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 처음 나온 어린이 교양지 <고래가 그랬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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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교양지는 70년대까지만 해도 전성기를 누리면서 큰 인기를 모았지만 언제부터인가 아이들 곁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이제는 이런 책 대신 만화영화와 게임이 아이들의 마음을 잡아놓고 있다. 어린이 교양지는 최소한 <고래가 그랬어>((주)야간비행)가 나오기 전까지는 박물관 신세인 줄 알았다. <고래가 그랬어>가 처음 얼굴을 드러낸 때는 올 10월 1일. '종이잡지'는 한물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시대에 '종이잡지의 정체성'을 내걸었다는 것 자체가 색다르다. 한물간 종이잡지를 새로 만들다 "다른 미디어들에 견줄 때 종이잡지의 정체성은 무엇보다 교양"이라고 이 잡지의 편집 진은 보고 있다. "<고래가 그랬어>를 전혀 새로운 형태의 ‘어린이 교양 월간지’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슴에 담고 있는 까닭도 바로 이 때문이다. <고래가 그랬어>는 창간과 함께 다음처럼 외쳤다. 이른바 상업주의 문화와 무한경쟁에 대한 반대깃발을 분명하게 올린 것이다. 그럼 이 잡지는 이를 위해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고래가 그랬어>는 어설프게 시류에 편승하는 것 대신 '정통 교양’을 내세운다. 기존 어린이 매체에서 볼 수 없었던 미디어비평과 인권 문제, 양성평등 그리고 심지어 노동문제까지 다루고 있다. 물론 수학과 철학, 만들기 등 아이들한테 꼭 필요한 필수 영양소도 빼놓지 않았다. 아무리 좋은 내용을 담았더라도 졸음을 참아가며 이를 악물고 봐야 하는 잡지라면 이미 잡지가 잡지이기를 포기한 것일 터. 이런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고래가 그랬어>가 사용한 그릇은 '만화'다. 이 잡지 분량의 2/3 정도는 만화로 채워 있다. 30개 이상의 기사 꼭지를 살펴보면서 드는 생각은 언뜻 만화잡지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하지만 <고래가 그랬어>는 만화잡지가 아니라 ‘만화라는 그릇’을 쓴 교양잡지라는 것을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뒷받침해주고 있었다. (이하 꼭지소개 글은 이선이 씨의 글 참조) 만화라는 그릇으로 교양을 담는다 <뚝딱뚝딱 인권 짓기>(글 인권운동사랑방, 그림 윤정주)는 어린이가 어른의 부속품이 아니라 독립된 인격체라는 사실을 쉬운 글과 만화로 나타냈다. 아이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깨닫고 당당히 요구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권장한다.
한겨레신문의 '비빔툰'으로 유명한 홍승우씨는 <신세기 소년 파브르>를 그린다. 욕심꾸러기 인간 때문에 죽어가고 있는 곤충들을 살리기 위해 버그 은하계 ‘곤충성’에서 급파한 복제소년 파브르의 모험을 담은 이 작품은 도시 아이들에게 곤충에 대한 정보는 물론 자연을 존중하는 마음도 가르친다. <열무낭자>(글 그림 유승하)는 여성을 상품이나 성적 대상으로 취급하는 폭력을 조금씩 깨뜨려나가는 모험담이다. 겉모습보다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저마다 개성이 넘치는 만화들 사이에는 재활용 쓰레기로 장난감을 만드는 <퉁퉁이 아저씨의 얼렁뚱땅 공작교실>(구성 현태준), 직접 요리에 도전하면서 화학 조미료와 인스턴트 식품을 멀리하는 식습관을 기르기 위한 <알콩이와 달콩이의 보글보글 부엌>(글 편집부, 그림 홍시야), 수학 공부를 열심히 하는 주인공과 수학을 못해서 자살한 귀신의 만남을 그린 <수학의 가치와 그 효용성>(글·그림 강무선) 등 깊이 있는 고민과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뿐만 아니라 거대 자본의 횡포(<나쁜 장사꾼들>-“햄버거 속엔 뭐가 들었어?”), 빈익빈 부익부 현상(<고정관념을 깨면 아플까?>-“부자 나라의 국민은 행복할까?”)처럼 ‘심오한’ 주제는 오히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당찬 '고래'가 되길 <고래가 그랬어>란 제호 앞에는 '떳떳하게 그리고 함께'란 기치가 적혀 있다. 소년신문과 같은 상업 학습지 신문이 판치는 세상에서 떳떳한 잡지가 되는 길은 그리 만만하지 않을 터다. <고래가 그랬어>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창간과 함께 몇 가지 약속을 하기도 했다. "<고래가 그랬어>는 단지 돈이 없어 잡지를 볼 수 없는 어린이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아이들에게 권할 수 없는 상품광고는 억만금을 주어도 싣지 않겠습니다. 언론을 가장해 진실을 감추고 우리 사회의 진보를 훼방하는 신문엔 홍보를 부탁하지 않겠습니다." 우선 이 같은 약속에 대한 첫 작업으로 초등교사와 전교조 조합원한테는 잡지 가격(9000원)의 40%를 할인한다. 진보노동운동 단체 상근활동가에겐 30%를 깎아준다. 돈이 없어 잡지를 보지 못하는 아이들이 없도록 무료구독 후원행사도 벌일 예정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떳떳하게 그리고 함께'라는 신심을 버리지 않는 것. 많은 이들은 '당찬 고래'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 |||||
| 2003/10/22 [23:53] ⓒ 윤근혁의 교육돋보기 |
2009년 8월 26일 수요일
종이잡지가 컴퓨터를 이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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