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6일 수요일

"초가삼간 태운다" 반대 직면

전교조, 한국교총, 학벌없는사회 등 일제히 반발
 
윤근혁
 
▲ 교육부의 사교육 대책에 대해 교육시민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사진은 19일 오전 전교조의 기자회견 모습.
ⓒ2004 곽민욱
'학교 과외로 과외비를 잡겠다'는 교육부의 '사교육 경감대책'에 대해 대부분의 교육시민단체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더구나 보충수업 확대 조치에 대해서는 '역사를 거꾸로 돌리는 행위'라면서 교사·학부모들이 실력행사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신문 방송 등 기존 언론사의 '환영 일색' 보도내용과 상반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전교조, 한국교총 등 교원단체와 참교육학부모회,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학벌없는사회 등 20여개 교육시민단체들은 최근 성명을 내고 "교육부 발표는 입시체제 개혁과 대학서열화 철폐 등 근본 대책이 빠진 학교 입시학원화 방안"으로 규정했다. 이들 단체는 '빈대(사교육) 잡으려다 초가삼간(공교육) 태우는 잘못을 범하지 말라'면서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 했다.

특히 이런 움직임에 보수단체로 분류된 한국교총 등 최대 교원단체도 합세해 파문이 예상된다.

전교조(위원장 원영만)는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 본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교육비 해소 종합방안'을 발표하는 등 교육부 방안에 맞대응 했다.

전교조, '국공립대 평준화와 학벌차별금지법' 촉구

전교조는 이날 발표한 사교육비 방안에서 "사교육문제의 본질은 대학서열체제를 고착화하는 대입제도의 문제와 학벌, 학력주의 등 사회시스템의 문제"라면서 ▲국공립대 평준화와 서울대 학부 개방 ▲대입 시험 자격고사화와 내신 반영 확대 ▲특목고 축소·자립형사립고 폐지 등 평준화 전국화 ▲학력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정부당국에 촉구했다.

전교조 원영만 위원장은 "정부가 장기대책으로 미뤄놓은 대학서열화 해소와 내신 비중 확대 방안 등은 사교육비 해결의 핵심 키워드"라면서 "이같은 과제들을 '구색 맞추기'식 장기 대책으로 그대로 놔둔다면 사교육비는 결코 해결될 수 없다"고 말했다.

전교조는 사교육 문제의 관심이 집중된 2·3월 안에 교육시민단체들과 교육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논의구조를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문화연대, 학벌없는사회, 민주노동당 등 40여개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달 28일 '대학서열화 폐지를 위한 국공립대학 입학제도 개혁방안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국교총(회장 이군현)도 17일자 성명에서 "정부 방안은 사교육을 학교교육으로 흡수하여 사교육의 팽창을 막아보자는 데 급급하며 핵심 내용이 제시되지 않아 사교육 경감의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학부모단체인 참교육학부모회(회장 박경양)도 18일자 성명에서 "방송과외는 학교교육의 획일화 심화, 정규교과시간을 교육방송 시청으로 대체하는 등으로 공교육의 실질적인 붕괴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함께하는시민모임 또한 19일 성명에서 "교육은 사라지고 입시만 남았다"고 교육부를 겨냥했다.

반면, 한국교원노동조합(위원장 류명수, 한교조)과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회장 고진광, 학사모)은 정부 발표에 환영태도를 나타냈다.

학사모는 17일 성명을 내고 "사교육 대책은 공교육을 외면하던 학부모들에게 조그만 희망이 될 것"이라면서 반겼고, 한교조도 "교육부에서 제시한 정책 중 EBS 수능강의 시청 등은 수능에 대비하여 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어 환영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학벌과 입시제도다"
범국민교육연대가 내놓은 사교육 근본 해결책 무엇?

"문제는 대학서열체제와 학벌시스템이다"

19일 기자회견에서 전교조는 사교육비의 원인으로 이 두 가지를 꼽았다. "본질을 외면한 채 증상에 대한 처방만 하는 것은 대증요법일 뿐"이라는 게 전교조의 주장이다.

전교조를 비롯 참교육학부모회,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민주노동당, 학벌없는사회,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 등 40여 개 교육시민단체 모임인 범국민교육연대의 주장도 이와 거의 비슷하다. 범국민교육연대는 지난해 말 '사교육 대책'을 연구, 발표한 바 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사교육 경감을 위해서는 ▲대학입학제도 ▲대학서열체제 ▲교육시스템에 대한 수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칼질 없이 사교육비를 완화하기 위해 최근 교육부가 내놓은 처방은 '사교육도 못 잡고 학교도 파행으로 몰아가는 교육 동반자살'이라는 게 이들의 시각이다.

범국민교육연대는 대학입학제도를 개혁하기 위해 대입 시험 자격고사화와 내신 위주 선발을 주장하고 있다. '수능 또한 정규교과에서 100% 출제한다면 학생들이 학원에 가봤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대학서열체제를 깨기 위한 방안으로는 국공립대 평준화와 서울대의 학부 개방을 내놓고 있다. 서구 선진국들처럼 대학평준화를 이룬다면 학벌주의 또한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법적 장치로 '학력학벌간 차별 금지법'도 제정할 것을 정부당국에 촉구하고 있다.

또한, 교육시스템 개혁을 위해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민주적 교육행정체제 개편과 올바른 교원정책마련이라고 범국민교육연대는 보고 있다. 이를 위해 교직원, 학부모, 학생회 법제화와 교육부 개혁, 교육청을 지원체제로 개편하는 것 등이 우선 순위로 꼽힌다.

범국민교육연대는 이 같은 연구 결과를 종합해, 오는 3월 중 '범국민 공교육개편안'으로 묶어 발표할 예정이다. / 윤근혁 기자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2004년 2월 19일치에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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