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6일 수요일

<조중동>한테만 박수 받은 공교육감

[분석] 보수-진보 교육단체 모두 반발하는데...
 
윤근혁
 
▲ 공정택 서울교육감 당선자
ⓒ2004 공정택 홈페이지
공정택 서울시교육감 당선자(70)의 당선 인사말이 도마 위에 올랐다. 그가 28일 당선 직후, '초등생 수우미양가 성적 평가와 학력경쟁 중심주의'를 표방하자 교육단체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선 것.

그의 발언을 놓고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회장 윤종건)·전국교직원노동조합(위원장 원영만), 학부모단체인 참교육학부모회(회장 박경양)·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운영위원장 고은광순) 등 보수·진보 단체들은 오랜만에 한 목소리를 냈다.

"경쟁이 지나쳐 자살이 속출하는 데도 학력경쟁 제일주의를 표방한 것은 10년 전으로 후퇴한 퇴보적 발상"이라는 게 이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교육부 또한 비슷한 의견을 낸 것으로 보도됐다. "7차 교육과정의 기본 취지인 창의성 교육과 인성교육에 어긋난 발언"이라는 것이다. 한국·한겨레·국민·문화·세계 등 대부분의 신문들도 ‘과외바람, 치맛바람’을 우려하며 반대 사설과 기사를 썼다.

왜 <조중동>은 공 당선자 편들기 나섰나?

▲ <조중동>의 30일치 사설들.
ⓒ2004 교육부스크랩 재인용
그러나 이런 논란 속에서도 30일치 <조중동>은 공 당선자의 발언에 일제히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였다. 교육단체와 교육부, 그리고 대부분의 언론들이 다 "아니다(NO)'라고 말할 때 <조중동>만 '맞다(YES)'라고 소리친 셈이다.

<조중동>은 사설들을 통해 "학생도 교사도 학교도 경쟁하게 만들어야"(<조선사설> 제목), "공교육감의 '학력 증진' 방향이 옳다"(<동아사설> 제목), "서울시 새 교육감에 거는 기대"(<중앙사설> 제목)라며 한목소리로 공 교육감을 지지했다.

<조선>은 한발 더 나아가 사설에서 공 당선자 스스로도 발언을 철회한 '수우미양가'식 평가까지 거들고 나섰다.

"초등학교의 중간·기말고사를 부활시키며, 초등학교 학력평가는 현재의 서술형에서 ‘수우미양가’형 평가로 바꾸고, 자립형사립고와 특목고의 설립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교육시스템과 입시 제도를 공부하기 싫어하는 학생들에게 맞춘다면 그 결과는 학력 추락일 수밖에 없다."

<동아> 또한 비슷한 내용이다.

"공정택 서울시교육감 당선자가 최우선 과제로 초중고교생의 학력증진을 내세운 것은 시기적절하고 옳은 방향이다. …초등학교 시절 과중한 학습부담을 줄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학력을 외면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사설들은 일제히 "현재 초등학교 학력부진이 심각한 상태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학력경쟁을 더욱 심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공부하기 싫어하는 학생들에게 교육체제를 맞췄다가는 더욱 큰 학력추락을 불러온다"고 경고하기도 한다.

그러나 <조선><동아>의 사설에서는 초등학교 학력부진의 근거가 제대로 나타나 있지 않다.( 박스기사 참조) 또한 <조선>은 "공부하기 싫어하는 학생들에게 교육체제를 맞췄다"는 근거없는 주장을 펴고 있다.

<중앙>과 <조선>은 또한 공 당선자의 '평준화 흔들기'에 박수를 보냈다. 공 당선자가 “자립형사립고와 특수목적고 확대를 통해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권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평준화를 보완하겠다”고 밝힌데 대해 이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한 것이다.

<중앙>은 사설 대부분을 평준화 '흠집내기'에 할애하며 공 당선자를 두둔했다. <중앙>은 사설을 통해 "평준화 문제점 시정을 요구하는 여론에 따라 교육부가 개선작업에 나섰지만 시도교육감의 반대에 부닥쳤다"면서 유인종 현 교육감을 겨냥한 뒤 "이런 상황에서 공 당선자의 자립고와 특목고 증설 방침 언급은 평준화 문제를 개선하는 데 큰 몫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조선>도 사설에서 “세계에서도 가장 과격한 축에 든다는 평준화 제도로 학생들이 시험을 안 치러도 되게 해왔고, 대학 입시 문제는 되도록 쉽게 출제해 고난도의 학습이 필요 없게 했다”고 단정하면서 “냉정한 경쟁시스템이 도입돼야 학교도 교사도 품질 좋은 교육을 위한 노력을 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평준화 폐지론자들의 면면은 교육공공성보다는 경쟁과 일부 계층의 선택권을 강조한 세력과 일치한다. 1970년대엔 한국사학재단연합회, 사립교장단, 대한교육연합회(현 한국교총)가 항의문을 내는 등 평준화 반대에 앞장섰고, 현재는 경제부처, 사학재단, 한나라당, <조중동> 이 평준화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공 당선자와 <조중동>의 '허니문 기간'은 4년 임기 내내 계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이들은 적어도 다음 질문에 답한 뒤 공교육을 언급하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

"현재 초중고 학생들은 경쟁하지 않고 놀고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

근거 제시 없는 <조선><동아>의 '학력부진' 타령

<조선>과 <동아>는 30일치 사설에서 초등학교에서 ‘학력부진이 심각하다’고 외치면서도 이렇다할 근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수우미양가식 평가가 진행된 수십년 전보다 어떤 영역에서 어떤 내용의 학력이 떨어졌는지 과학적인 설명을 한 뒤 ‘학력경쟁을 더욱 심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야 함이 당연한데도 말이다.

물론 <동아>는 사설에서 초등학교 학력부진의 사례를 기초학력 학습부진아 미달 비율을 나열하면서 학력 부진을 나타내려고 노력했지만 이 또한 허망한 숫자 배열에 불과하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지난해 읽기, 쓰기, 셈하기에서 각각 ‘3.24%, 3.77%, 5.18%’라고 적어 엄청나게 많은 것처럼 표현했지만 이 수치는 2002년 조사에 견줘보면 오히려 읽기와 셈하기는 줄었고 쓰기만 약간 늘어난 수치다.

우리나라의 기초학력 부진아는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적다는 게 일반의 평가다. 지난해 과학, 수학, 읽기가 각각 1위, 2위, 6위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학업성취도 조사결과(PISA)가 발표되자 교육부와 학자들은 “한국학생의 성취능력이 우수한 것은 기초학력 미달학생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적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 윤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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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2004년 7월 31일치에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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