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4일 화요일

교육보다는 파벌 힘 키우기 주력, 교육의 봄날 만드는 '관료개혁'

교육부 관료개혁 시리즈(상)/ 교육 마피아의 존재와 문제
 
윤근혁
 

▲교육장관과 관료들     ©윤근혁
7일 오전 11시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16층 교육부 대회의실. 윤덕홍 부총리의 취임사는 곧바로 '교육부 개혁과 교육관료의 자성'을 촉구하는 내용으로 이어졌다. 행사장 양쪽 벽 옆에 한 줄로 늘어선 교육부 실·국장급 간부들과 교육감, 교육부 산하단체 대표들은 굳은 낯빛으로 귀를 세웠다.

"누구는 교육부 없애고 오면 가장 훌륭한 부총리 노릇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어느 정당은 교육부 폐지까지 얘기했습니다. 시대 감각에 제일 떨어지는 관료가 교육관료라는 말도 있습니다."

윤 부총리의 '마피아' 직격탄

장내는 조용해졌고, 카메라 플래시 터지는 소리만 들렸다. 윤 부총리는 더 소리 높여 '직격탄'을 날렸다.

"교육부에 진주마피아니 서울사대파니 서로 편을 갈라 싸우는 일은 이제는 관둬야 합니다."
이 말이 부총리 입에서 터지자 "진주마피아의 교육부 안 좌장으로 불리는 이기우 기획관리실장이 얼굴이 굳어지며 고개를 숙이더라"고 한 기자는 전한다. 직격탄의 강도가 높아졌다.
"정말로 생각을 바꿔야 해요. 모 인사는 저 보고 '바지저고리' 장관 만들고 장관 '뺑뺑이 돌리기' 하는 데가 교육부라고 하더군요. 이러다 한 6개월 뺑뺑이 돌리면 장관이 바뀐다고 합디다. 여러분들 저 뺑뺑이 돌리지 마십시오."

▲윤덕홍 교육부총리.     ©윤근혁
15분 쯤의 연설을 끝낸 윤 부총리 얼굴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식은땀으로 얼굴에 윤기가 흘렀다. 교육부 직원들은 "차렷, 경례" 구호에 맞춰 일제히 허리를 굽혔다.

취임사를 마친 윤 부총리는 대여섯 명의 직원들과 악수를 나누는가 싶더니 "다음에 하자. 악수는 생략하겠다"며 곧바로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교육관료 "골치 아프게 생겼구만∼"

이 순간 교육부 산하기관에서 나온 모 대표는 기지개를 펴듯 깍지 낀 손을 머리위로 뻗으면서 다음처럼 또렷하게 말했다. "흐흐~ 골치 아프게 생겼구만…."

이 같은 엄청난(?) 발언을 쏟아낸 부총리 취임식 뒤 3일째 되던 10일. 서울대 교육학과 출신인 이상주 전 부총리와 함께 서울사대파의 좌장으로 꼽히는 김신복 전 차관의 퇴임식이 열렸다.

그는 어떤 이유에선지 같은 학교 같은 사범대 출신인 윤 부총리의 취임식 발언을 정면으로 받아쳤다.

"외부에서 임용된 과거 장관들이 교육부 관료들에 대해 아주 부정적인 인상을 갖고 있다가,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떠났다. …우리부 직원들간에 파벌싸움은 전혀 없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이 말을 듣고 있는 교육부 직원들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모 전문직 출신 직원은 퇴임식 후 "없긴 뭐가 없냐"면서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교육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다음처럼 꼬집었다.

"교육부 서울사대파 좌장인 김신복 전 차관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온 것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이제 한쪽 '진주마피아' 팀이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데 비해 또 다른 계보의 봄날은 이미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사대파의 봄날은 온다?

그가 지적한 또 다른 축은 바로 '서울사대파'. 10일 차관으로 취임한 서범석 전 서울부교육감도 서울사대 출신이다. 학연으로만 보면 장·차관이 모두 서울사대 팀 진용을 갖춘 셈이다. 취임 일성으로 서울사대파와 진주마피아 등의 계파 청산을 부르짖은 윤 부총리 자신의 딜레마라는 것이다.

이제 교육부 안팎에서 범 서울사대파로 분류되는 2급 이상 교육부 간부들 만해도 김정기 국제교육정보화기획관, 서남수 서울대 사무국장, 김영식 평생직업교육국장, 최수태 경남 부교육감, 정영선 학술원 사무국장, 장기원 대학지원국장, 김광조 전 교원정책심의관, 김경회 ㄱ대 파견 교수 등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가 됐다.

안병영 장관과 이해찬 장관 시절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한 이 고시출신 서울사대파는 이미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열매를 맺고 있는 것이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파벌'의 특성상 벌써부터 교육부 주변에서는 교육부 승진을 위한 5계명이 떠돌고 있다.

"전문직보다는 일반직이 되어라. 공채보다는 고시출신이 되어라. 임관부터 교육부 태생이 되어라. 서울대출신이 되어라. 서울대 중에서도 사범대, 그 속에서도 사회교육과 출신이 되어라."

20년간 진주마피아와 범 PK 그룹이라는 특정지역 인맥이 교육부 안에서 군림했다는 것은 윤 부총리가 언급한 대로 공공연한 사실. 이는 일부 교육관료들이 그동안  특정 지역 정치권력의 눈치를 봐 왔음을 뒷받침해주는 본보기일 뿐이다.

교육관료 개혁이 진정한 개혁

▲2002 국정감사장에 나온 교육부 관료들.     ©안옥수
어느 정권이 권력을 잡아도 파벌의 '썩은 물'이 고일 가능성은 있다. '서울사대파'로 분류되는 최근의 파벌현상도 이 같은 눈초리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진정한 교육개혁을 위해서는 교육부 밖에 '교육혁신위원회'를 두고, 관료의 인적 청산에 나서야 한다는 소리가 높은 까닭도 바로 이 때문이다.



<다음주 '교육부 관료개혁 시리즈(하)'에서는 '교육정책 실명제'를 위해 국민의 정부 교육정책에 대한 실명비판을 싣습니다.>

*이 기사는 주간<교육희망> 334호(2003년 3월 17일치)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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