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4일 화요일

무심한 가정환경조사서

교육기사 뒤집어보기 (26)
 
윤근혁
 

‘부모 직업·부모 학력.’ 학생들이 낸 ‘가정환경조사서’에 빠짐없이 들어있는 항목인데요. 많은 교사들이 가정의 환경을 조사하기 위해 꼭 살펴보는 곳이 바로 여기죠.

무심히 흘겨보았을지도 모를 이 난이 아이 마음에 상처를 주는 무기 노릇을 했다는 기사가 실렸내요. 경향신문 3월 30일치 신현기 기자가 쓴 글이 바로 그것입니다.

"가정환경조사가 실시되면서 상당수 학교에서 사생활문제를 ‘공개적’으로 조사해… 주부 구 모씨(38·경기 구리시)도 며칠 전 초등학교 5학년인 딸의 가정환경조사서 학력란에 아무 것도 쓰지 않았다.

구씨는 ‘고졸이라 학력란을 쓸 때마다 고민한다’며 ‘아이가 대졸자인 친구들의 부모들과 비교하면서 부끄러워 할 것 같아 괴롭다’고 말했다."

기사 내용대로라면 학력란이 그 주범이군요. 이 글을 보면서 어릴 적 부모 학력란에 ‘국퇴’를 ‘국졸’이라 거짓으로 쓰던 기억이 납니다. 이 기사는 다음처럼 마무리됩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가 지난해 1월부터 가정환경조사서의 학력란을 공란으로 비워두자는 운동을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관료기관에서 일하는 사람일수록 공문을 좋아합니다. 다른 사람의 가슴보다는 공문의 빠진 글귀에 가슴 떠는 게 이들의 특성입니다. 이처럼 학력 타령과 학벌주의는 학생들의 마음에 상처를 내고 있습니다.

현재 칼자루를 쥔 쪽은 교육당국이 아니라 언론들. 교육을 좌우하는 족벌언론은 아직도 다음과 같은 노래를 지어 부르고 있다면 과장일까요?

“원숭이 엉덩이는 빠알개. 수능은 엉망, 엉망은 이해찬 1세대, 이해찬 1세대는 보충수업 폐지, 보충수업 폐지는 학력저하, 학력 저하는 평준화 때문, 평준화는 나빠, 나쁘면 현정권. 현정권이 바람에 펄럭입니다. 하늘 높이 정권 흔들기 펄럭이게 합니다.”

족벌언론 자체가 곧 학벌언론. 학벌주의 안 깨면 평준화도 깨집니다.

* 이 기사는 주간 교육희망 2002-04-10 제300호에 실은 글입니다.

 
2003/01/19 [12:06] ⓒ 윤근혁의 교육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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