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4일 화요일

‘가르치는 교사’는 없다

교육기사 뒤집어보기 (21)
 
윤근혁
 

▲교사는 없다.     ©윤근혁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마주보며 달려오는 두 개의 기관차. 바로 정년연장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는 일부 교원단체와 학부모 단체의 모습입니다. 최근 신문 보도와 방송 토론은 온통 이들의 싸움을 중계하고 있습니다.

이 속에서 올해 교육계를 달군 화두는 일단 잠복 상태로 변한 형국이죠. 사립학교법 개정, 7차 교육과정의 폐해, 교육평등권 몰락 문제는 어디로 갔을까요? 정년 1년 연장이 뭐길래….

언론에서 보도한 대로 정년연장을 놓고 학부모와 싸우는 교사는 얼마나 될까. 숫자를 세어보죠.

28일 방송과 29일자 신문은 일제히 한 여론조사 결과를 내보냅니다. ‘교사 55% 교원정년 연장 반대, 평교사는 61%.'(한겨레), ‘교사 55%, 교원정년 연장 반대.'(중앙)
학부모 단체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한 건데요. ‘탁' 보면 ‘억'하고 알 수 있듯 그 동안 언론에 비친 교사와 학부모 대결구도가 말도 안되게 박살이 난 결과입니다.

보도되지는 않았지만 여론조사에서 교사들은 전체 43.8%만 찬성했을 뿐인데, 이 중 평교사 찬성은 38%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쯤 되면 학부모와 다투는 교사들의 숫자를 어림짐작할 수 있겠죠.

29일치 동아일보는 색다른 기사를 썼는데요. 제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학부모단체― 교원정년 연장은 교사 55.2%가 반대, 한국교총― 아니다. 교사 66%가 찬성한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출까요?

한길리서치 여론조사는 검증된 기법인 ‘지역과 학교 급별 할당 무작위 추출법'을 썼지요. 한국교총 조사는 어땠을까요? 여러 학교에서 벌어진 진풍경을 기억하는 이라면 ‘그냥' 추출법을 썼다는 말에 동의하리라 봅니다. 교감이 교사 가려 가며 가로되 ‘설문조사 좀 해주지'하는 방법이 ‘그냥 추출법' 아닐까요?

이게 교원평균 경력 연수인 16년차 이상 교사가 70.4%나 참여한 거꾸로 된 표본이 탄생된 배경이죠.
일부 교원단체와 언론이 만든 ‘교사와 학부모 대결' 구도. 여기서 말하는 교사 속엔 ‘아이들 가르치는 교사'는 없습니다.
 
 *이 기사는 주간 교육희망 2001-12-05 제292호에 실은 글입니다. 

 
2003/01/19 [11:47] ⓒ 윤근혁의 교육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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