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4일 화요일

"널뛰기 정년연장 그만두고 사립학교법 개정하라"

26일 연행된 이수호 전교조 위원장의 "대 한나라 투쟁선포문"
 
윤근혁
 
한나라당사에서 무기한 농성을 벌이던 전교조 등 교육관련 단체 회원들이 26일 밤 전격 연행됐다. 22일 농성을 시작한 이들의 요구는 '정략적 교원 정년연장 철회와 사립학교법 개정'.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한나라당의 요청을 받고 이날 밤 10시 10분 이수호 전교조 위원장과 김용백 대학노조 위원장 등 9명을 연행하고 밤샘조사를 벌였다. 이로써 전교조와 참교육학부모회 등 교육단체 41개가 모인 '사립학교법 개정과 부패사학척결을 위한 국민운동본부'의 농성은 4박5일만에 강제 해산됐다.

27일 밤 12시 10분 서울 영등포경찰서 본관 2층 조사 2계. 전교조 이수호 위원장은 같이 연행된 회원 8명과 함께 경찰조사를 거부하고 있었다. 검은색 점퍼를 입은 이 위원장은 얼굴이 붉게 상기된 채, 피곤한 모습으로 조사계장 옆 소파에 기자와 나란히 앉았다.

한나라당은 사기당

"한나라당의 본 모습을 보인 거에요. 앞에선 웃고, 뒤에선 뒤통수를 때린 격이지요. 한나라당이 사기당이란 걸 보여준 사태라 봅니다."
이 위원장은 경찰투입을 요청한 한나라당에 대해 격앙된 말을 쏟아 부었다. 전교조는 이날 저녁 보도자료에서 "한나라당은 농성 하루만인 23일 김만제 정책위의장과 이재오 원내총무 등이 농성단을 만나 26일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상정할 것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개정안 상정을 약속한 26일 한나라당은 개정안 대신 경찰투입을 요청했다. 이 위원장은 조사를 거부한 상태로 기자와 30여 분 동안 인터뷰를 했다.

- 왜 다른 당도 아닌 한나라 당사에서 농성을 했나?
"국민 절대다수가 찬성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을 방해하는 정당이 바로 우리나라 제1당인 한나라당이에요. 개혁 법안엔 나 몰라라한 채로 정략적 계산으로 정년연장만 추진하는 한나라당의 본질을 교사와 국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봤어요."

엉뚱한 정년연장안

- 이번 연행요청으로 한나라당이 사립학교법 개정 의지가 전혀 없어졌다고 보는가.
"그렇죠. 교원들이 마음 놓고 아이들을 가르치도록 하는 게 최고의 교원사기 진작책이라고 봐요. 사학이 부정 비리 없이 공동체로 꽃피려면 사립악법 개정이 꼭 필요한 일인데 한나라당은 이를 엉뚱한 정년연장안으로 피하려고 하고 있어요. 경찰 동원 연행으로 사립학교법 개정을 반대하는 속셈이 여실히 들어난 것이죠."

- 앞으로 전교조는 한나라당과 더욱 불편한 관계가 되겠는데….
"개혁법안을 반대하는 정치세력엔 꼭 한나라당이 있어요. 앞으로 한나라당과 이회창 총재를 규탄하는 활동을 벌일 생각입니다."

전교조 교사들은 이미 한나라당 홈페이지에서 이른바 '사이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에 더해 교육관련 단체들은 12월 1일 한나라당사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 어찌됐든 공당의 당사를 점거해서 농성한 일은 논란거리가 될 수도 있지 않나.
"사립학교법 개정에 대해 수없이 (한나라당과)대화하려고 노력했어요. 여러 경로를 통해 국민들의 뜻도 잘 전달되었다고 봐요. 이성과 말이 통하지 않는 정당을 두고 다른 방법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학생 이익 추구는 공익

- 전교조 등 교원단체들을 향해 이익집단이란 비난도 일부 있는데….
"이익집단이라, 우리가 월급을 올려달라고 했나, 근무여건을 좋게 해달라고 했나. 단지 비리와 부정을 없애는 사립학교법 개정을 요구했어요. 그리고 교육시장화를 반대하고 교육평등권 보장을 위해 노력했어요. 이게 이익집단이 할 일입니까. 우린 국민과 학생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건 바로 공익이죠. 교육의 공익을 위해 투쟁하는 것은 교사의 의무이자 권리라고 알고 있어요. 학교의 전교조 연수 시간 허용 문제도 이런 시각으로 봤으면 합니다."

26일 대검찰청 공안부는 전국 공안부장 회의를 갖고 "농민단체와 전교조 등 교육계의 이기적인 불법 집단행동이 국민경제 회복을 저해할 우려가 크다"면서 "각종 폭력행위에 대해서는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 이번 농성 요구 조건 가운데 하나가 '정략적인 정년연장 철회'인데, 전교조 생각은 뭔가
"교원이 정략적으로 이용될만큼 그렇게 가벼운 존재입니까. 더구나 교원정년은 정치적 흥정물로 조변석개할 성격이 아니에요. 우린 정작 개혁법안은 외면하고 교원정년을 정략적으로 이용한 한나라당을 규탄한 것이지요. 교원 정년은 신중하게 연구하고 고쳐도 제대로 고쳐야 합니다."

- 전교조 다섯 개 지부에서 정년연장 반대 성명이 나왔는데.
"지부 반대성명은 교사들의 뜻을 받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교육을 나이로 재단해서도 안되지만 널뛰기식으로 정년을 고치려 들어도 안되지요. 전국 상황 판단해서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날 밤 경찰서에서 만난 전교조 사무처의 핵심 관계자는 "한나라당 농성 자체가 정략적인 정년연장 반대의지를 보여준 것 아니냐"면서 "내부 여론조사를 보면 정년연장 찬반이 4대6으로 엇갈리고 있는 점을 감안, 전교조의 명확한 뜻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연행하다니…

"인터뷰 언제 끝나요? 빨리 조사 받으셔야지요."
경찰 조사계장이 이 위원장에게 다가와 다그친다. 이 말에 대해 이 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되받았다.
"세금 떼어먹은 언론사주들 다 풀어주고, 그 많은 비리 정치인들 조사 한번 제대로 했어요? 사립학교법 개정하자는데 이렇게 연행해도 되는 겁니까?"

'딸깍, 딸깍….'
밤 12시 38분. 경찰서 컴퓨터 자판 두드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누구 명령으로 한나라당에 갔습니까?"
"……."
"누구의 주도로 농성을 했습니까?"
"말하지 않겠습니다."
조사거부의 방법으로 묵비권을 행사하는 농성단원들. 이들은 27일 새벽 3시 30분께 경찰서에서 풀려났다. 밖으로 나온 이들은 학교와 거리에서 다시 입을 크게 열며 이렇게 외칠 것이다.
'정략적 정년놀음 그만두고 사립학교법을 개정하라.'
2001/11/27 오전 09:27
ⓒ 2001 OhmyNews
 
2003/01/19 [22:40] ⓒ 윤근혁의 교육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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