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동아일보 등 이른바 '족벌신문'의 최근 'NEIS 인권침해 결정'을 둘러싼 보도는 '인권위 결정 수용론자'들을 흠집내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인권위 발표 이후 이 신문들은 입을 맞춘 것처럼 '인권위 결정'과 윤덕홍 부총리의 태도에 대해 잇따라 비난의 소리를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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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 부총리와 교육관료의 첫 만남. 지난 3월초 취임식장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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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 오마이뉴스 남소연 |
입 맞춘 것 같은 보도 내용
<동아일보>는 14일자 'NEIS 논란에 학생 피해 없어야'란 제목의 사설에서 "만약 교육부가 인권위 권고를 받아들인다면 문제는 이제부터"라면서 교육부 정보 담당 관료들만의 발언 내용을 따왔다.
결국 "(2조원의 추가 예산은) 국민 혈세에서 부담해야 하며 전교조와 교육부의 줄다리기에 (대학 수시입학 과정 등에서) 학사대란이 예고되고 있다"는 '협박성' 내용까지 담았다.
하지만 교육부에서 밝힌 추가 예산 2조원은 전체 1만여개의 학교에 연봉 3천만원의 전산직원을 1명씩 채용하는 조건. 전체 소요 금액의 70%를 이같은 인건비가 차지하고 있다.
이는 "교육부가 CS를 운용하면서 최근 몇 년간 학교는 물론 시군구 교육청별 전산 직원 배치를 거의 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확대된 금액을 만들기 위한 지나친 과장"이라는 것이 10일 교육부협의회에 참석한 전교조 소속 정보부장들의 주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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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일치 동아일보 보도 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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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 동아닷컴 | 전교조는 이날 교육부협의회에서 "6월 3일부터 진행될 대학 수시입학 과정의 학사대란 우려 또한 NEIS 운용 전인 지난해 고2 성적만을 필요로 하므로 학교에 있는 출력물을 제출하면 문제될 게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교사들의 분석내용은 이날 사설에서 찾을 수 없었다.
교육관료의 말로 '윤 장관 때리기'
이 사설은 다음처럼 윤 부총리에 대한 직격탄도 서슴지 않았다.
"전부터 전교조 편이라는 의심을 받아온 윤 부총리가 진보 성향의 인사들이 적지 않은 인권위에 공을 넘김으로써 결과적으로 전교조 편을 들었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마당이다."
<중앙일보> 사설도 윤 부총리를 공격하기는 마찬가지다. 14일자 'NEIS, 시행하면서 보완을'이라는 사설에서 <중앙>은 윤 부총리가 '인권위 결정에 따르겠다'고 한 것이 '진퇴양난의 원인'이라고 못박았다.
정무직 국가공무원인 윤 부총리는 국가기관의 법에 따른 권고를 '따르겠다'고 말했다가 이 사설에서 다음과 같이 '봉변'을 당해야 했다.
"교육책임자의 경솔하고 무책임한 언행이 얼마나 큰 혼란을 부르는지를 윤 장관은 반성해야 한다."
'국가기관 결정 따르겠다'고 말했다가 봉변
윤 부총리를 겨냥한 보수신문의 빗발치는 화살의 강도는 같은 날 <조선>과 <동아일보>의 교육부 출입기자가 쓴 '기자칼럼'에 의해 거의 인신 비방 수준으로까지 바뀌었다.
<조선>은 '기자수첩'에서 '인권위 결정이 난 시각에 장관이 자리를 비워 직원들의 불평이 쏟아졌다'면서 교육관료의 말을 다음처럼 중계했다.
"부총리가 몸은 교육부에 있지만 마음은 전교조 측에 있는 것 아니냐." "부총리가 오히려 (인권위의) 이런 결정을 내심 바랐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동아일보> '기자의 눈'이란 기사의 내용도 사정은 같다. 다음은 이 글이 소개한 교육관료로 추측되는 이들의 발언 내용이다.
"뜻밖의 결정에 초상집이 됐는데 부총리는 어디서 뭘 하는 겁니까. 누가 이런 조직에 충성하고 싶겠습니까." "사실 부총리 때문에 NEIS가 엉망으로 꼬인 측면이 있지 않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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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일치 조선일보 사회면 보도 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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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 조선닷컴 |
'장관이 이번 인권위 결정 바란 것 아니냐?'
이같은 족벌신문의 보도태도에 대해 '인권위 결정에 수긍'하는 교육부 중견간부는 사석에서 "교육부 정보 담당 관료들의 입과 귀는 모두 신문들의 지면에 다 들어 있다. 세상에 이렇게 장관을 못잡아먹어서 안달하는 정부조직도 있냐"고 지난 14일 탄식했다.
현재 교육부 안에서 NEIS 문제를 놓고 몇 안 되는 '인권위 결정 수긍세력'과 대다수의 '교육관료세력'이 싸움을 벌이는 형국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12일 교육부 실·국장회의에 참석한 대부분의 간부들은 윤 부총리가 제시한 'NEIS 양보안'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는 소식이다. 물론 이런 분위기 속에서 교육관료들의 말을 일방으로 중계하는 것은 바로 족벌언론이 도맡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족벌언론이 관료들의 말을 빌어 윤 부총리를 공격하는 주된 무기는 바로 '인권위 결정을 따르겠다'는 발언 내용. 하지만 놀랍게도 <조선일보>는 이같은 내용으로 거의 같은 때에 윤 장관과 비슷한 말을 하며 전교조를 꾸짖는 시론을 싣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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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권위 권고'에 대한 수용을 강조한 지난 6일치 조선시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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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 조선닷컴 |
인권위 결정 6일 전인 6일, 남승희 교수(명지전문대)의 글을 받은 '조선시론'은 다음과 같이 소리 높이고 있다.
"NEIS가 인권 침해적 요소가 있다고 해서 인권위원회의 최종 판단을 요청해 놓은 마당에 인권위 결정은 단지 참고 사항일 뿐이라는 전교조의 주장은 또 무엇인가."
이렇게까지 말하던 <조선>이 이제는 인권위의 최종 판단이 나오자 '인권위 결정은 단지 참고 사항일 뿐'이라며 윤 부총리를 윽박지르고 나선 것이다. 분명 이중잣대인 셈이다.
<조선>은 인권위가 출범한 2001년 11월 2일치 사설에서도 "인권위 앞에는 힘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인권위의 역할을 강조하는 내용을 실은 바 있다.
"지난 수십년간 군과 경찰·검찰·국정원 등 국가권력기관에 의해 이뤄져온 인권유린 행위를 과연 얼마나 실효 있게 개선해나갈 것인가, 신체장애·노약·성별·출신지역·정치적 입장에 따른 인권침해를 어떻게 줄여나갈 것인가…"
<조선> 시론도 과거 인권위 결정 따를 것 강조
하지만 최근 <조선>의 보도태도는 이때의 사설 내용에 대한 진실성을 의심케 한다.
'그깟 인권위 권고안 무시해 버려. 법적 강제력도 없어. 권고안 따르는 순간 학사대란이 분명하단 말야.'
족벌신문은 이렇게 외치고 있는 것이다. 이 신문들이 벌이는 '교육관료들과의 춤'은 인권위 결정문을 놓고 서로 더욱 밀착되고 있다.
| 교사들의 분노가 폭발했다고? |
| 어떤 교원단체와 조중동의 언론보도 |
"'교원이 봉이냐' 분노폭발, '못 믿을 교육부, 현실 모르는 인권위'"
한 보수 교원단체에서 내는 ㅎ교육신문 사이트의 머릿기사 제목이다. 이 기사는 12일 인권위 결정에 대해 교사·교감·장학사가 터뜨리는 분노의 목소리를 쭉 실은 다음 끝 부분을 다음처럼 마무리했다.
"'인권위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 '인권위는 전교조 하수인인가'라며 직설적인 성토도 마다 않는 교원들은 '정보전문가 한 명 없는 인권위의 결정이 수십만 현장 교원들의 여론보다 더 중요하단 말인가'라며 소외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고…."
이와 같은 이 신문의 논조는 별로 새로울 게 없다. '인권위 결정으로 엄청난 혼란이(일 것은) 불 보듯 뻔하다'는 이 단체의 성명서 내용은 물론, 13일치부터 쏟아진 조선·중앙·동아일보의 '주장들'을 빼닮은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기사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여론조사' 항목을 한번 클릭해 보자.
여론조사 문항은 "인권위원회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의 3개 영역을 CS로 처리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가 어떻게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하나"라는 것.
14일 오후 11시 현재, 166명의 참여자 가운데 '인권위 결정 전면 수용'에 표를 던진 이는 70%인 117명. 반면 '현장 혼란이 크므로 그대로 시행'은 24%(40표), '교무학사는 그대로 진행'은 5%(9표)에 지나지 않았다.
비교적 보수적인 교사들이 이 사이트를 많이 이용한다는 점에 비춰보면 일선 교사들의 반응을 어림짐작할 수 있다. 물론 인터넷 조사라는 한계는 있지만 이 같은 결과는 이 단체가 올 3월 수천명의 교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벌인 사이버 여론조사와도 일치한다. 이 조사에서 교사들의 95% 가량은 'NEIS 폐지와 유보'에 표를 던졌다. 이 가운데 폐지의견만 해도 60% 정도였다. / 윤근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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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권위 결정 관련 <동아> <중앙> 사설 |
<동아일보 5월 14일치 사설>
[사설]NEIS 혼란에 학생 피해 없어야
국가인권위원회가 교육인적자원부의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의 보완을 권고했다. 당사자인 교육부가 어떻게 입장을 정리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윤덕홍 교육부총리가 인권위 의견에 따르겠다고 한 적이 있어 운신의 폭은 넓지 않다. 그러나 정부는 인권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파병을 결정한 전력도 있다. 교육부는 일단 NEIS 심의기구인 교육행정정보화위원회 논의를 거쳐 최종 결론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만약 교육부가 인권위 권고를 받아들인다면 문제는 이제부터다. 교육부에 따르면 새 전산망을 갖추는 데 최대 2조원의 예산이 추가 소요되며 당장 고교 3학년생들의 수시모집 지원이 파행을 겪을 수밖에 없다. 추가 예산은 국민 혈세에서 부담해야 하며 전교조와 교육부의 줄다리기에 학사대란이 예고되고 있다.
처음에는 NEIS에 별 문제가 없다고 했다가 인권위 결정에 따르겠다고 입장을 바꾸는 등 오락가락한 윤 부총리는 혼란을 부른 책임을 져야 한다. 옳다고 생각했으면 소신껏 밀고 나가든지, 아니면 경솔한 발언을 삼갔어야 했다. 윤 부총리가 인권위에 NEIS에 대한 판단을 넘긴 것은 민감한 문제에서 한발 빠지려는 무책임한 자세의 전형이었다.
전부터 전교조 편이라는 의심을 받아온 윤 부총리가 진보 성향의 인사들이 적지 않은 인권위에 공을 넘김으로써 결과적으로 전교조 편을 들었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마당이다. NEIS 문제에는 교단 주도권 다툼의 성격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교육 당국은 이번 권고로 인해 교단 갈등이 더욱 증폭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인권위는 이번 권고를 내놓으면서 교육 현실보다는 원론적인 면에서 인권 침해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중시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 뜻을 존중하되 교육 현장의 어려움과 ‘전자정부’를 포함한 정보화 흐름까지도 폭넓게 감안해 결론을 내려야 한다. 학생들에게 피해가 돌아가지 않고 예산 낭비를 최소화하도록 접점을 찾아내는 것이 교육 당국의 몫이다.
<중앙일보 5월 14일치 사설>
[사설] NEIS, 일단 시행하면서 보완을
국가 인권위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의 일부가 인권침해 소지가 있으니 이를 보완해 시행하라는 권고를 내려 학교현장이 공황상태로 빠지고 있다.
권고안을 따를 경우 고교 교사들은 당장 다음달 초부터 시작되는 대입 1학기 수시 모집에 필요한 생활기록부 등 지원서류를 수작업으로 작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 27개 영역 가운데 교무.학사,보건, 입학.진학 영역을 배제하라는 인권위의 권고는 비록 인권보호 명분에는 맞을지 몰라도 현실을 무시한 결정이다.
이미 지난달 초부터 이 시스템이 시행 중인데 이를 종전의 학교종합정보관리시스템(CS)으로 회귀할 때 발생할 일선학교의 혼란을 나 몰라라 한 것이다.
또 시스템 구축에 투입된 5백여억원의 비용도 문제려니와 2년 전 전자정부 구현을 위한 중점과제로 선정한 국가 차원의 정책을 정면으로 번복하는 결정이기도 하다.
전교조가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문제를 인권위에 진정한 이후 윤덕홍 교육부장관은 "인권위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거듭 밝혔다. 결국 전교조의 손을 들어준 인권위의 결정으로 교육부는 진퇴양난이 됐다.
인권위의 결정을 따르면 교사들은 종전 시스템으로 다시 돌아가는 작업을 해야 하고,수용의사를 여러 차례 밝혀 인권위의 권고를 단호히 거부할 수도 없는 것이다. 교육책임자의 경솔하고 무책임한 언행이 얼마나 큰 혼란을 부르는지를 尹장관은 반성해야 한다.
인권위의 권고가 사법적인 구속력은 없는 만큼 교육부는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데 있어 학생과 학교를 위해 무엇이 바람직한가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일단 새 시스템을 시행하면서 인권위가 우려하는 해킹 등에 대비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전교조는 교육부가 인권위 결정을 거부하면 강경 투쟁하겠다고 윽박지를 때가 아니다. 기 싸움의 문제가 아니라 정말로 교육정보화를 위해 어떤 길을 가야 하겠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이번엔 전교조도 인권위의 권고 수용 여부를 결정할 교육부의 교육행정정보화위원회에 참가해 대안을 찾는 데 일조하기를 바란다. |
|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5월 15일치에 쓴 글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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