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7일 목요일

승진 목맨 학교, 희망은 없나

공문날조, 허위보고, 논문대필…복마전
 
윤근혁
 
특단대책 필요…참여·자치 대선공약 다시 불 지펴야

 

나는 최근 하루 새에 두 개의 제보를 받았다. 둘 다 초등학교에서 생긴 일이었고 모두 공문 허위보고에 관한 것이었다.

다음 날 해당 학교에 전화를 했다. 서울 강서구에 있는 ㅇ초는 교육청에 연구시범학교를 신청하면서 의견조사를 하지도 않은 채 교사의견 수렴란에 “96% 찬성”이라고 쓴 혐의다.

▲연구시범학교 참관 모습.     ©안옥수

이 학교 이 아무개 교장에게 확인한 결과 제보내용이 정확히 들어맞았다. 이 교장은 “방학 중이라 교사 의견조사를 못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학교인 사울 강동구에 있는 ㄱ초도 인사자문위원회 회의록을 이 학교 교감이 가필한 의혹을 샀다. 교육청 지침에 따라 인사 보강할 때 인사자문위 의결을 거치도록 되어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은 채 나중에 대필했다는 게 제보의 내용이었다. 대필 의혹을 받은 이 학교 황 아무개 교감에게 확인한 결과, “내가 추가로 메모했다”는 시인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6일, “두 학교에 대해 감사 등 엄격히 지도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학교가 공문을 날조하거나 허위보고하는 사례는 이 뿐만이 아니다. 시간에 쫓겨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하는 거짓보고는 그래도 봐줄만하다. 하지만 위 두 학교사례처럼 승진점수와 관련 있을 때엔 그냥 넘기기 어렵다. 교육을 팔아서 자기잇속을 챙기는 일이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승진을 앞둔 교감 또는 부장교사의 숙제를 대신해주거나 논문을 대필해주는 일은 당연한 일처럼 통한다. 후배교사로서 마땅히 해야 할 미덕으로 치장되기까지 한다.


한 술 더 떠 학교엔 논문대필 광고전단이 날아든다. A교육정보에서 학교에 보낸 우편엽서엔 “출품하면 저희와 약속한 (연구대회) 입상은 꼭 보장한다”면서 “1등급을 꼭 보장받아야 하시는 분은 상담하라”고 적혀 있다. 교사승진도 대행시대인 셈이다.


안승문 서울시 교육위원이 서울시내 초중고 교사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가운데 76.4%는 현행 교원 승진제도 때문에 ‘수업과 생활지도에 충실할 수 없다’고 답했다.


지금 가장 깨끗해야 할 학교가 공문날조, 허위보고, 논문대필과 같은 복마전에 시들어가고 있다. 대선공약대로 교사회․학부모회 법제화가 되었더라면 견제장치라도 있을 텐데, 이나마 어려운 형편이다.


전교조 강원지부(지부장 김효문)가 만들어놓은 비민주 학교 고발게시판엔 만든 지 5달만에 134개의 글이 떠 있다. 모두 독선과 아집에 견디다 못한 일선 교사들의 아우성이다.


박경양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은 “교육청만 바라보는 승진구조가 혁신되지 않는 한 학부모와 교사의 참여를 통한 맑고 깨끗한 학교를 만들기는 어렵다”면서 “도덕성까지 파괴하는 현재의 승진체제를 바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2005/04/12 [14:08] ⓒ 윤근혁의 교육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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