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4일 화요일

“70년대식 일제고사 강행은 장관의 억지”

만남 / 거리농성 시작한 전교조 이수호 위원장
 
윤근혁
 

“이상주 교육부장관 한 명의 오만과 독선 때문에 아이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교사와 학부모도 반대하고, 심지어 교육감들까지 전부 반대하는 70년대 식 일제고사를 강행하겠다고 고집하는 것은 억지입니다.”

9월 25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후문 건너편 길섶에 앉아 있는 전교조 이수호 위원장(53). 그는 이날부터 ‘초등 3학년 기초학력 진단평가 반대 농성’을 시작했다. 다섯 평 남짓한 허름한 빈터를 농성장으로 삼았지만 얼굴만큼은 오후 3시 강한 햇빛을 받아서인지 그 어느 때보다 밝았다.

이 날은 때마침 서울교육청 유인종 교육감을 비롯 전국 16개 교육청 교육감들이 집단으로 ‘일제고사 형식의 진단평가’를 반대하는 건의문을 이 장관에게 보낸 날이었다.

장관에겐 충격, 교사에겐 희소식

“진단평가가 얼마나 비교육적이고 교육개혁에 걸맞지 않은 것인지 교육감들도 깨달은 것이지요. 이번 교육감들의 결정은 전교조가 몇 달째 진단평가의 문제를 국민에게 알리고 교사들의 바른 뜻이 전달된 결과라고 생각해요.”

이 위원장은 교육감들의 건의를 높이 평가하면서 다음과 같이 진단평가의 문제를 꼬집어 말했다.

“진단평가는 그저 시험 한번 치르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지요. 우리나라 교육을 망치는 장본인이 바로 입시경쟁 교육이고 사교육이잖아요. 그나마 평준화 정책으로 초등교육이 이만큼 인성교육과 창의성 교육의 바탕을 마련했는데 엉뚱한 시험이 이 모든 것을 무너뜨리려 하고 있어요.”

사실이 그렇다. 당장 일년에 한 두 번 보는 수학경시대회만해도 주변 학원가가 술렁이고 교사들의 경쟁의식도 출렁이는 판이다.

“이 시험은 시작일 뿐이지요. 20년 전 일제고사를 보았던 교사들은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 다 압니다. 결국 학교와 교사 줄 세우기와 아이들 경쟁 속에 공교육 정상화는 자취를 감추는 것이지요.”

“코피 쏟는 아이 지켜볼 수 없어”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국의 초등학교는 일제시험과 단답식 평가가 거의 없어진 상태였다.

그런데 올 1월 이 장관의 취임과 함께 난데없이 시험열풍이 불고 있다. 이미 서점과 학원가엔 진단평가 대비 문제집이 쏟아지고 있다. 사교육계의 발빠른 상술이겠지만 한 꺼풀 뒤집으면 이 문제집의 실제 저자는 이 장관인 셈이다.

하지만 이 장관은 지난 16일 국정감사에서 “진단평가는 우리가 안 하면 학원에서 다 한다. 국가에서 하면 4·5백억원의 사교육비를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는 이상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 같은 말을 전해들은 이 위원장은 “이상주 장관의 무식한 정책판단일 뿐”이라고 웃어넘기면서 “만약 진단평가가 강행된다면 양심 있는 교사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전국 교사들한테 부탁했다.

“전교조는 대의원대회에서 올해 초등교육정상화 투쟁과 함께 진단평가 반대운동을 결정했습니다. 이런 까닭은 우리 전교조가 80년대 말 입시지옥에서 죽어간 한해 수 백 명의 아이들을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초등교사든 중등교사든 아이들을 생각하는 한몸인 까닭에 교사의 양심을 걸고 막아야 할 일이라고 다짐한 결과입니다.”

거리로 옮긴 본부 사무실

이 위원장은 농성 이틀 전 본부회의에서 “이번 농성은 교육부의 경쟁·줄 세우기 교육정책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말한 바 있다. 이제 또 다른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전교조 본부는 이 위원장이 거리농성을 시작한 이날부터 정부종합청사 앞 아스팔트 위로 사무실을 옮긴 셈이다. 아이들과 참된 교육을 생각하는 이 땅의 교사들이 술술 모여드는 그날을 꿈꾸면서.
 
* 이 기사는 주간<교육희망> 2002-09-30 제319호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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