저의 아이도 그런 기준에서 다른 아이들과 같은 방법으로 선정된 것이었다는 점을 밝혀드립니다.

하지만 왜곡된 시선으로 본다면, 본인의 처신이 현명하지 못했다는 것만은 절감하는 바입니다. 이 때문에 사춘기의 아이가 마음의 상처를 받게되는 것은 아닌지 아버지로서의 죄책감이 앞섭니다. 그리고 사랑의 일기에 참여한 많은 학생과 가족들의 명예와 신뢰에 흠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당사자가 된데 도의적인 책임을 느끼며 그동안 활동해온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와 사랑의 일기 재단의 이사직을 사퇴할 것입니다. 본인의 지혜롭지 못한 처신으로 순수한 시민운동단체와 그동안 열심히 후원해주신 많은 분들에게 누를 끼치게 된 것과 전국의 회원 및 참여가족, 관계자 여러분께 사죄 드립니다.

앞으로 더욱 투명하고 깨끗한 사회활동을 통해 여러분들의 신뢰와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04년 6월 29일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상임대표 고○○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2004년 7월 3일치에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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