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4일 화요일

뒤늦은 반성

교육기사 뒤집어보기 (35)
 
윤근혁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고 반성은 아무리 늦어도 빠르다.’ 어느 나라 속담으로 기억하는데요. 오늘은 이 말을 스스로에게 던지면서 이 자리를 채웁니다.

주간<교육희망> 306호(2002년 5월 22일치)엔 선정적인 제목이 1면에 실렸는데요. “학교예산 100억, 교장·교감회 유입의혹”이란 것이었지요.

기사 내용은 “서울 교장·교감회가 초·중등 학교의 예산 100만원씩을 자체 회비와 운영비로 일제히 빼간 것으로 추정됐다”면서 “이 액수를 전국 1만 143개 초·중등 학교로 환산할 경우, 100억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액수가 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보도한 바 있죠.

이 보도가 나오자 항의성 전화와 메일이 왔습니다.
내용은 ‘의혹 부풀리기 아니냐?’, ‘교감회 회비와 운영비가 확대 보도됐다’와 같은 것들이었는데요. 이 가운데 경북의 어느 작은 고등학교에 근무하는 교사가 <교육희망>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 기억에 남습니다.

“우리학교 예산은 특히 우리 선생님들 전체와 협의해서 짠 것이므로 저도 그 내용을 시시콜콜 알고 있는데 정말로 우리학교는 전혀 해당이 없는 내용이었습니다. …기사를 쓸 때 부분을 가지고 전체에 적용시켜 일반화할 때는 좀 더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정확하지 못한 기사에 대해서는 해명도 필요하리라 봅니다.”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비록 기사 가운데 ‘의혹’이나 ‘추정’이라는 연막을 쳤더라도 전체 학교가 다 그런 듯 전국으로 일반화한 것은 신중하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이런 생각에 자체 회의를 거쳐 308호(6월 5일치) 신문에 위 교사의 글을 싣기도 했지만 아직도 가슴은 쓰립니다.

자체 회비와 연수비는 학교예산으로 지출하고 교사회비와 연수비는 지출하지 않도록 결정한 서울 중등교장회 공문을 최근 입수하기도 했는데요. 사정이 이렇더라도, 양심과 소신에 따라 자신의 주머니를 터는 학교장은 분명히 있었을 겁니다.

이 분들에게 일반화의 누명을 씌워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은 잘못한 일이었습니다. 앞으로 뒤늦은 반성이 때늦은 후회가 되지 않도록 가슴 깊이 새기겠습니다.
 

 * 이 기사는 주간 교육희망 2002-06-19 제310호에 실은 글입니다.

 
2003/01/19 [13:00] ⓒ 윤근혁의 교육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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