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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4일 오전 10시. 초등학생들이 학교 운동장에서 가을운동회를 연습하다 말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중학생들도 영어 공부를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나 눈을 감았습니다. 사이렌이 울리자 전국 9백만 초중등 학생들이 하나같이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았습니다.
이날 아침 배달된 신문엔 아래와 같이 적혀 있더군요. “정부는 미국 테러참사와 관련, 희생자들의 명복을 비는 의미에서 14일을 ‘미국 테러 희생자 애도의 날'로 선포키로 했다." (세계일보, 1면) 이로부터 5일이 지난 19일 저녁 서울 어느 학교 학교운영위원들 술자리. 어느 교사가 이 당시 캐나다에 출장갔던 학부모한테 물음을 던집니다. 이 학부모는 KBS 보도본부 차장을 맡고 있죠.
“(미국과 공동생활권인) 캐나다도 당연히 애도의 날을 선포했겠지요? 묵념도 했나요?" “무슨 말씀을요. 걔네가 뭐 하러 그런 짓을 하겠습니까." 옆에 있던 교장이 혀를 끌끌 차면서 한소리 합니다. “아이들이 죽은 씨랜드 사건 때도 하지 않던 그 묵념, 왜 하라고 했겠어. 미국한테 잘 보이려고 한 거지." 이 때 서무부장이 한 소리 거듭니다. “정부도 다 우리나라 이익 생각하고 한 거겠죠. 뭐"
이 말이 떨어지자 서무부장한테 집중포화가 떨어집니다. “나라 사이에선 비굴하면 할수록 짓밟게 돼 있어요.", “우리가 그렇게 아부한다고 미국이 눈썹 하나 까딱할 줄 압니까." 이번 묵념 사태에 대해 박균호 오마이뉴스 기자는 “우리 어린 세대들은… 오로지 ‘미국은 착하고 아랍은 나쁘다'라는 세뇌를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는 말을 썼더군요.
이제 폭풍처럼 불어닥칠 복수의 불벼락. 조기까지 내건 학교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에게 무어라 말할까요? 선택은 두 가지. 선택1> 개가 너를 문다고 너도 개를 물어서야... 선택2> 너를 무는 개 족속은 모두 불벼락을 맞아 마땅하다.
*이 기사는 주간 교육희망 2001-09-26 제283호에 실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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