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6일 수요일

[돋보기10월29일] 등급제는 기여금제

교육방송 라디오 원고
 
윤근혁
 

◎ 바뀐 대입제도 공부 어떻게?

-교육부가 2008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선 최종안을 어제 내놨는데요.
지난 8월 26일 개선 시안을 내놨으니까 근 두 달만에 최종안이 나온 것인데요. 일곱 차례나 발표 일정이 연기됐지만 결국 '돌고 돌아 제자리'란 말처럼 시안과 별반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잠깐 주요 내용만 살펴보죠.
이 시안은 올해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대입시험을 치르는 때인 2008학년도 대입부터 적용되는 것인데요.(2007년 말 시험) 수능점수가 폐지되는 대신 수능 9등급제로 되고요. 평어(수우미양가식 평가)식 내신평가자료를 없애는 대신 석차 9등급제로 바뀌는 것을 그 뼈대로 하고 있습니다.

수능 9등급제라 함은 기존에 표준점수와 같은 수능 점수가 대학에 제공됐는데 이 대신 등급으로만 처리하겠다는 것인데요. 1등급은 상위 7% 얘기도 있었지만 결국 4%까지로 정했습니다.

석차 또한 기존 부풀리기 논란이 있던 평어를 대학에 아예 제공하지 않기로 했고요. 이 대신 원래 점수와 석차로 나눈 등급만을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지금 중학생과 이들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앞으로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우선 그것이 궁금한데요.
전문가들은 학교공부를 우선해야 한다, 책읽기를 중시해야 한다, 특목고 진학은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분석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바뀐 대학입시에 대한 대응책을 학교 밖에서 찾지 말고 학교 안으로 몸과 마음을 돌리는 것이 유리하다는 얘깁니다.

-아무래도 학생부 비중이 강화되기 때문에 학교공부를 더 철저히 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듯 한데요.
그렇죠. 교육부 발표 안을 대학쪽이 제대로 수용한다면 수능 결과보다도 내신 비중이 무척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내신이 합격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인데요.

이에 따라 학생부 성적을 잘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고1 때 성적부터 석차에 따라 등급을 매긴 자료가 대학에 건네지는 것이기 때문에 석차 관리를 하는 게 우선이라는 것인데요.

전체 석차 등급은 물론 과목별 석차 등급을 갖고도 대학이 관련 학생을 뽑을 가능성이 큰 상태입니다. 이 때문에 미리 진로를 결정했다면 해당 과목을 더욱 더 깊이 파고드는 맞춤식 학습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또 바뀐 수능은 교과서 안 출제가 예상되고 있는데요. 이 것 또한 무엇보다 학교공부에 집중해야 함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반면 사교육에 의존한 섣부른 선행학습은 학교 공부에 대한 흥미를 망칠 수도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교과별 독서활동도 기록하도록 했죠?
교사가 교과별 독서활동 내역도 기록하도록 했는데요. 이 또한 대학에서 주요 사정자료로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교육부의 복안입니다. 학생들은 이에 따라 교과 관련 책을 폭넓게 읽는 것이 꼭 필요한 일이 됐습니다.

대학별로 논술이나 심층 면접 등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요. 독서는 이런 시험을 보는 데도 밑바탕이 될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특목고는 동일계열에 지원할 때만 혜택을 주는 것으로 발표됐는데요.
그렇습니다. 이에 따라 특목고 진학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번 발표 내용에 따르면 특목고 학생들이 다른 계열(외고에서 이공계열과 같은)에 진학하는 것은 상당히 불리해 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대입명문고는 곧 특수목적고다.' 이런 식의 막연한 생각은 상당히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중3 때 자녀가 진로를 미리 선택하고 특목고 진학을 고려해야만 한다는 것이죠.

◎ 교육비 격차 환란 이후 최대

-자녀 교육에 쓰는 돈이 계층 간에 더 벌어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는데요.
고소득층은 교육비를 계속 늘리고 있는 반면에 저소득층은 교육비를 계속 줄이고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27일, 국민은행 경제경영연구소가 이런 보고서를 냈는데요. 올해 계층별 소비지출 대비 교육비 비중을 따져본 결과, 월평균 소득 495만원이상 고소득 계층은 전체 소비에서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10.55%였습니다. 이는 지난해보다 오히려 0.68% 상승한 결과를 보였습니다.

-저소득층이 쓴 교육비 비중은 어땠나요.

이에 반해 월 평균 소득 95만원 이하 저소득 계층은 교육비를 계속 줄여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55만원 이상 75만원 미만 저소득계층은 교육비 비중이 4.26%로 지난 해 보다 3.42%나 줄었고요. 75만원 이상 95만원 미만 소득계층은 6.18%로 지난해와 비슷한 비율이었지만 상위 계층과는 그 격차가 오히려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현상은 저소득층이 외환위기 이후 교육비 비중을 가장 큰 폭으로 축소한 것인데요. 개천에서 미꾸라지만 아니라 용도 나올 수 있어야 건강한 세상이겠죠.

◎ 한국교육개발원 "등급제는 변형된 기여입학제"

-한 국책연구기관이 최근 논란이 된 고교등급제에 대해 변형된 기여입학제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서 잔잔한 파문을 던지고 있는데요.
그렇습니다. 한국교육개발원(원장 이종재)이 25일 '고교등급제의 실상, 문제점과 해결방안'이란 제목의 보고서(Position Paper)에서 이처럼 밝혔는데요. "(고교등급제를 적용한) 대학의 강남학생 선호는 부유층 자녀 확보를 통한 대학의 발전 전략으로 이해될 수 있다"면서 "고교등급제는 변형된 기여입학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국책연구기관이 이 같은 등급제 관련 공식 분석자료를 내놓기는 처음입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이렇게 분석한 근거가 있을 텐데요.
개발원은 고교등급제 적용대학의 강남지역 편중현상을 그 근거로 들고 있는데요. 보고서는 "문제가 된 사립대학이 수시모집에서 해당 대학의 정시 모집 학생구성비, 서울대 등의 지역학생 비율과는 달리 강남지역 편중현상을 보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올 1학기 수시모집에서 고교등급제 적용 사실이 드러난 이화여대와 연세대의 강남지역(서울 강남·서초·송파구) 합격생 비율은 각각 36.1%와 35.5%였습니다. 이 수치는 2004학년도에 정시입학한 서울대의 강남 입학생 비율(12. 3%)에 견줘 갑절 이상인데요. (강남지역 고교생 4.9%)

-관련 대학들은 당연히 펄쩍 뛰었겠군요.
그렇습니다. 이 보고서 내용이 알려지자 연세대 등이 반박 의견을 나타냈는데요. 연세대 입학관리처 관계자 27일 전화통화 "한국교육개발원의 연구보고서 내용은 한마디로 어이가 없는 얘기"라면서 "올 수시 1학기 강남 합격생의 데이터만 갖고 기여입학제를 거론한 것 자체가 근거가 박약한 억측"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반면에 고교등급제를 반대하는 교육시민단체들은 개연성이 큰 얘기라면서 한국교육개발원 보고서에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이밖에도 보고서 내용엔 의미 있는 것들이 많던데요. 고교간 학력격차 반영에 대한 외국 사례도 들어있던데요.
보고서는 '고교간 학력격차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다음처럼 적어놨는데요. "대다수 선진국은 교육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지역과 인종을 배려하는 역차별의 근거로 학력 격차에 대한 자료를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고교등급제는 불리한 배경을 가진 학생들을 배제하고 좋은 배경을 가진 학생들에게 더 유리한 대우를 해주려는 의혹이 있다"

고교간 학력격차를 얘기하는 차원이 우리나라와 정반대다 하는 얘긴데요.

보고서를 쓴 한국교육개발원의 강영혜 연구위원은 27일 전화통화에서 "고교등급제는 빈곤의 대물림이나 학력격차를 오히려 심화시킬 위험성이 크다"면서 "언론과 정치인들이 교육문제를 학술적 판단이 아닌 이해관계에 따라 파당적 시각을 나타내고 있어 큰 일"이라고 말하더군요. 그는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문제에 대해 학자로서 객관적으로 옥석을 가릴 필요가 있어 연구보고서를 내게 됐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2004/11/04 [16:40] ⓒ 윤근혁의 교육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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