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인 전주 ㅅ고 윤아무개(사회과) 교사는 6일 아침신문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전국 사립 초·중·고 1605개교 가운데 1531개교가 '이사회를 일제히 열고 이미 (학교) 폐쇄 결정을 내렸다'는 보도를 보았기 때문이다.
"전체 학교의 95%가 폐쇄 결정을 내렸다고 하는데 우리 학교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의 의견을 전혀 묻지 않았어요. 내년부터 당장 문을 닫는다면 학생도 교사도 죄다 길바닥에 나앉는다는 것인데 재단 이사회가 쥐도 새도 모르게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겁니까?"
이런 고민에 빠진 교사는 윤씨뿐만이 아니다. 기자가 경기도 ㄱ중, ㅇ고 등 전국 16개 시도에 근무하는 교사 17명에게 이날 확인한 결과 자신의 학교가 폐쇄 의결이 됐는지 알고 있는 교사는 한 명도 없었다.
사립학교 교사들 "거수기 이사회 모습 잘 보여준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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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련 기사를 1면 머릿기사로 보도한 <조선일보> 6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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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 조선일보 PDF |
사립학교인 경기 ㅇ고 최낙성 교사는 "아마 이사회가 학교 폐쇄 결정을 내리면서 우리 아이들이나 교사들한테 의견을 물을 필요를 느끼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학교 폐쇄 결정은 이사장의 의중에 따라 교육은 내버린 채 거수기 노릇만 하는 이사회의 모습을 잘 보여준 사례"라며 "사립재단쪽 인사로 꽉찬 이사회에 개방이사나 공익이사가 한명이라도 들어가 있으면 이런 반교육적인 결정은 내릴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한국사학법인연합회, 대한사립중고등학교장회(아래 사립교장회) 등 사학 관련 단체들은 5일 기자회견을 열고 "7일 오후 1만여명이 참석하는 사립학교법 개정 반대 궐기대회에서 학교 폐쇄 의결서를 사학법인연합회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윤수(경기 ㄱ중 교장) 사립교장회 회장은 6일 전화통화에서 "우리 학교도 이사회를 열어 만장일치로 학교 폐쇄를 결정했다"면서도 "이사회 전에 학생과 교사, 학부모에 대한 여론 수렴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사립학교법이 통과되어 학교 폐쇄를 하더라도 1학년부터 학생들을 받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재학생과 교사들에게 당장 피해가 가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5일 현재 학교 폐쇄를 의결한 곳은 사립 중고교 1605개교 중 1531개교, 전문대 143개교 중 113개교, 4년제 대학 186개교 중 98개교로 총 1742개교다.
사학법인연합회에서 제정한 사학헌장은 "사학은 공정하고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운영으로 사회의 신뢰와 지지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분노한 교육부 "몇천명 되더라도 임시 관선이사 파견할 것"
사립학교의 이같은 폐쇄 결정에 대해 교육부가 강하게 질책하면서 '관선이사 파견'까지 거론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최진명 교육부 사학지원과 과장은 "학교가 본래 임무인 교육을 포기하고 학교를 폐쇄하기로 결의한 것은 교육자로서 부끄러운 일"이라고 전제한 뒤 "더구나 재단 이사회가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몰래 폐쇄 의결을 했다는 것은 학교를 개인소유물로 생각한 처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최 과장은 또 "교육부는 사학재단이 학교를 폐쇄하게 되면 몇천명이 되더라도 임시 관선이사를 파견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학교 폐쇄는 학생의 학습권을 근원적으로 침해하는 것이고 학생들에게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가져다 줄 것이므로 어떤 명분으로든 이 문제를 거론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학교 폐쇄 의결 사실을 뒤늦게 안 윤 교사는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사립학교법 개정 농성장'에서 "이사회가 교사와 학생들 의견도 묻지 않고 폐쇄 의결을 했다면 할 수 없다"면서 "우리는 학교가 폐쇄되더라도 아이들을 버릴 수는 없다, 교사들 서명운동이라도 해서 꼭 아이들을 가르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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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2004년 11월 6일치에 쓴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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