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4일 화요일

숫자의 정치경제학

교육기사 뒤집어보기 (19)
 
윤근혁
 

▲숫자 계산하기.     ©윤근혁
초등학교 아이들도 할 수 있는 ‘숫자 셈'에 관해 얘기해볼까 합니다. 언론의 집회 참여자 수 보도에 대해 말하려고 하는데요. 어찌 보면 유치하겠지만 언론의 현주소를 되새겨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국교총과 전교조가 연 집회의 기사를 보기로 들어보죠. 마침 이들 단체는 2주 터울을 두고 같은 장소에서 집회를 열었지요.

교총의 ‘교육자 대회'를 보도한 11월 12일자 신문에서 중앙은 4만명, 조선과 동아는 3만명이 참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반면, 경향과 한겨레 등 대부분의 신문은 보도를 하지 않았네요. 이밖에 오마이뉴스는 2만명, KBS는 1만 5천명이 참여했다고 보도했죠. 같은 집회인데도 참여자 수가 자그마치 세 배나 차이납니다.

그럼, 전교조 집회를 보도한 10월 27일자 신문을 볼까요. 조선은 1만명, 중앙과 동아는 1만5천명이라고 썼네요. 한겨레도 1만5천명, 한국과 경향신문은 2만명이라 적었군요. 이 집회도 언론에 따라 두 배정도 편차를 보이네요.

두 집회를 모두 지켜보면서 든 판단은 이 차이가 기자들의 눈어림 차는 분명 아니라는 것입니다. 조선의 보도는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는데요. 조선은 교총 집회에선 “…전국의 교사 3만명(경찰추산 2만명)…"이라고 보도한 반면, 전교조 집회는 “…교사 1만여명(경찰추산)…"이라고 적었습니다. 전교조 집회는 경찰을 믿고 교총 집회는 경찰을 믿지 않은 셈이지요.

우린 보통 활자로 된 사실을 별 생각없이 진실이라 믿어버립니다. 하지만 껍질을 벗기면 형편은 다릅니다.
사립학교법 개정을 앞장서서 반대해 온 언론사는 조선·동아·중앙인데요. 이들은 ‘반대의 근거'를 나름대로 설득력있게 들이댑니다. 하지만 그 뒷면엔 조선과 동아 전현직 회장이 연세대와 고려대 이사장이며, 중앙 또한 성균관대를 경영하고 있다는 사실이 숨어 있습니다.

집회 숫자 보도와 사립학교법 개정에 대한 언론사의 태도. 이 관계가 바로 ‘숫자의 정치경제학'이라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 기사는 주간 교육희망 2001-11-21 제290호에 실은 글입니다. 

 

 
2003/01/19 [11:39] ⓒ 윤근혁의 교육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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