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6일 수요일

<글쓰기-3> 술술하는 글쓰기

(2)그림 그리듯이 ‘자세하게’ 쓰자
 
윤근혁
 
 

(2)그림 그리듯이 ‘자세하게’ 쓰자


자 여기 그림이 하나 있어요. 그림을 보고 느낀 점을 이야기해 보세요.

무척 자세하게 그렸죠? 그림의 선과 물감이 하나하나 고스란히 눈에 박혀서 마치 옆에서 직접 보는 것 같네요.


아프리카에 자기만한 또래 친구가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이 친구한테 하늘에서 내리는 눈에 대해 설명을 하려고 해요. 어떻게 알려주면 좋을까요? 친구가 머리 속에 그림을 그려놓을 수 있도록 자세하게 말할 수 있겠지요? 눈의 모습과 느낌을 그 친구한테 알려주기 위해 편지를 한번 써 보려고 해요. 어떻게 쓰면 좋을까요.


글을 쓴다는 게 별 게 아닙니다. 말하듯이 술술 쓰면 그만입니다. 친구가 눈을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도록 자세하고 친절하게 글을 쓰면 됍니다. 우선 잘 쓰려고 하지 말고 자세히 쓰려고 해 보세요.


글을 잘 쓰는 사람은 글을 자세하게 씁니다. 다음은 친구들이 글을 자세하게 쓴 본보기입니다.


#이렇게 해봐!


할머니 주무시는 모습


지금은 할머니가 자고 있다.

오른쪽 팔을 머리 위에 올려놓았다. 다리는 왼쪽 발을 구부리고 코도 골고 입도 벌리고 잔다. 왼쪽으로 누웠다. 왼쪽 다리를 약간 꼼지락거린다. 인상을 쓰고 잔다.


왼쪽 발을 또또 움직였다. 인상이 조금씩 풀려간다. 손은 팔짱을 끼었다. 실눈을 뜬 것 같았다. 콧구멍이 커서 코 속이 다 보였다. 몸을 움츠리면서 으흐 이런 소리를 냈다. 콧김 소리를 냈다. 머리맡에는 부항이 45개가 놓여 있다.


인상을 또 썼다. 오른발을 꼼지락거렸다. 나를 발견하고 다리를 펴면서 “춥지 않니? 이리 와서 해라”하고 옆에 다른 베개를 위로 올리고 거기에 손을 얹고 한 쪽 손은 귀 옆에 놓았다.


오른쪽 눈이 찌그러졌다. 다리는 인어공주에 다리 모양을 하고 있다. 눈동자가 돌아가는 것이 보였다. 입도 찌그러졌다.


눈을 떴다가 감은 다음 손가락을 움츠렸다가 다시 폈다. 눈을 또 떴다가 감았다. 기지개를 켜면서 “아휴” 하고 다시 잔다. 이불을 걷고 기지개를 켜며 일어났다. (이소영 / 서울신목초 3학년, 2000년)


아기


아기가 자고 있다. / 팔을 들고 / 손도 예쁘게 주먹을 쥐고 / 쪼끄만한 눈을 살며시 감고 있다.


손을 만지니 따뜻하다. / 조금 있으니 몸부림을 치며 깼다. / 운다. / 우는 데도 발을 오그리고 떤다. / 주먹손은 바르르 떤다.


우유병을 주니 / 좋다고 발을 치켜들고 / 두 손으로 우유 병을 꼭 잡고 / 쪽쪽 빨아먹는다.


아기는 정말 / 아무거나 다 예쁘다. / 아기의 눈은 반짝반짝 / 다른 것보다 더 예쁘다.

(김아름 / 경북 경산 중앙초, 92년 9월,‘엄마의 런닝구’ 책에서 재인용 )


#우리도 한번 해보자


손거울을 들고 자기 얼굴을 보세요.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꼼꼼히 살펴보세요. 얼굴 크기와 코, 입, 귀의 위치부터 얼굴의 점과 여드름까지 놓치지 말고 머리에 넣어 두세요. 이제 종이 위에 거울 속의 자기 모습을 빠짐없이 그려 보세요. 아주 자세하게 그려야 해요.



그림을 다 그렸나요? 좋아요. 이 그림을 거울 속의 자기 얼굴과 견줘 보세요. 똑 같은가요? 이제 연필을 들고 자기 얼굴 모습을 그림 그리듯이 자세하게 써 보세요. 쓰는 방식은 왕도가 없습니다. 쓰고 싶은 대로 쓰세요. 단, 빠짐없이 자세하게 쓴다고 다짐하면서 글을 써 보세요. 자기 얼굴을 보면서 마음속에 품었던 생각도 자세하게 써 보세요.


*아이들 소감과 교사지도: “자기 얼굴을 잘 그리려고 한 게 아니라 자세하게 그리려고 살펴보니 이전에 알지 못했던 색다른 얼굴 모습을 느꼈다”고 어떤 아이는 말했다. 이 때를 맞춰 교사는 말한다. “이번 일처럼 세상엔 자세히 살펴보면 깨닫지 못했던 많은 것들이 있단다. 이것을 찾아서 자세히 쓰는 게 바로 좋은 글쓰기 작가란다.”


 
2004/04/22 [15:53] ⓒ 윤근혁의 교육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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