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6일 수요일

"공교육 예산 지원이 급선무"

EBS노조, 방송과외 확대움직임 반대 성명
 
윤근혁
 
▲ 97년 당시 EBS 노조 등의 반대를 딛고 올 초까지 위성 과외방송은 계속됐다. 위성 채널 두 개를 빼내 학원강사 등을 동원 학원강의를 한 것이다. 사진은 97년 과외방송 시청을 위해 설치됐지만 이젠 녹슨 채 방치된 서울 어느 학교 위성 안테나.
ⓒ2004 윤근혁
방송과외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전국언론노동조합 EBS 지부가 "교육부는 사이버 가정학습을 강화할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인간다운 학습을 하도록 공교육 환경을 개선하는 데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주장해 파문이 예상된다.

EBS지부는 28일 낸 '교육부의 월권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제목의 성명에서 "공교육을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훼손하며, 학생들에게 과도한 학습 부담을 주는 교육부의 입시 대책에 맞장구만 치고 있을 수는 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방송과외 사업으로 올해 260억원을 지원 받은 EBS 일각에서 방송과외 확대 움직임에 사실상 반대 의견을 나타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EBS지부는 "우리는 하루 치러지는 수능시험에 운명을 걸게 하는 대입 제도와 사회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면서 "EBS는 수능점수가 결코 일생을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해 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교육부가 내놓은 사교육비 후속 대책에 대해서도 EBS 지부는 "강의 내용을 출제하겠다는 등 도대체 가능할 것 같지도 않은 주객이 전도된 정책을 마구 쏟아내고 있다"고 반대 태도를 분명히 했다.

한편, EBS 노동조합은 97년 안병영 당시 교육부장관이 수능과외방송을 강행하자, 같은 해 8월말부터 졸속 수능 과외방송 반대, 교육방송 정상화 등을 내걸고 파업까지 벌인 바 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성명] EBS는 교육부의 월권을 좌시하지 않겠다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는 최근 사교육비 경감대책의 후속이라고 한국교육방송공사(이하 EBS)의 수능 특화를 더욱 거세게 몰아붙이며 강의 내용을 출제하겠다는 등 도대체 가능할 것 같지도 않으며, 발상 자체가 의심스러운, 교육의 주객이 전도된 정책을 마구 쏟아내고 있다. 또한 출판수익을 어떻게 하겠다는 둥, 강의 방송을 500Kbps의 고화질로 하겠다는 둥, 마치 교육부가 EBS 운영을 하고 있는 양 모든 정책 결정을 교육부발 자료로 배포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는 묻고 싶다. EBS가 국영방송이라고 생각하는가.
교육부의 산하기관이라도 되는 것인가. 아니면 타 방송사들의 10분의 1 규모도 안 되는 천억 조금 넘는 예산에 2백60억 정도 보태줬다며 주인 노릇을 하려는 것인가. 정녕 교육부가 배타적이며 주도적인 위치를 점하는 계약관계의 갑의 입장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또한 애초에 EBS는 수능 특화가 사교육비 경감을 위한 대증요법은 될지언정 근원적인 치료제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한 바 있다. 때문에 공교육을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훼손하며, 교육 주체들을 멍들게 하고, 학생들에게 과도한 학습 부담을 주는, 임시방편식의 교육부의 입시 대책에 맞장구만 치고 있을 수는 없다. 교육부는 공교육의 부차적 기능을 수행할 뿐인 사이버 가정학습을 강화할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풍요로운 학습은 그만두고라도 최소한의, 인간다운 학습을 할 수 있도록 공교육 환경을 개선하는 데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 더욱 급선무다.

EBS는 수능 교재만 하더라도 예산을 초과하는 수입에 대해서는 공적인 용도로 사회에 환원하는 방법을 예전부터 EBS 스스로 계획하고 있었으며, 사교육비 경감의 대증요법이기는 하나 양질의 강의를 제공하고자 적은 인력이지만 노동강도를 높이면서도 효율적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진행되는 사안 건건 교육부가 감내놔라, 배내놔라, 이것 해라, 저것해라 하는 것은 도를 지나쳤다는 판단이며, 그 속에는 아랫돌 막아 윗돌 괴는 관료주의적 못된 습속이 팽배해 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국고일지언정 돈으로 공영방송을 예속시키려 해서는 안 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는 작금의 상황이 EBS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판단,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선언한다.

우리는 청소년들의 초, 중, 고 10년의 전 과정을 하루 치러지는 수능 시험에 운명을 걸게 하는 대학 입시 제도와 사회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대학 입시가 세속적인 성공을 보장받는 열쇠를 거머쥐는 것이 아니냐는 선정적이며 상업주의적인 설교를 우리는 무색하게 만들 수 있다. 우리는 비판적 문제 해결 능력 함양과 인격의 도야라는 교육의 본질을 외면하는 사회적 모순을 혁파하려 한다. EBS는 급변하는 사회를 따라잡고, 학교 교육을 보완하며, 시시각각 정보를 제공하여 시청자를 건전한 민주시민으로 양성하는 시민교육, 문화교육, 평생교육 본연의 내용을 전달하는 등 수능 점수가 결코 일생을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해 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우리는 과거 방송과 교육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노동조건 악화라는 고통을 감내하면서도 대내외 상업주의 세력과 지난한 싸움을 해왔다. 앞으로 우리는 혹시 있을지 모르는 정권 내부의 상업주의적 흐름, 신자유주의적 정책과도 가차없는 투쟁을 벌여 나갈 것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는 EBS가 공영방송 본연의 정도를 묵묵히 지키는 것이 생존과 번영의 핵심이라고 판단한다. EBS의 본질을 훼손하는 대내외 어떤 세력과도 미세하면서도 조직적인 투쟁을 지속할 것이며 또한 교육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모든 민주 세력, 시청자들과 연대해 싸울 것임을 명확히 한다.

2004. 5. 28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2004년 5월 31일치에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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