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6일 수요일

[돋보기11월12일] 여고생 골든벨, 점입가경...

교육방송 라디오 원고
 
윤근혁
 

◎ 사립학교법 찬반 '점입가경'

-지난주에 사립학교 폐쇄에 대해 얘기를 해봤는데요. 이번 주에 이에 대한 논란이 뜨겁게 진행되고 있네요.
그렇습니다. 7일 저번 주 일요일이었죠. 사학법인연합회 등이 서울역에서 1만여 명이나 참가한 가운데 '사립학교법 개정 반대를 위한 궐기대회'를 열었는데요.

이 자리에서 사학법인들은 '전국 사립 초·중·고 1605개교 가운데 1531개교(95%)가 '이사회를 일제히 열고 이미 (학교) 폐쇄 결정을 내렸다'면서 학교 폐쇄를 다시 한번 결의했는데요. 이들은 사립학교법이 통과되면 헌법재판소에 제소를 한 뒤,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곧바로 학교 폐쇄 작업에 들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우선 사학재단 쪽의 목소리를 살펴보죠.
이번 집회엔 사학법인연합회 말고도 한국교총, 학사모 등 보수적인 교육단체 38개가 참여했는데요. 이날 집회에서도 나타났지만 '건전 사학까지 싸잡아 죽이는 사학법 개악을 통탄한다'면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를 막겠다는 게 사학재단 쪽의 주장입니다.

서울역 집회의 연사로 나선 인사들은 사학법 개정에 대해 '좌파 정책' '학교 사회주의 정책' '공산당 정치' 등으로 규정하고, 이를 추진하고 있는 열린우리당을 강력 성토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막말이 쏟아져 정치 집회장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역시 학교 폐쇄 얘기에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는데요. 지금 고등학교는 사립학교가 절반 정도나 되는데요. 학부모들 가운데 해당 학교 재단 이사회가 이미 폐교 결정을 내린 사실을 아는 분이 있을까요?
아마 거의 없을 것이란 판단이 되는데요. 제가 경기도 ㄱ중, ㅇ고 등 전국 16개 시도에 근무하는 교사 17명에게 직접 전화로 확인을 해봤는데요. 자신의 학교가 폐쇄 의결이 됐는지 알고 있는 교사는 한 명도 없더군요. 사정이 이러니 학생이나 학부모가 알 턱이 없는 일이죠.

결국 재단이사회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의 의견을 전혀 묻지 않고 몰래 학교 폐쇄를 의결 했던 것이죠. 내년부터 당장 문을 닫는다면 학생도 교사도 죄다 길바닥에 나앉는다는 것인데 재단 이사회가 쥐도 새도 모르게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이냐 하는 비판 의견이 크게 일고 있습니다. 교사들은

-오죽하면 '학교폐쇄'를 결의하겠냐 하는 동정론도 있지만, 이에 대한 눈길은 무척 차가운 편인데요. 어떤 서울 사립학교 교장은 '폐교'란 말에 커밍아웃까지 하면서 크게 비판하고 나섰다고요.
커밍아웃의 주인공은 한성여중에서 4년째 교장일을 해오고 있는 고춘식 교장인데요. 그를 그저께 직접 만나봤는데 학교 폐쇄 결의에 크게 분노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현재 사립학교법 개정을 반대하는 분들의 현재 모습이 사학법 개정의 필요성을 웅변적으로 말해 주는 것"이라고 규정했습니다. 그 근거로 ▲학생 몰래 이사회를 열어 학교 폐쇄를 결정한 사학재단 ▲인사권을 주겠다는 데도 반대 결의까지 한 사립학교 교장들의 모습을 들었습니다.

고 교장은 또 "사립재단이 '내 학교'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학교'라는 생각을 지닐 때 진정한 건학 이념이 구현될 수 있는 것"이라면서, "학교 구성원의 참여를 활성화시키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오히려 사학에 생명력을 넣어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하더군요.

◎ 사립대 33%, 전현직 언론인이 이사

-이상한 게 있는데요. 사립학교법 찬반을 떠나서 교육자들이 학교를 폐쇄하겠다는 것에 대해서는 문제가 분명히 있는 것인데. 이에 대해 이른바 주류언론이 감싸기 식 보도를 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네요.
이에 대한 이해를 도울 자료를 오늘 아침 <오마이뉴스>에서 공개했는데요. '사립학교법 개정'엔 반대하는 대신 '고교등급제'엔 찬성 논조를 펼친 일부 신문의 전·현직 사주들이 일제히 사학재단 이사(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어떤 내용이죠. 자세히 말씀해 주시죠.
<조선일보> 방우영 명예회장은 연세대 재단이사장, 방상훈 대표이사는 서울 숭문중·고 이사장이었습니다. <동아일보> 김병관 전 회장과 김학준 사장은 고려대와 서울중앙고 재단인 고려중앙학원 이사장과 이사를 각각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이 뿐만이 아닌데요.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은 포항공대, SBS방송 윤세영 회장은 추계예대의 이사를 각각 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같은 사실은 최근 교육부가 열린우리당 구논회 의원에게 보고한 '2004년 사립 중·고·대학 학교법인 임원 현황'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드러났습니다.

-언론인인가, 아니면 사학경영인인가? 헷갈릴 정도인데요. 언론인들의 사학 진출은 어느 정도인가요?
이 자료를 분석해 보니까 전국 136개 대학 관련 사립재단 가운데 45개 대학에 전현직 언론인이 이사(장)으로 포진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사립대학의 33%나 된다는 얘깁니다.

권오기, 오재경 전 <동아일보> 사장은 국민대와 휘경여중고, 장재구 <한국일보> 회장은 경희대, 현소환 <연합뉴스> 전 사장은 국민대 이사를 줄줄이 맡고 있었습니다.

특히 <조선일보>는 방상훈 현 대표이사를 비롯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 고학용 전 논설위원 등 6명이 서울 숭문고, 성덕여상 등의 재단 운영에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전 사주인 방우영 명예회장이 연세대 재단이사장인 점을 감안하면 일가족이 사학경영에 뛰어든 셈입니다.

-이런 현상에 대한 반응은 어떤가요?
그동안 교육시민단체들이 "<조선><동아> 등 보수신문이 '고교등급제 대학 감싸기'와 '사학법 개정 반대' 보도에 '올인'했다"고 비판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언론사-사학재단의 관계는 주목할만한 대목인데요. 사학법개정국민운동본부' 박경양(참교육학부모회 회장) 상임대표랑 어제 저녁 전화통화를 했는데, 그는 "조선과 동아일보 등이 자사 전·현직 사주가 운영하고 있는 대학을 편들어주기 위해 사립학교법을 반대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하더군요.

-하지만 이들도 직업선택의 자유는 있을 텐데요.
물론 언론사 간부들의 사학재단 진출을 무작정 비판할 수는 없다는 주장도 있는데요. 무엇보다 교육사업을 진행하는 것인데다 직업 선택의 자유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참여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최민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사무총장은 어제 "사립학교법에 대한 극히 편향되고 일방적인 보도 내용이 고위 경영진의 입김에 휘둘린 것이라 무엇보다 큰 일"이라고 걱정했습니다.

◎전문대는 학생자치 사각지대?

-고등학교 학칙 얘기는 여러 번 나왔는데요. 성인들을 가르치는 전문대학에서도 학칙이 학생 자치활동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요.
2년제 대학 학생들이 현행 사립 전문대의 학칙이 반 인권적이라면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냈습니다. 4년대 종합대와 달리 학생자치활동을 침해하는 등 학도호국단 시절의 학칙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어떤 내용인가요?
'전국 전문대학 교육개혁 학생대책위'가 8일 오전에 이런 발표를 했는데요. 학생대책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학생처장, 보직교수 등으로 구성된 2년제 대학의 '학생지도위원회'의 경우, 지도라는 명목으로 사실상 학생들의 자치활동을 감시한다"고 밝혔습니다.

내용을 살펴보면요. 대부분의 2년제 대학은 학칙에 ▲학생단체 조직 사전 승인제 ▲정치집회, 사회단체 가입 등 학생활동의 금지 ▲교내외 10명 이상의 집회, 교내외 광고·인쇄물의 배포 등의 사전 승인제 등을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교육부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전국 115개 2년제 대학 중 '학생단체 조직에 대한 사전승인제'를 실시하고 있는 대학은 총 110개 대학으로 전체의 95.7%에 달했습니다. 이밖에도 정치집회, 사회단체 가입 등 '학생활동의 금지' 조항을 학칙에 포함하고 있는 대학은 103곳(89.6%), 교내외 10명 이상의 집회, 교내외 광고·인쇄물의 배포 등 '학생활동 사전 승인' 조항이 있는 대학도 106곳(92.2%)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에 대한 대우치곤 상당히 규제가 심한 편이네요.
그렇습니다. 학생대책위는 "이같은 전문대의 학칙은 헌법에 보장된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침해한다"면서 "대학 구성원의 의사표현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는 사립전문대 학칙은 전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골든벨 여고생 글 화제

-한 방송사의 퀴즈 프로그램에서 골든벨을 울린 한 여고생의 글이 화제가 됐다고요?
화제의 주인공은 문산여고 지관순 양인데요. 이 학생은 지난주에 방영된 KBS 인기프로그램 <도전 골든벨>에서 골든벨을 울린 '근로 고학생'입니다.

그가 지난 8월 몽양여운형기념사업회 게시판에 올린 글이 뒤늦게 화제가 되어 이 사이트가 하루에 두 번씩이나 다운되는 등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어떤 내용을 올렸는지 궁금한데요.
이 학생은 사이트에 "나라가 위급해졌을 때 3가지 부류의 사람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글을 시작했는데요. 그 세 부류는 ▲현실에 저항하는 사람 ▲현실과 타협하는 사람 ▲순응하며 방관하는 사람으로 분류를 했습니다.

이어 이 학생은 "첫째 사람(현실에 저항하는 사람)은 파란만장한 삶을 살지만 후대에게 많은 빛과 기억과 교훈을 남기고, 둘째와 셋째 사람은 비록 그 당시에 일신의 안위에는 편할지 모르지만 후대에게 아무런 빛도 기억도 남기지 못한 채 그저 사라진다." 이렇게 썼습니다.

지양은 이어 "아직까지 우리 현실에서는 안타깝게도 첫째 사람이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그분들이 있기에 후대에 우리가 자랑스럽게 이 땅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 홈페이지엔 유난히 문산여고 학생들 글이 많았다고요?
문산여고에서 한국근현대사를 가르치는 역사 선생님의 권유에 의해 학생들이 이 곳을 방문했다고 하는데요. 힘든 시간 동안 묵묵히 자신을 닦아온 지관순양과 올바른 역사의식을 지닌 한 교사, 이들의 모습 자체가 바로 진정한 '골든벨'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2004/11/12 [15:17] ⓒ 윤근혁의 교육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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