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4일 화요일

소년신문의 교사 욕하기

교육기사 뒤집어보기 (29)
 
윤근혁
 

4월 25일 아침 전국 초등학교 교실. 소년 동아·조선·한국일보를 학생들한테 나누어주던 초등교사들은 눈에 불이 일었을 겁니다. 초등 1학년 학생도 보는 소년신문 1면에 교사를 비판한 글이 대문짝처럼 실려 있었기 때문이죠.

소년신문 3사가 약속이나 한 듯 다룬 내용은 전교조와 한겨레신문 독자 유착 문제. 엇비슷한 내용이므로 제목도 비슷한 건 당연한 일입니다.

“한겨레신문 구독 학부모 학운위 출마 권유를, 전교조 서울시지부 분회에 공문 보내 물의”(소년동아), “특정신문 보는 학부모, 학교운영위원 출마 권유하라, 전교조 서울지부 분회에 공문 보내 말썽”(소년조선), “한겨레 구독 학부모 학교운영위원 출마 권유하라, 전교조 서울지부, 각 학교에 지시공문 말썽”(소년한국)

소년조선은 1면 머릿기사로, 소년동아는 준 머릿기사로 다뤘죠. 소년한국도 같은 내용을 1면 사이드 톱기사로 올렸네요. 전교조가 소년신문 거부선언을 한 지 이틀만에 터진 일이죠.

사실 소년신문 역사상 교사와 교원단체의 잘못을 폭로하는 글이 1면에 실린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보이네요. 생각 있는 학부모가 아이 앞에서 담임을 욕하지 않듯, 소년신문도 교사 비판을 자제해왔던 게 사실이죠.

최근 울산 교장들의 건축비리나 촌지문제 등 사실이 명확히 드러난 사건도 이런 까닭으로 보도하지 않은 거죠. 그런데 이날 소년신문 3사는 입을 맞춘 듯 10만 여명의 교사모임인 전교조를 전면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일단 원인제공은 전교조 서울지부의 산하조직이 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 문서는 어떻게 어른신문과 어린이신문을 장식할 수 있었을까요? 취재결과 소년신문을 자매지로 거느린 모 신문사기자가 서울교육청 출입 기자들한테 자료를 푼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역사상 유례없는 소년신문 거부운동이 때릴수록 강해져야 할 텐데.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었는가’란 책이름이 떠오릅니다.

 * 이 기사는 주간 교육희망 2002-05-01 제303호에 실은 글입니다.

 
2003/01/19 [12:14] ⓒ 윤근혁의 교육돋보기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