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4일 화요일

'바지저고리 장관' 만들기

교육기사 뒤집어보기(39)
 
윤근혁
 

▲보수언론의 바지저고리 장관 만들기.     ©윤근혁
"성급한 말잔치", "불안한 입", "어설픈∼", "말을 아껴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10일치에 실린 기사와 사설의 제목들이다. 말투만 보면 큰 잘못을 저지른 어린아이를 꾸짖는 기사 같다.

하지만 이 기사의 화살촉은 모두 한 쪽을 향했다. 그 조준 대상은 바로 7일 교육부총리로 취임한 윤덕홍 장관.

조선과 동아는 이날 사회면 톱(동아는 사이드 톱) 기사와 사설로 윤 부총리를 꾸짖고 나섰다. 내용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중단과 수능 자격고사화 "발언을 쏟아내, 안(교육부)에선 허둥지둥, 밖(교육시민단체와 학부모)에선 비난 봇물"(조선 A9면 톱기사 제목)을 이루고 있다는 것.

조선·동아의 이날 기사 속에는 다음처럼 교육관료들의 말을 중계하고 있었다.
<조선일보 A9면> "이(교육부) 관계자는 (NEIS에 대한) '반대 의견을 들어보고 검토하겠다는 취지였다. 유보 및 중단의 의미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직 업무보고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부총리가 말씀을 많이 하셔서…'하고 푸념했다."

조선이 보도한 '이 관계자'는 취재 결과 NEIS 책임자로 지목된 '김정기 국제교육정보화기획관'이었다.

<동아일보 A31면> "교육부 직원들은 '업무보고도 받지 않고 NEIS 유보를 즉흥적으로 발표해 황당했다'며 '다음엔 어떤 말을 할지 불안하다'고 입을 모았다. ……교육부 실무자들은 '그런다고 과외가 없어질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너무 이상적'이라며 '경험이 없어서겠지만 취임사에서 뺑뺑이, 바지저고리 등의 용어를 듣고 실망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내에서는 '과거 교수 출신 장관들이 설익은 아이디어를 마구 쏟아내 감당하기 힘들었다'며 '새 부총리는 최소한 6개월 동안 일하지 말고 업무를 파악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위 기사는 온통 교육관료들의 말로 채워져 있는데, 교육시민단체의 목소리는 어느 곳에도 없다.

윤 부총리는 취임식에서 "여러분은 저를 뺑뺑이 돌려 '바지저고리 장관' 만들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 바 있다. 그가 말한 '여러분'은 바로 교육관료들. 그런데 조선·동아 10일치 기사는 교육 관료들의 말을 빌려다가 '장관 때리기'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윤 부총리가 12일 "NEIS 문제 크지 않다"고 말을 바꿨지만 13일치 조선·동아는 이에 대해 매를 들지 않았다. '우리 생각과 같게 되었기 때문에 때리지 않는다'고 이들 신문이 말하는 것 같았다.

* 이 기사는 주간<교육희망> 334호(2003년 3월 17일치)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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