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4일 화요일

인수위에 '한나라당 공약' 보고, 교육부, 노무현 새정부 길들이나

[분석-상] 누가 '교육공약 공염불' 획책하나?
 
윤근혁
 
▲ 교육부 수술은 불가능한가?
ⓒ2003 강도영
'공약은 빨리 잊을수록 좋은 것이다.'

지난해 말 어느 족벌신문에 실린 해설기사 일부분이다. 이 말이 정말 맞는 것일까. 이 기사에 대해 '현실을 감안하면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하고 쉽게 넘길 수도 있지만, 이런 언론 뒤에서 '웃고 있는 기득권 세력'이 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수구언론 뒤에서 웃는 교육부

최근 교육부와 인수위 분위기를 살펴보면 한쪽은 웃고 있고 또 다른 쪽은 분통을 삭이고 있는 것 같다. 교육부와 인수위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승강이를 단순화하면 다음 두 가지로 요약, 풀이할 수 있다.
'공약을 지킬 것인가·말 것인가, 민주당 정책을 펼 것인가·한나라당 정책을 펼 것인가.'

그 정답은 무척 간단하다. 그런데 사태는 이런 '상식'과 달리 점점 꼬여가고 있다.

지난 22일 노 당선자와 이상주 교육 부총리가 참석한 '교육개혁 국정토론회' 준비 과정은 최근 교육부의 '공약 나 몰라라' 식 태도를 잘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부의 태도가 요 며칠 사이에 더 오만 방자해지고 있다. '너희는 떠들어라. 나는 가던 길을 가겠다'는 태도다."
한 인수위 관계자는 "1월 중순까지만 해도 (공약을) 수긍하던 부분까지도 교육부가 반대를 하고 나섰다"고 털어놨다. 이렇게 가다간 김대중 정부의 교육개혁 실패를 재탕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교육시민단체에서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법제화'를 '활성화'로, 빼기 더하기

13일 교육부가 인수위에 보고한 자료와 22일 알려진 토론회 관련 문서내용은 '교육부의 꼼수'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큰 기조는 공약과 같게 맞췄지만 교육계의 '헤게모니'를 좌우하는 핵심 실천과제들은 '딴판'인 것이다. <표 참조>

노 당선자 교육공약과 교육부 22일 보고내용


개혁과제 당선자 교육공약 교육부 보고내용 변경내용 해설
학교운영위 강화 기능을 지역·학교 실정에 따라 자문, 심의 또는 의결기구로 학교운영위원회 중심으로 교장의 민주적 리더십 확립 의결기구 내용 없고, 교장 리더십 강조
교사·학부모·학생회 교사·학생·학부모회를 법제화. 이 대표자들이 학교운영위원회 참여 교사·학부모·학생회 활성화로 교장의 민주적 리더십 확립 '법제화' 공약을 '활성화'로 바꿔치기
교육혁신기구 구성 교육주체, 교육행정가, 시민사회단체 등 '교육당사자'가 대표성을 가진 대통령 직속 기구 설치. 법적 근거 마련 *참여 주체에서 '산업계' 추가, 사회협약기구 설치.
교원승진제도 개선 점수제 승진제도 개편, 외부초빙제·보직제를 포함한 학교장 임용제도 다양화 새 교육과정에 맞게 교원자격체제 개편, 교장 교감 외 교수전문가로의 성장 위해 다양한 승진 경로 마련. 비정규직 교사와 수석교사제 추진 방안으로 분석됨. 한나라당 공약과 일치.
교원양성체제 개편 중장기 교원수급 계획 마련, 교원 임용고시 개선 교원양성체제 개편 구체적인 내용없이 원론적으로만 표현함
평가제도 개선 입시위주 교육 강화하는 서열중심 평가제도를 개편 국민기초능력 보장을 위한 평가제도 실시 교육부 방안은 한나라당 공약인 '국민기초학력 보장제'와 일치

이런 현상은 '학교자치' 관련 공약 이행과 관계된 부분에서는 한나라당 공약을 연상시킬 정도로 심각하다. 대선 기간 '학교자치'에 관한 공약은 "학교민주화를 이룰 수 있는 내용"이라며 평교사와 학부모의 기대를 받은 바 있다.

교육부는 노 당선자에게 보고한 자료에서 "교사회, 학생회, 학부모회 법제화" 약속을 버리고 "활성화"란 애매한 말로 바꿔치기하고 있다. 22일 인수위에서 만들어 배포한 보도자료는 '법제화를 포함한 활성화'라고 표현됐지만 이는 교육부 태도를 꺾지 못한 채 인수위 자체에서 만들어 낸 자료였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공약에서 약속한 '학교운영위원회 의결기구화 등 선택 운용 방식'은 이미 자취를 감췄다. 더욱 기가 막힌 일은 교원승진구조 개편과 관련된 부분.

당초 노 당선자 공약은 다음과 같았다. "점수제에 의한 승진제도를 합리적으로 개편한다. 외부초빙제·보직제를 포함하여 학교장 임용제도를 다양화한다."

하지만 교육부와 인수위 사이에 탄생한 최근 결과물은 다음처럼 뒤바뀐 것으로 전해졌다.
"교장, 교감 등 교수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승진경로 마련. 새로운 교육과정에 맞게 교원자격체제를 개편."

'수석교사제와 교직유연화' 공약?

▲ 교육부가 우리교육을...
ⓒ2003 강도영
이 내용에 대해 정재욱 전교조 정책실장은 "이 표현이 사실이라면 '교수전문가 성장을 위한 다양한 승진제도'란 표현은 수석교사제를 의미하며, '교육과정에 맞춘 자격체제 개편'은 비정규직 등으로 교원체제를 개편하겠다는 얘기"라고 분석했다.

대선 전에 나온 한나라당 교육 관련 공약집은 "수석교사제 도입"을 약속하고 있으며 김주철 한나라당 전문위원은 지난해 말 주간<교육희망> 좌담회에서 "교육과정 변화에 따라 비정규직 교사도 필요하다"는 논지를 편 바 있다.

교육부는 또 22일 당선자한테 보고한 자료에서 "국민기초능력을 보장하기 위한 평가제도를 실시하겠다"란 내용을 끼워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 시험열풍과 교사들의 반발을 일으킨 '초등 3학년 기초학력진단평가'를 상시화하겠다는 취지로 이해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런 문구는 놀랍게도 민주당 공약엔 없었던 반면, 한나라당 공약에 들어가 있던 내용이다. 한나라당은 대선을 앞두고 '국민 기초학력 보장제도 도입'이란 글귀를 공약집에 넣었다.

교육계 보수세력 움직임

이런 '어처구니없는' 분위기를 감지한 교육계 보수세력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산하 단체가 '이회창 선거운동'을 벌여 핵심 간부가 구속까지 당한 바 있는 한국교총은 최근 홈페이지에서 '교육부장관 추천' 의견까지 받고 있다.

교장과 일부 보수 성향의 교수들이 주도하는 이 단체에서 내는 신문(한국교육신문 1월 20일치)은 사설에서 "학부모회 법제화 문제는 학교교육의 파행과 갈등을 야기할 소지가 있는 것"이라면서 "정책 우선 순위 선정에 있어서 시민단체 목소리를 경계해야 한다"고 훈수를 두고 나서는 형편이다.

동아일보 23일치 기사는 '교사회 법제화 등을 막기 위해 사학연합회도 반발 움직임을 보인다'고 보도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생기고 있을까. 안승문 서울시교육위원은 1월 초 교육개혁시민연대 등 100여개 교육시민단체가 연 토론회에서 다음처럼 강조했다.

"한나라당에 줄섰던 80%의 교육관료들이 안심하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김대중 정부시절 교육부와 관계 맺은 모 인수위원이 문제다."

안 위원이 지적한 박부권 인수위원은 지난 22일 '당선자의 학교 자치 확대 공약에 대한 이행 의지'를 묻는 물음에 다음처럼 답했다.

교육현실 모르는 인수위원?

"왜 자꾸 법으로 학교자치를 이루려고 하나? 교사회, 학부모회, 학생회도 법으로 만들면 교육부 권력만 키우는 것이다. 특히 학생회는 법이 아니라 교칙으로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는 교육시민단체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교육혁신기구' 공약에 대해서도 "당선자도 기존 방식대로 하려면 안되고, 필요하다면 재논의할 것을 지시했다"면서 "교육혁신위는 충분하고 깊이 있게 논의해야 할 문제이지 준비 없이 추진하면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민주당 대선 공약과 상반된 발언이어서 앞으로 인수위 자체 개혁 프리즘이라 할 수 있는 '백서발간' 과정에서 큰 논란이 예상된다.

하지만 이런 '혼란'의 최고 장본인은 교육부라는 지적이다. 23일 교육시민단체에서 연 '교육부개혁 토론회'에서는 교육부에 대해 화살이 꽂혔다. 발제자들은 "수구언론을 벗삼은 교육관료들이 교육공약의 내용을 마음대로 재단하는 등 새 정부의 주인인양 행세하고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수구세력 오만, 주인들이 막자

수많은 평교사와 일반 학부모의 '기대'는 조금씩 '우려'로 바뀌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잘못 낀 '첫 단추'는 주인들이 나서서 다시 고쳐놓으면 될 일. 교육의 주인인 교사와 학부모, 학생이 맨몸으로 나와 진정한 교육개혁을 위한 '촛불시위'라도 펼쳐야 할 때인 것 같다.

* 최근 '새정부의 교육개혁 새판짜기'를 지켜보는 많은 이들은 '교육부 개혁'이 '첫 걸음'이라 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교육부개혁 관련 기사를 두 번에 걸쳐 싣는다.

제목: 누가 '교육공약 공염불' 획책하나?
<상> 인수위에 '한나라당 공약' 보고한 교육부(이번 기사)
<하> 교육인적자원부여! 내부 인적자원도 청산하자(27일, 월요일)
-21일 정부중앙청사 앞 1인 시위 대상 100%는 교육부
-이제 인적자원부여! 인적청산도 해라
-새 '교육혁신위원회'에 거는 기대
-교육부 개혁을 외치는 사람들
* 이 기사는 주간<교육희망> 특보에 쓴 글을 고치고 덧붙인 것입니다.
* 더 많은 교육관련 글은 제 개인 홈페이지(edu.mygoodnews.com)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방문을 환영합니다.

2003/01/24 오후 6:48
ⓒ 2003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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