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4일 화요일

학부모로 한완상을 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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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근혁
 

▲학부모로 한완상을...     ©윤근혁
우리는 지금 한 편의 영화를 보고 있다. 제목은 ‘학부모, 한완상 때리다'. 이 영화는 연출, 기획, 배포, 시나리오 작가가 모두 같다. 바로 조선·중앙·동아가 앞장선 한국 언론들이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20일 전교조와 교육부는 40항목이 넘는 단체협약 잠정 타결안을 발표한다. 이 가운데 ‘교내 전문성 연수 2시간 허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는 교원 단체들이 이미 자연스레 해 오던 일.

같은 날 오후부터 언론은 확성기를 설치하고 영화를 상영한다. 대형 스크린에선 근무시간 중 교내 노조활동을 허용한 교육부와 한완상 장관을 때리는 폭력물이 쏟아진다. 누가 때리는가. 색다르게도 정치인도 폭력배도 아닌 참교육학부모회 소속 학부모들이 한완상 장관과 전교조에게 몽둥이를 들었다.
“참교육학부모회 윤지희 회장은 ‘향후 전교조 활동이 학생들의 학습권이나 교육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있다면 교내에서 발을 붙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동아, 한국)

KBS, SBS 등 방송들도 같은 보도를 했다. 이상한 것은 모두 토씨 하나 다르지 않다는 것. 언론환경을 잘 아는 이들은 모든 언론이 연합뉴스를 베끼다 보니 이런 일이 생겼다고 말한다. 과연 그랬을까.

대부분의 영화가 그렇듯 이번 것도 ‘픽션'. 언론 용어로 표현하면 ‘사실 왜곡'이었다. 윤지희 회장은 전화 통화에서 “언론에 보도된 것과 같은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오히려 “합법 교원노조가 건강한 노조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제도장치를 마련해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뜻의 말을 했다"고 덧붙였다. 참교육학부모회도 20일 저녁 논평을 내고 “수업과 학사일정 없는 노조활동을 학부모로서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조선·중앙·동아는 말 맞춘 것처럼 사설까지 써서 한완상 장관과 전교조를 강하게 규탄했다. 안타깝게도 이들 언론의 힘은 픽션 영화를 현실로 만들고 있다.

 *이 기사는 주간 교육희망 2001-11-28 제291호에 실은 글입니다. 

 

 
2003/01/19 [11:44] ⓒ 윤근혁의 교육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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