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4일 화요일

한국교육개발원 제안서 발표 '파문', 주도인물 교육부 개혁 파트 수장에

한나라당 공약과 흡사 … 이미 1월말 만든 내부 자료
 
윤근혁
 

한 국책연구기관이 새 정부의 교육정책에 시비를 걸고 나서는 한편, 전직 장관은 이를 주도한 인사를 교육부 고위직에 임명해 놓고 떠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교육개발원(원장 이종재)이 지난 19일 노무현 대통령의 교육공약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보고서 내용을 뒤집는 ‘제안서’를 발표해 파문이 일고 있다.

정 국장이 개혁 시비 건 제안서 작성

또한 이 ‘제안서’ 작성을 주도한 정봉근 전 교수(한국교원대)가 2년 임기인 교육부 교육인적자원정책국장에 지난 17일 취임한 사실이 새로 드러났다. 개방형 직위인 교육인적자원정책국장을 맡은 정 씨는 이상주 전 교육부장관이 공개모집 형식으로 이미 지난 2월 26일 뽑아놓은 상태였다.

이에 따라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운영위원장 윤지희)는 26일 윤덕홍 부총리와 면담한 자리에서 이 문제를 공식 제기했고, ‘교육부는 자세한 내용을 조사할 것’이라고 답해 그 결과가 주목된다.

이 자리에 참석한 교육연대 소속 한 인사는 “교육부총리와 청와대가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는 사이에 이상주 전 장관과 이종재 개발원장 등 교육시장화 정책을 주도해 온 수구집단의 대반격이 시작된 것”이라며 긴장했다.

원본 분석 결과 한국교육개발원이 제안서를 발간한 시기는 보도자료 내용대로 지난 19일이 아니었다. 이 제안서의 발행 날짜는 이미 두 달 전인 1월 14일. 한국교육개발원의 한 연구원은 “인수위와 대통령께 보고하기 위해 내부 기밀자료로 만들어 1월말쯤에 보고한 자료”라고 확인했다.

마치 새로운 것처럼 가공된 이 보도자료가 나온 시점은 앞서 밝힌 정 국장이 취임한 지 3일째 되는 날. 정 국장이 맡은 인적자원정책국장 자리는 교육혁신기구 구성과 교육개혁 일정을 총점검하는 직위다. 문제의 정 국장은 이상주 전 장관의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근무 직후인 82년부터 3년간 같은 교육문화수석실에서 일하기도 했다.

인적자원정책국은 교육개혁 총괄 자리

전직 대통령직 인수위 한만중 자문위원(전참교육연구소 사무국장)은 “개혁 후퇴 우려가 교육계 일각에서 일고 있는 가운데 교육부총리까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니 이런 막무가내의 시장주의 논리가 다시 판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교육부 정 국장은 “국장으로 임명된 시점과 한국교육개발원 보도자료가 발표된 시점이 비슷하긴 하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면서도 “교육개혁 일정을 잡을 때 한국교육개발원 제안서도 주요하게 참고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한국교육개발원 제안서 어떤 내용 담았나
 학교장책임경영제, 자립형사립고, 수석교사제 강조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한국교육개발원의 제안서 내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96쪽으로 된 이 제안서의 연구자는 모두 13명. 이 자료엔 연구팀장으로 이종재 한국교육개발원 원장을 적었고, 연구자들 12명 가운데 정봉근 국장을 맨 윗자리에 적어놨다. 정 국장을 뺀 나머지 11명은 모두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원이다.

제안서는 12대 핵심 추진 과제를 나열한 다음 현안 과제를 따로 떼어내 보여 주고 있다. 이 가운데 현안 과제는 △고등학교 평준화 정책 △수학능력시험 자격화 △교장선출보직제 △ 교사회 및 학부모회 법제화 등 4개다.

이 제안서는 고교 평준화 정책과 관련 “사립학교는 자립형 사립학교로 점진적 전환”이라 적고 있으며 윤덕홍 부총리와 인수위 보고서도 언급한 ‘수학능력시험 자격화’에 대해서도 신중한 접근을 요구했다.

또한 교장선출보직제와 관련 이 제안서는 “교장의 승진 정책의 선택 기준은 전문성 확보에 두어야 함“이라고 적어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교사회 등의 법제화도 법제화 문구는 뺀 채 “학교장 중심의 단위학교 책임경영체제가 구축되어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제안서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 부분은 ‘12대 교육정책 목표와 과제’의 내용이다. 이 가운데 한국교육개발원 관계자의 말처럼 ‘가치 갈등’이 내포된 항목 가운데 한나라당 정책과 유사한 것만 그대로 뽑아보면 다음과 같다.

△국가 차원의 초·중등 학업성취도 평가체제의 조기 정착 △교사 자격체제를 이원화하고 수석교사제 도입 △단위 학교의 자율성을 위임하는 협약학교 제도 도입 △자립형 사립고의 특색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허용하고 점진적으로 확대 △선진 외국 우수 대학과 대학원의 유치.

인수위 최종보고서(1)은 교사회·학생회·학부모회 법제화 추진 시기를 ‘취임 직후’로 분류해 놓았다. 이 밖에도 인수위 보고서는 ‘취임 직후’ 해야 할 일로 ‘교육혁신기구’, ‘교수회 법제화’, ‘교육부 기능 조정’ 등을 들고 있다.

하지만 한국교육개발원 제안서는 이 같은 내용과 상당 부분 엇갈렸다. 더구나 이 제안서의 상당 부분은 한나라당 정책과 일치했다.

 *이 기사는 주간<교육희망> 2003-03-31 제336호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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