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4일 화요일

참여정부와 '코드' 다른 교육관료들

한나라당 공약 보고한 교육부, 개혁 공약 거의 ‘장기과제로’
주간<교육희망> 단독 입수, 교육부 내부자료에서
 
윤근혁
 

▲2002 국정감사장에 나온 교육부 관료들.     ©안옥수
최근 국보위 출신 전직 탈세 보수언론 사장의 교육부총리 내정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결국 내정 소식 하루만에 낙마시켰지만 교육부 고위 관료들의 마음은 뒤숭숭했을 것이다.

교육관료들의 '속앓이'

교육부 사정에 밝은 안승문 서울시교육위원은 한 토론회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 줄선 교육부 간부들이 80%에 가깝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전한 바 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장관 임용을 둘러싼 교육시민단체의 '한 몸 같은 반대 움직임'을 보면서 일부 수구 교육관료들은 '속앓이'를 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가 장관으로 오는 것은 교육관료들에겐 '잔칫상', 개혁 공약엔 '제삿상'이란 말이 한 인터넷 신문에 떠오르기도 했다. 왜 이런 말까지 별 거부감 없이 퍼지고 있는 것일까.

그 책임은 대부분 고위 교육부 관료들에게 있다는 것이 교육부 사정에 밝은 교육시민단체 간부들의 지적이다. 교육부는 올 1월 인수위 출범과 함께 '골칫거리' 정부부처로 낙인찍힌 바 있다.

청와대 비서관으로 내정된 인수위의 한 관계자는 교육부의 태도에 대해 "너희들은 떠들어라. 우리는 갈 길을 간다는 모습이었다"며 고개를 가로 흔들었을 정도다.

교육부 공약진단 내부 자료 내용

실제로 주간 <교육희망>이 단독입수한 '민주당 대선공약 진단·검토'란 자료는 이 같은 교육부의 태도를 잘 보여준다. 353쪽에 걸쳐 책자형태로 만든 이 자료는 교육부가 지난 1월 21일 인수위에 넘긴 비공개 자료다. 김용일 인수위 전문위원은 이 자료와 관련 "인수위 의견은 전혀 들어가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자료에서 교육부는 129개항에 걸친 공약사항을 나열하고 '시기'와 '중요성', '사회적 이견' 등의 잣대로 공약 내용을 자체, 검토했다.

이 가운데 주간<교육희망>이 10대 개혁공약을 뽑아 분석해 본 결과 교육부는 '교육혁신기구'를 제외한 나머지 과제는 모두 장기 과제(임기 내)로 빼 놓았다. <표 참조>

교사·학생·학부모회 법제화, 교원승진 구조 개혁과 교장 보직제 등 임용 다양화, 사립학교법 개정, 교사의 수업자율성 확대 등이 모두 장기과제로 처리된 것이다. 이들 개혁과제는 '돈도 한푼 들지 않는 것'인데도 말이다. 특히 교사회 법제화 부분은 '교원단체간 이견이 예상된다'면서 공청회 일정까지 잡아놨을 정도다.

반면 교육부총리 권한 강화, 교육정보인프라 고도화, 자율학교 확대, 특기·적성 교육내실화 등은 모두 즉시 시행할 과제로 뽑아놨다. 이는 교육부 권한 강화와 교육 시장화 정책을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속마음을 드러낸 것이다.

이밖에도 담임수당 현실화를 비롯한 교원 처우개선, 연구비 지원과 같은 현장연구 장려, 노후시설 보수를 포함한  교육환경 개선, 저소득층 자녀 지원 등 예산이 많이 드는 항목도 즉시 시행할 과제로 처리해놨다.

"장기 과제는 하지 않겠다는 소리"

이 같은 교육부의 태도에 대해 전교조 김학한 정책기획국장은 "개혁과제는 기득권 세력이 움츠려 있는 초기 집권 시기에 해도 될까 말까 인데 교육부가 몇 년 후에나 하겠다는 것은 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은 말"이라고 꼬집었다. KBS라디오에서 최근 여론조사를 한 결과  75%가 넘는 국민들도 '개혁의 초기 단행'을 바라고 있었다. 교육부는 국민여론과도 따로 놀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를 만든 실무 책임자는 교육부 이모 기획관리실장. 그는 '진주마피아'로 통칭된 세력 가운데 몇 안 남은 대부로 꼽히기도 하지만 교육부 안에서 차관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실세다.

이는 교육관료의 반개혁성을 일부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참여정부의 교육개혁 공약과 전혀 '코드'가 맞지 않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인수위원회는 최종보고서의 많은 곳에서 교육부의 보고 내용을 거세게 꾸짖는 한편, 교육부 기능 개편을 추진할 의도를 내비쳤다.

사립학교법 개정과 7차교육과정 등의 문제에서 인수위는 교육부의 계획을 정면 반박했다. 인수위는 보고서에서 아예 정책기능을 교육부 기능에서 제외하고 교육혁신기구로 넘길 속마음을 드러내기까지 했을 정도다.

개혁의 출발점은 바로 교육부 개혁

몰론 이런 인수위 보고 자료 내용은 전교조, 참교육학부모회를 비롯한 교육시민단체의 의견이 일부 수렴된 것이다. 전교조는 1월 '새정부에 제안하는 10대 개혁과제'를 인수위에 제출하는 한편, 몇 번에 걸친 공식·비공식 토론회에도 대표를 파견한 바 있다.

누가 새 정부의 교육공약 공염불을 획책하나. 그 답은 벌써 많은 교사와 학부모들이 알고 있는 듯하다. 1월 중순께 열린 교육부개혁 토론회 참석자들은 한목소리로 외친 바 있다. '새정부 교육개혁의 출발점은 바로 교육부 개혁'이라고.


BOX 기사

"교원 정년 회복 약속…5년 후 표로 보답할 것"
교육청 주관 교장회 강연자료 내용, 망가진 교육관료들

"교육을 올바로 이끄는 '교육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약하신 우리 대통령님! GDP 7%를 교육에 투자하겠다고 40만 교육자의 가슴을 설레게 하신 우리 대통령님! 교원 정년을 원상회복하고 교원의 지위를 대폭 향상시켜 주신다는 공약들을 모두 믿습니다."

한나라당 전당대회장에서 나온 지지 연설문일까? 아니다. 교육청이 교육예산으로 공식 주최한 지역 교장협의회에서 배포한 강연 자료의 앞 부분이다.

지난해 대선 다음날인 12월 20일 오후 7시 30분 충남 농어민교육복지센터 회의실. 서울 남부교육청 소속 교장 60명과 남부교육장, 학무국장, 초등과장이 앉아 있는 가운데 서울 ㅇ초 배모 교장은 위와 같은 강연문서를 나눠주고 강연을 시작한다.

서울교육청 공문(문서번호 초등81450-1564)에 따르면 이날 모임은 서울교육새물결 운동의 정착을 도모하고 교장의 전문성 향상을 이루기 위한 '초등학교 교장 연찬회' 자리였다. 이날 배포된 '새 대통령에게 기도하는 마음으로'란 제목의 강연문서는 다음처럼 이어진다.

"존경하는 교육대통령님! 우리 40만 교육자는 앞으로 이의 실현을 예의 주시하고 5년 후에는 그 결과를 토대로 차기 대통령 선거에 반드시 표로 보답할 것을 맹세합니다."

이날 행사를 지역 교장회와 함께 공식 주최한 서울남부교육청은 이 문서 배포 여부를 묻자 "행사장에서 강연 자료를 배포한 것은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강연 자료를 처음 입수한 전교조 서울지부 초등남부지회의 김민석 지회장은 "학교장의 전문성 신장을 위해 교육예산으로 진행한 행사에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이회창 구애 연설'이 강연이란 이름으로 진행된 것은 교육중간관료인 교장과 지역교육청의 의식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는 사례"라면서 "교육을 책임진 교사로서 놀랍고 참담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주간 <교육희망> 332호(2003년 3월 3일치)에 실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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